◎개혁·분규 해소 틈새 “진퇴양난”/“의견대립 힘겨루기” 우려까지현대그룹 등의 노사분규사태를 수습하기 위해 21일 부총리 등 3부장관이 가진 합동기자회견은 당초 의도와 달리 정부의 현행 노동정책이 부처간 합의조차 못이루는 심각한 혼란상태임을 국민앞에 드러낸 결과여서 크게 우려된다.
이에 따라 현재 울산 창원 마산 등지에서 급격히 확대되고 있는 분규움직임에 대해 정부가 대응자세를 정비하는데도 앞으로 상당한 시간과 진통이 불가피해졌다.
특히 전국의 노사교섭 현장에서 핵심쟁점으로 부각중인 해고근로자 문제 등에 관해 당국이 명확한 입장표명을 유보,비슷한 쟁점을 놓고 절충을 벌이고 있는 노사 양측이 하나같이 일대 혼란에 빠질 전망이다.
정부가 이날 호소문을 통해 「근로조건과 관계없는 인사경영 문제는 교섭대상이 될 수 없다」 「제3자에 의한 노사문제가 변질된다면 노조 입지를 스스로 약화시킨다」 「정부의 인내는 방임이 아니며 사태악화땐 공정한 조정자로 적극 개입하겠다」는 등 기본원칙을 확인한 부분은 분규사태 진정에 일단 상당히 기여할 것으로 예상된다.
정부는 호소문에서 「어떠한 일이 있어도 경제가 분규의 볼모가 돼서는 안된다」고 강조했다. 그렇지만 정작 사태해결에 가장 기본적인 정책쟁점에 관해 관계부처간 입장조율마저 실패,신경제가 노사문제에 휘말려 뿌리째 흔들리는 위기를 수수방관하는 모습이 된 것은 매우 안타까운 일이다.
현재 당국의 노동정책은 「개혁추진」이라는 명분과 「분규 해소」라는 실리 사이에 끼여 오도가도 못하는 모습이라는 지적이 많다. 더욱이 노동정책 골격을 어떻게 가져가느냐를 놓고 관계부처간 극심한 의견대립을 보여 장관들 사이에 힘겨루기 양상까지 보인다는 우려도 나올 정도다.
경제기획원과 상공자원부 등 경제부처 관계자들은 이날 회견에서 앞서 의견절충과정에서 무노동 부분임금은 인정할 수 없으며 무노동 무임금 원칙을 재확인하기로 노동부도 합의했다고 밝혔다. 또 해고근로자 복직문제의 경우 최근 김영삼대통령이 노사화합 우수업체 대표들과의 만남을 통해 확인한 것처럼 「기본적으로 경영진의 재량에 맡기되 가급적 전향적으로 수용한다」는데 의견을 모았다는 것이다.
인사경영권 참여문제는 담화내용대로 근로조건과 관계있는 부분에 한해서만 인정하기로 합의했다. 이로써 올들어 노동부가 개정하려고 시도한 9개의 행정지침 가운데 기존 4개는 그대로 시행하되 아직 발표 안된 5개는 일단 유보하기로 결정했다는 설명이다.
그러나 이같은 경제부처의 발표는 이날 합동회견중 노동부장관이 돌연 무노동 무임금 원칙에 대해조차 「부인도 시인도 않는」 모호한 태도를 보임으로써 부처 갈등만 두드러지게 해버렸다.
주요쟁점 가운데 노동부가 특히 애착을 가진 부분으로 알려진 해고근로자 복직문제의 경우 지난 3월말 「전원복직」을 권고하는 노동부 지침이 나간뒤 현대그룹이 이달초 자동차소속 17명을 복직시켰고 41명과 복직교섭을 벌이는 중이다. 이 바람에 대우그룹을 비롯한 주요 대기업 노조는 일제히 현대측의 선례를 들어 해고근로자 복직을 강력히 요구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경제부처 관계자들은 노동정책이 표류하는 모습을 빚게 된 원인에 대해 무엇보다 경제팀의 양사령탑인 부총리나 청와대 경제수석이 어느 누구도 소위 「실세」로 불리는 이 노동장관과 원만한 대화를 가지지 못하고 있는 현실 때문이라고 입을 모으고 있다.
그동안 기획원은 신경제 정착에 가장 큰 복병으로 노사문제를 꼽으면서도 정작 노동정책에 관해서는 종전과 같은 정책조정 역할을 몇달째 제대로 시도하지 못한채 사각지대로 방치해왔다는 지적이다.
최근 이 부총리가 한달에 두번씩 대통령과 독대,경제정책 전반에 관해 의견을 밝히도록 결정된 까닭은 이 노동장관의 독주를 막기 위한 박재윤 청와대 경제수석의 고육책이라는 관측도 들먹여질 정도다.
많은 국민들은 『지난 19일 김 대통령이 과천 경제장관 회의를 통해 부처이기주의에 따른 정책 혼선을 막도록 지시했다는데 이날 긴급 현안에 대한 합동회견에서의 난맥상은 도무지 이해할 수 없다』며 우려하고 있다.<유석기기자>유석기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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