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집권 38년/반급진 국민정서와 결탁 “장수”/이익집단 철저 대변… 「돈줄」 확보/“야당 약체” 대안 부재여론도 한몫/위기땐 「파벌간 총리 바꿔치기」로 파국넘겨「공룡은 자신의 큰 덩치 때문에 멸종했다」는 설이 있다. 지난 38년간 일본을 이끌어온 집권 자민당도 외부의 공격에 의해서가 아니라 장기 집권에 의한 내부로부터의 분열과 부패 때문에 자멸직전의 위기에 몰려 있다. 자민당의 장기집권 배경과 몰락위기,그리고 전환기에 처한 일본 정계의 재편전망을 시리즈로 엮어 본다.<편집자주>편집자주>
일본 정당정치의 큰 특징은 지난 55년 자민당이 탄생된 이후 단 한번의 정권교체도 없이 일관되게 정권을 담당해왔다는 점이다.
자민당이 정치를 잘했기 때문인가. 그렇다고는 볼 수 없다. 자민당은 과거부터 주요 당직자들이 갖가지 스캔들에 휘말리면서 수시로 국민들의 지탄을 받기도 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자민당이 그때마다 위기를 무사히 넘기며 야당에 정권을 빼앗기지 않은데에는 몇가지 이유가 있었다.
우선 공산주의와 사회주의에 대한 국민들의 공포감을 들 수 있다.
자민당은 지난 80년 오히라(대평) 내각의 붕괴때 파벌정치와 금권정치로 국민들로부터 강한 비판을 받았었다. 자민당내 비주류파에선 정치개혁을 외치며 분당도 불사하겠다는 자세여서 정치평론가들은 당시 『25년만에 정권교체가 이뤄질 것』으로 전망했었다.
그러나 자민당 내각 파벌은 『중·참의원 동시 선거는 우선 이기고 보자』며 서로 손을 잡아 「자유경제체제를 지키는 정당은 자민당」이란 슬로건을 내세워 압승을 거둘 수 있었다.
국민들의 자유민주주의 선호성향외에도 자민당이 갖고 있는 장점으로는 인적자원,정치자금,정보력,이익유도형 대응 등을 손꼽을 수 있다.
자민당의 역대 중의원 의원 출신 성분은 주로 지방의회,중앙관료,의원비서 출신이 3대 주류를 이루고 있으며 그밖에 기업·사회단체,매스컴 관계자,변호사,의사,작가,학자 등 전문직종 출신으로 돼있다. 따라서 자민당은 각계의 전문지식을 활용,폭넓은 정책을 제시해왔던 것이다.
정보력에 의한 이익 유도형 대응도 자민당의 기반을 강화하는 수단으로 볼 수 있다. 자민당의 정보유입 루트는 행정조직,재계,매스컴 그리고 복잡다기화돼 있는 각종 이익단체 등 다양하다. 자민당은 이같은 많은 조직으로부터 쏟아져 들어오는 갖가지 민원이나 청탁을 공공투자에 의한 직접적인 방법과 업계의 이익을 위해 규제를 완화하는 등의 간접적인 수단으로 해결해주고 있다. 따라서 이익집단들은 자신들의 권익옹호를 위해서도 선거때는 자민당 후보를 지지하지 않을 수 없도록 유도해 나가고 있다.
정치자금면에서도 자민당은 야당과 비교할 수 없을 만큼 유리한 입장에 있다. 자민당의 자금조달 방법은 국비에 의한 원조,당본부·파벌로부터의 지원·자기조달 등 3가지가 공식화되어 있으며 경단연에서 지원하는 돈을 「정재」라고 부를 만큼 음성적인 수입의 몫이 큰 비중을 차지하고 있다.
당내부 각 계파간의 견제와 균형도 당의 체질에 활력을 불어넣는 요인으로 작용해왔다. 자민당은 각 파벌간에 대립과 협력관계를 반복하면서 총리자리를 번갈아 맡아왔다.
마지막으로 야당의 실패를 들 수 있다. 이것은 어떤면에서 자민당이 장수하는데 가장 결정적인 요인이었다고도 볼 수 있다.
사회당을 비롯한 모든 야당이 하나같이 정책제시 능력과 지도력에 결함이 있는데다 지지층이 한정돼 있는 것이 현실이다.
이렇게 보면 자민당이 일본내에서 유일한 포괄정당의 성격을 가졌기 때문에 정치무대에서 원맨쇼를 할 수 있었다고 봐도 좋을 것 같다. 그러나 하타(우전)파를 비롯한 자민당의 반발세력이 제2의 보수정당으로 자리잡을 때 상황은 달라질 수 밖에 없을 것이다.<동경=이재무특파원>동경=이재무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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