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분규대책 정리못하고 갈팡질팡/3부장관 회견준비 안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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분규대책 정리못하고 갈팡질팡/3부장관 회견준비 안팎

입력
1993.06.22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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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회견 전날까지 합의안되자 고성 오가/“엇갈린 의견 발표우려” 생중계 취소『누구 말을 믿어야 하나』….

노사분규사태에 대처하기 위한 3부장관 호소문이 21일 발표되고 합동기자회견까지 있었지만 회견장에서조차 명확한 정책방향이 제시되지 못하자 노동계와 재계뿐 아니라 일반 국민들까지 혼란과 당혹감을 감추지 못하는 모습들이다.

이날 회견장에선 이인제 노동장관만이 『무노동 부분임금에 관한 방침을 조만간 발표하겠다』고 말하면서 나머지 미묘한 부분에는 일관해서 언급을 회피했다. 경제운용의 총괄적 책임을 맡고 있는 이경식부총리와 산업정책 주무장관인 김철수 상공자원부장관은 계속 입을 다물어 결국 부처간 의견조율에 실패했음을 강하게 암시. 특히 이날 이 노동장관이 『노동정책은 노동부가 하는 것』이라고 목소리를 높이자 배석한 경제부처 간부들은 고개를 설레설레.

회견에 앞서 경제기획원은 ▲무노동 무임금원칙 재확인 ▲해고근로자 복직은 경영자의 재량인정 ▲인사경영권 참여를 요구하는 쟁의인정 등 9개의 수정 노동행정지침중 5개는 유보하기로 했다는 부처간 합의내용을 공개,이날 담화문이나 회견내용과는 크게 엇갈리는 모습을 노출시켰다.

이에 대해 학계 등 전문가들은 『국민들앞에 정책을 발표하는 순간까지 부처간 합의를 이루지 못한 추태를 보인 결과여서 자칫 경제팀과 내각 전체의 국정운용 능력까지 의심받을지 모른다』고 크게 우려했다.

○…이날 기자회견이 있기까지 기획원 상공·노동부 등 관계부처들은 무려 9시간에 걸친 차관급 회의,2시간 가량의 장관회의를 통해 의견절충을 시도했으나 끝까지 합의에 이르지 못하고 담화문 발표로만 종결.

당초 기획원과 상공부 실무선에선 이 노동장관이 부처간 합의를 깨고 기존방침을 고집하는 최악의 상황에 대비,미리 무노동 무임금 등 핵심 쟁점사항에 대해 이 부총리와 김 상공부장관이 보충답변 형식으로 정책기조 전환을 밝히도록 별도 자료가 마련되기도 했었다.

○…일요일인 20일 기획원 상공·노동부 등 관계부처 차관 등 실무진들은 낮 12시부터 모여 다음날 발표사항을 조율하느라 점심을 회의실에서 국수로 때우며 격론을 거듭. 하오 3시까지 계속된 1차 회의에서는 일단 담화문의 기본골격과 주요정책변화 방향에 관해 합의를 마쳤다.

그런데 합의내용을 보고받은 이 노동장관이 해고근로자 복직과 제3자 개입문제가 담화문에 포함될 경우 내일 회견장에 못 나간다며 노발대발,노동부측 요청에 따라 다시 이날 밤늦게까지 2차 조율을 갖는 진통을 겪었다는 후문. 이 장관은 21일 상오 2시간여에 걸친 마지막 장관회의에서조차 「고집」을 꺽지 않아 평소 기획원 직원들이 거의 들은적 없는 이 부총리의 고함소리가 회의장 밖으로 들릴 정도였던 것으로 알려졌다.

○…한편 기획원은 이날 3부장관 합동기자회견을 문화방송이 TV로 생중계하려하자 뒤늦게 녹화방송으로 바꿔 달라고 요청,생중계를 철회시켰다. 한 당국자는 『회견이 끝날 무렵인 하오 3시에 현총련의 집회가 예정돼 있다』며 근로자들을 자극할 소지가 있어 생중계를 피했다고 설명. 그러나 진짜 이유는 인터뷰에 나설 3부장관들이 서로 반대되는 의견을 밝히는 엉뚱한 불상사가 여과없이 국민들에 그대로 생방송될 것을 우려한 때문으로 알려졌다.

○…이날 3부장관 호소문 발표와 기자회견은 지난 18일 청와대에서 있은 노동부 업무보고때 이인제 노동부장관의 요청으로 이루어졌다고.

이경식부총리가 배석한 이 자리에서 노사문제의 원인과 해결책 마련에 3부장관의 담화문 발표가 적절하다고 인식을 같이해 18일 하오부터 문안작성에 들어갔다.

호소문 문안 작성시 3부처간에는 노사문제에 대한 뚜렷한 시각차로 이견이 제기돼 진통을 겪었는데 특히 무노동 부분임금·제3자개입금지·인사경영권 참여를 위한 쟁의인정문제 등에서 논란이 있었다.

상공부측은 이들 쟁점에 대해 보다 확실하고 분명한 입장천명을 요구한 반면 노동부는 근로자 설득 차원에서 가능한한 유연한 자세로 대처할 것을 주장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날 호소문 발표와 기자회견은 결국 이 장관의 개혁적인 노동정책 기조를 재확인하는 자리가 된 셈.<유석기·박정태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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