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야자와 기이치(궁택희일) 일본 총리는 18일 중의원에서 내각불신임안이 가결되는 순간 고개를 떨어뜨렸다. 그의 이같은 모습에서 대부분의 일본 국민들은 지난 38년간 일당체제를 구축해온 자민당 정권의 추락을 머리에 떠올렸다.실제로 하타(우전)파와 개혁파 소장의원들의 탈당으로 자민당의 몰락을 점치는 분석가들이 많다.
재미있는 것은 이러한 자민당의 말로가 메이지(명치)유신으로 끝난 도쿠가와 바쿠후(덕천막부)의 몰락과정과 여러모로 유사하다는 점이다.
우선 도쿠가와 바쿠후의 마지막 쇼군(장군)은 제15대 도쿠가와 요시노부(덕천경희)이고 미야자와 총리는 1955년 자민당 출범이후 제15대 총재이다.
또 양정권의 몰락에 국제정세의 격변이 큰 몫을 했다. 바쿠후의 몰락은 미국 페리제독의 흑선 도래가 계기였고 자민당의 몰락은 냉전체제의 붕괴가 주요배경이다. 미국의 함포외교에 굴욕적으로 문을 연 바쿠후는 살벌한 국제정세에 살아남기 위한 체제개혁인 메이지유신에 밀려났고,냉전체제속에서 금권정치를 방관했던 일본 국민은 자민당에 등을 돌리고 있는 것이다.
양정권 모두 기둥들의 모반으로 몰락의 길을 걸었다는 점도 비슷하다. 바쿠후는 나중에 정한론을 주장한 사이고 다카모리(서향음성),오쿠보 도시미치(대구보리통) 등 핵심 무사들에 의해,자민당은 하타 쓰토무(우전자) 전 대장상 오자와 이치로(소택일랑) 전 간사장 등 당내 실력자들의 반란으로 무너졌다.
바쿠후체제와 자민당 일당 지배체제는 그 몰락과정뿐 아니라 반란세력들이 지향하는 목표에 있어서도 닮은데가 있다.
내각불신임안 가결을 배후조종했던 하타파의 실질적 지도자인 오자와 전 간사장은 제2개국론을 지론으로 삼고 있다.
서양제국주의세력의 위협에 맞선 내부개혁과 대외팽창의 발판이 됐던 메이지유신이 제1개국이었다면 냉전이후 새로운 세계질서 형성에 맞춰 정치 군사대국으로 부상하기 위한 체제개혁이 바로 제2개국이며,정권교체가 가능한 정치체제 구축이 그 핵심이다.
일본의 제1개국이후 전개된 대륙침략으로 치욕을 당했던 우리로선 자민당 몰락과 함께 급부상하고 있는 제2개국 세력의 외교노선이 한반도에 미칠 영향을 예의주시하고 대비책을 마련해야 할 것이다. 일본은 북한 미사일 노동1호 발사성공에 얼마나 떠들석했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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