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2·12사건이 우리나라의 정상적인 국가발전에 얼마나 큰 해악을 끼쳤는가는 긴 설명이 필요없을 것이다. 민주주의의 성장을 오랫동안 정체·후퇴시킨 것을 비롯,나라와 사회의 기강을 뒤흔들고 국민들 가슴에 큰 상처를 입힌 것 등이 바로 그 해악이다. 그토록 불법부당한 행위요 사건이었음에도 근 14년이 지난 지금까지 정확한 진상이 규명되지 않고있음은 어이없는 일이다. 그런 점에서 민주당이 진상규명을 위해 전두환·노태우 두 전 대통령에게 39개항에 걸쳐 서면질의를 한 것은 매우 의미있는 일이라고 하겠다. 사건의 핵심주역이었던 두 전직 대통령은 반드시 성의있는 답변과 증언을 해야 할 것이다.김영삼 새 정부도 12·12를 「하극상에 의한 쿠데타적 사건」이라고 개념 규정한바 있듯이,12·12는 어떠한 논거와 주장을 내세워도 법치국가에서는 도저히 있을 수 없는,있어서는 안되는 불법행위이다. 그럼에도 사건을 일으킨 주역들은 온갖 억지이유를 내세워 12·12를 정당화 해 왔음은 다 잘아는 일이다. 전씨는 국회에서 『대통령 시해사건의 수사도중 발생한 우발적인 사건이었을뿐 그 이상도 그 이하도 아니었다』고 했고,노씨는 87년 11월 관훈토론회에서 『우리가 한 일은 역사앞에 자신있고 정의의 편에 선 것』이라고 강변했던 것이다.
이들의 주장처럼 12·12가 단순히 「우발적 사건」이고 또 「정의로운 행위」였을까. 시해사건의 수사가 매우 중요한 일이었기는해도 상관인 육참총장겸 계엄사령관을 강제 연행하고 대통령을 위협,이의 추인을 강요했으며 막중한 국토방위 임무를 맡고있는 전방부대 병력을 멋대로 동원,반대세력을 제압하여 군권을 장악하고 끝내 5·18을 일으켜 정권까지 뺏어낸 행위를 「우발적이고 정의로운 일」이라고 할 수 있을까.
사실 지금까지 12·12사건은 그저 외형적인 사건경위만 알려졌고 전·노씨도 자신들의 주장을 일방적으로 강변했을 뿐이지 진상이 소상히 밝혀진 적이 없다. 따라서 공개질의를 계기로 12·12를 일으킨 진짜 의도와 목적에서부터 사전모의와 작전계획,거사와 그후의 집권계획 등을 남김없이 밝혀야 한다. 이는 국민과 역사에 대한 당연한 의무로서 만일 질문을 묵살하거나 답변을 기피할 경우 전직대통령 답지 않은 책임회피로서 국민에 대한 배신행위로 지탄받게 되며,결국 12·12가 정권을 강탈한 행위임을 시인하는 것으로 볼수밖에없을 것이다.
아울러 최규하 전 대통령에게도 이제는 모든 사실을 밝힐 것을 요망하고자 한다. 10·26사태후 전씨 등의 움직임,12·12 당일과 다음날 새벽까지 협박받은 경위,전씨가 안기부장을 겸임한 배경,5·18계엄 확대와 광주사태때 신군부의 역할,그리고 그들의 강요로 대통령을 사임하게 된 진짜이유 등을 스스로 밝힐때가 온 것이다. 계속된 함구는 개인적으로 고뇌를 삭이는 방편은 될 수 있을지언정 왜곡된 역사를 바로 잡는데는 도움이 될 수 없음을 알아야 할 것이다.
끝으로 12·12 진상규명에 나선 민주당에 냉정하고 엄정한 자세를 촉구하고자 한다. 잘못된 역사적 사건을 올바르게 파헤치는 노력은 환영하지만 이 노력이 만의 하나 지난 일들과 관련하여 감정적이고 한풀이와 같은 보복적 차원으로 진행되어서는 안된다는 점이다.
이제 국민들은 세 전직대통령의 성의있는 증언을 통한 「국가적 봉사」를 기다리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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