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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평선

입력
1993.06.19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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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엔평화유지군의 일원인 우리 공병건설단의 선발대가 오는 24일 소말리아로 출발할 예정이다. 그런데 요즘 소말리아 현지에선 유엔군이 공중폭격과 지상작전에 나서는 등 유혈사태를 빚고 있다. 우리는 전투부대 아닌 공병부대를 파견하지만 만일의 사태에 경계를 늦춰서는 안되겠다는 생각이 든다. ◆지난 5월 소말리아 주둔 평화유지군 소속 파키스탄군이 습격을 받아 23명이나 피살되자 사건을 조종한 혐의가 있는 현지 최대군벌 모하메드 파라아이디드의 군사거점에 대해 12일부터 14일까지 유엔군의 대규모 공습이 있었다. 13일엔 공습에 항의시위를 벌이는 군중에게 파키스탄군이 발포,50여명의 사상자를 냈다. 우리 공병건설단의 장비가 부산항을 떠난 것은 15일. 그리고 17일 현지에선 지상전이 벌어졌다. ◆일련의 사태를 분석할 때 몇가지 의미가 나타난다. 우선 미국이 작전주도권을 터키군의 세비크 비르 장군에게 넘기자 현지 군벌이 유엔의 의지를 시험해봤다는 점이다. 유엔이 「신뢰할만한 존재」임을 입증하기 위해서는 구체적 「힘의 과시」가 불가피했다는 점도 이번에 드러났다. 무엇보다 두드러진 점은 힘의 행사에서 역시 미국이 주도적이라는 현상이다. ◆작년 12월 미국의 당초 파병규모는 2만6천병력이었다가 지금은 약 4천명 수준으로 줄었다. 파키스탄군 4천7백명을 포함해서 평화유지군의 현재 규모는 1만8천명이다. 이런 상황에서 우리 공병건설단은 24일의 선발대에 이어 내달 14일에는 본대가 출발한다. 폭격과 시위대 발포 등으로 소말리아인들은 지금 외국인에 대한 감정이 악화되고 있다는 보도다. 우리 부대의 처신에도 상당한 어려움이 따를 것이다. ◆공병장비를 실은 배가 떠나던 날 부두에는 「성장국력 해외진출」이라는 구호가 붙어 있었다. 이건 뭔가 잘못됐다는 느낌이다. 소말리아 평화유지군 참여는 국력과시나 해외진출의 개념이 아니라 국제사회 구성원으로서 현지의 건설사업에 기여하고 봉사하는데 뜻을 둬야하는 것이다. 그래야만 현지인들과의 화합에도 도움이 되리라는 생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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