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폭력은 안된다” 의식전환 긴요/생명존엄성·평화적 의견표시 교육을/순수와 질서 회복통해 구시대 잠깨야/통일운동 열정은 학문적 접근으로/대학 스스로도 반성·신뢰회복 시급□참석자
오병문 교육부장관/송재 연세대 총장/김희집 고려대 총장/박홍 서강대 총장
대학생들의 폭력시위는 언제까지 되풀이 될 것인가. 한총련 결성식이후 재현된 대학생과 공권력간의 물리적 충돌을 걱정하는 소리가 지난 13일 김춘도순경의 비극이 일어난 뒤로는 탄식으로 변했다. 본사는 고 김 순경의 장례식날 대학 총장 몇분과 교육부장관을 초청,바람직한 학생운동의 방향과 지도대책을 논의하고,아울러 온국민을 실망시킨 입시비리로 실추된 대학의 신뢰회복방안도 토론하는 특별좌담을 마련했다.<편집자주>편집자주>
▲박홍총장=이제 막 김춘도순경의 장례식에 다녀오시는 길이겠습니다만…. 문민시대가 열리면서 처음으로 민주적 권리요구와 학생·책임이 상충되는 시기에 한 젊은이가 불행하게 숨졌습니다. 그 죽음의 의미가 각별하지 않을 수 없습니다.
▲송재총장=장례식에서도 그런 이야기가 나왔습니다만,시대가 바뀌었으니 학생들의 시위문화도 바뀔 것으로 우리 모두가 기대히던 터에 의외의 일이 벌어져 깜짝 놀라지 않을 수 없습니다. 정말 이번 일을 마지막으로 다시는 불행한 일이 일어나지 않도록 학생들의 시위문화가 평화적으로 바뀌어야 하겠습니다.
앞으로 지도자가 될 대학생들이 생명의 존엄성을 절실하게 인식해 평화적으로 의견을 표시하는 지성인다운 방법을 학교생활 때부터 체질화해야 우리나라에도 모든 것을 순리적으로 풀어가는 풍토가 정착될 것입니다. 그래야만 죽음의 뜻이 살아나고 역사의 전환점과 교훈이 될 것입니다.
이 기회가 학생들이나 가르치는 우리 모두가 완전히 전환하는 시점이 되었으면 합니다.
○김 순경 죽음 충격
▲김희집총장=김 순경의 죽음에 대해 국민의 한사람,교육을 맡고 있는 사람으로서 애도를 금할 길 없으며 무어라 할 말이 없는 심정입니다. 교육을 담당하는 우리의 범위내에서,학생들의 시위로 경찰관이 순직한데 사과를 드립니다.
시위문화가 법질서내에서 이루어지는 것이 세계적 추세인데도 우리나라에는 수십년동안 계속해서 폭력시위가 되풀이돼온 것을 다시한번 반성하지 않을 수 없습니다. 역사적으로 볼때 폭력시위는 언제나 실패하는 것입니다.
특히 문민시대를 맞아 평화적으로 의사표시를 할 수 있는 여건이 되었는데도 폭력이 일어나고,그래서 한 젊은이를 어이없는 죽음에까지 이르게 한 일이 안타까울 따름입니다.
이 죽음을 계기로 학생운동의 방향전환이 모색되고,대학내에도 다양한 이념문제를 여과할 수 있는 체제가 마련돼야 할 것입니다.
▲박 총장=부모·친지가 오열하는 장례식에서 싸늘한 주검이 언어로 담을 수 없는 깊은 이야기를 말하고 있는 것을 우리 모두 다 들었을 것입니다. 그것은 이 시대와 젊은이를 향한 절규요 하소연이며 한탄임을 느꼈습니다.
누가 하든지 폭력적 수단 방법과 그 뒤의 의식을 끊어 없애버리는 계기가 되어주기를 그 죽음은 우리에게 얘기해주고 있었습니다. 눈물이 나 견딜 수가 없었습니다.
▲오병문장관=학생시위로 인해 귀중한 생명이 희생된 것에 교육부 책임자로서 국민과 유족에게 사과를 드립니다.
지금의 문민정부는 국민화합을 위해 사면·복권 등 모든 관대한 조치를 하고 있는데 학생들이 이런 현실을 망각하고 불법·탈법행위를 하는 것을 이해할 수 없습니다.
저는 어떠한 경우라도 대학의 위상을 확고히 다진다는 태도를 국민들에게 보여주고 싶습니다. 국가와 국민,그리고 부모와 지성사회로부터 버림받는 학생들은 어디에도 설 자리가 없습니다. 그렇게 되면 국가와 부모에 대한 죄악입니다. 그런 관점에서 교육행정을 과감히 펼쳐 다시는 불행한 일이 없도록 하겠습니다.
▲박 총장=문민시대에까지 젊은이들의 폭력시위는 끊임없이 재연되고 있습니다. 왜,무엇때문에 그렇다고 보십니까.
▲송 총장=참으로 안타깝습니다. 서구나 일본의 대학생들이 20∼30년전에 밟은 길을 지금 우리 학생들이 그대로 밟고 있습니다. 역사에 지름길이 없어 그러한 과정을 어쩔 수 없이 거쳐야 한다면 이제 우리는 짧게,줄여서 가는 방법을 찾아야만 합니다.
▲김 총장=다른 나라는 길어야 10년인데 우리나라는 해방직후부터 50여년간 대학 중심의 시위,그것도 폭력시위가 계속되고 있습니다. 그것은 세계적 이념투쟁의 희생인 남북대치에 근본원인이 있다고 봅니다.
그러나 이제 이념투쟁도 결판이 나고 한반도에도 평화통일의 무드가 조성되고 있습니다. 또 국민이 지지하는 정부가 들어선 만큼 우리도 과거처럼 폭력시위를 하면서 민주화를 떠들 시기는 지나갔습니다.
대학생들도 그러한 흐름을 잘 깨달아 민족과 국가·사회를 위한 길이 무엇인가를 반성하고 궤도를 수정해야 할 것입니다.
▲박 총장=변화의 시기에도 과거의 구조적·제도적·경험적 폭력에 대한 의식이 학생들의 머리속에 남아 있습니다. 특히 지도부와 학생들은 질적 결핍이 있으며 정신적으로 타락돼 있습니다. 폭력적 방법을 써도 당연하다는 의식을 가지고 있는 거죠. 학생들과 대화해보면 폭력의 결과도 기성세대의 책임으로 돌립니다.
가난하고 소외된 이웃에 대한 관심과 민족동질성에 대한 관심을 가지는 것은 좋으나 그것의 실현을 위해 폭력적인 방법도 정당하다는 생각이 문제입니다. 이제 교육계·언론계 등 모든 사회가 학생들을 꾸짖을 때입니다.
▲오 장관=학생들의 구태의연한 불법시위는 과거 공안정국에 대한 반항·증오가 아직까지 남아서 그럴 것입니다.
대학은 진리의 도장입니다. 학원이 폭력화할 수는 없는 것입니다. 오늘 우리 대학의 수준이 세계적 수준의 3분의 1에도 못미친다는 것을 학생들은 잘 모르고 있습니다. 순수와 질서를 회복해야 학문적 행동과 태도를 지향해야죠. 하루빨리 잠에서 깨어나야 합니다.
▲김 총장=우리가 폭력시위를 걱정합니다만 대체적인 흐름은 평화적 시위라고 생각합니다. 일부 폭력시위를 유발하는 세력 때문에 내부에서 갈등이 있는 것 같습니다.
김 순경 사건이후 학생들이 사과성명을 내고 법적 책임을 지겠다고 했어요. 일괄적으로 볼 것이 아니라 평화시위의 흐름을 악용하려는 일부 세력을 나무라야 합니다.
▲오 장관=동감입니다. 일부 직업적 시위학생들이 언제나 과격시위를 유발합니다. 대부분의 학생들이 질서를 지키고 정상적인 학원분위기를 조성하려고 노력하고 있다고 봅니다.
○대학은 진리의 장
▲송 총장=전체적인 분위기는 달라졌습니다. 전과는 달리 학생들과의 대화도 잘 되는 편입니다.
▲박 총장=학생들의 통일운동이 과연 바람직한 것인가? 앞으로 어떻게 지도할 것인가를 논의해 보았으면 합니다.
내가 볼때 보통학생들은 그렇게 관심이 없으나 주사파들만이 통일문제에 큰 관심을 갖고 있는 것 같습니다.
조국의 동질성을 회복하고 타율에 의한 분단을 자율로 풀겠다는 의지는 좋으나 방법선택이 잘못돼 있습니다. 독재정권이 통일논의를 악용하던 시대와는 달리 이제 정부가 통일논의를 독점하지 않고 대화로 풀려는 시대입니다.
그런데 학생들은 정부를 제외시키고,나아가 정부를 보고 따라 오라는 식입니다. 독재자의 방법을 배워 그보다 더 심하게 행동합니다. 정부와 시민·학생의 역할이 따로 있는 겁니다.
선 공산화 후 민주화,프롤레타리아 혁명이란 학생들의 방법이 잘못됐다는 것을 정확하게 지적을 해주어야 하는데 교육계조차 두려워하고 있습니다. 학생들은 목적을 위해 어떠한 세력과도 연대하고 거짓말도 서슴지 않습니다. 우리는 그들의 잘못을 똑바로 지적해주어야만 합니다.
▲송 총장=지금의 정부가 정통성을 가진 정부라는 것은 세상이 다 아는 일입니다. 그런 만큼 학생들의 통일운동도 정부정책의 테두리내에서 해야 한다는 것을 분명히 해야 합니다.
▲김 총장=통일의 목적은 모두가 잘 살자는 것이므로 그 바탕에는 평화가 깔려야 합니다. 쇠파이프,각목,최루탄으로 통일을 이룰 수 없습니다.
학생들은 법의 토대위에서,국민이 지지하는 문민정부 밑에서 통일운동을 해야만 강한 통일을 이룩할 수 있다는 것을 깨달아야죠.
▲오 장관=학생들이 자신들의 역할과 기능에 대한 착각을 하고 있다는 것을 실감합니다. 통일의 주체가 학생들인줄 알고 대통령·장관·총장의 역할도 자기들이 하는 줄 아는 인식의 착오가 대단합니다.
비판·의견교환·토론은 할 수 있으나 모든 것을 자기들이 다한다고 생각하는 것 같아요. 문민정부는 문을 활짝 열어놓고 언제든 의견을 수렴하고 있습니다. 통일은 민족의 염원입니다. 학생들은 그들의 시각·역할·기능에 대한 인식을 달리 해야만 합니다.
▲박 총장=이제 통일원·교육부와 대학 당국이 함께 모여 통일 열망을 질서있게 담아내는 틀과 절차를 새로 만들어야 할 것입니다.
▲김 총장=학생들은 통일문제를 현실적 정치문제가 아니라 학문적 대상으로 다루어야 합니다. 이 기회에 대학도 세미나 등 다양한 방법으로 통일을 논의하고 연구할 수 있는 학문적 장을 마련해야 합니다.
▲박 총장=학생들의 폭력시위가 아니더라도 대학은 최근 드러난 각종 비리로 상처투성이입니다. 신뢰회복이 시급합니다. 그리고 새로운 시대에 교육과 대학도 달라져야 한다고 봅니다만….
▲송 총장=교육은 미래를 위한 것입니다. 과거의 비리를 자꾸 얘기하는 것은 교육에 덕이 안됩니다. 그러나 오늘의 대학은 과거에 얽매여 맥을 못추고 있습니다.
이제 앞을 보고 뛰도록 학부모도 언론도 지켜봐야 합니다.
▲김 총장=무조건 잘못했습니다라고 말할 수 밖에 없는 현실입니다. 대학이 자성하고 자구책을 찾아야 합니다. 그러나 대학의 힘만으론 되지 않습니다. 대학은 문민시대의 꽃이라는 인식에서 모든 국민들이 밀고 끌어주어야 합니다.
○대학자율 중요
▲송 총장=교육에 대한 발상의 전환이 필요합니다. 무조건 서울에 오고 서울에 투자할 것이 아니라 지역의 학교를 키워 지역의 지도자를 길러야 합니다.
그리고 문민정부는 과감하게 대학을 믿고 자율을 주어야 합니다. 다른 것도 중요하지만 GNP의 5%를 교육에 투자하겠다는 대통령의 약속은 하루라도 앞당겨 실현시켜야 정부도 살고 나라도 살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김 총장=우리나라 대학은 겉으로 보기엔 수준과 크기가 천차만별이나 모든 대학이 획일적으로 관리되고 있습니다. 몇십년동안 정부의 통제·지시·규제에 따르다보니 특징없는 획일적이고 평준화된 대학들 뿐입니다.
앞으로 문민시대는 대학의 자율성을 존중해 대학이 스스로 자기 운명을 개척하도록 해야 합니다.
▲박 총장=이 시대 희망을 주는 대학이 되기 위해서는 대학의 병목현상 해소책부터 찾아야 합니다. 대학에서의 교육은 엘리트교육이 아니라 보통교육을 하는 것이 세계적인 추세이므로 우리도 대학의 문을 활짝 열어야죠.
곧 구성될 교육개혁위원회가 옥상옥의 기구여서는 안됩니다. 국민의 교육열은 세계 최고인데 교육부의 힘은 너무 약합니다. 교육부의 위상을 높이고 장관을 임기제로 하든가 부총리로 격상을 해야할 것으로 생각합니다.
▲오 장관=내가 장관을 맡을 때 대학을 완전 자율화하겠다는 의지를 갖고 있었으며 그 생각은 지금도 변함이 없어요. 다만 비리문제 때문에 실시시기가 늦어졌으며 기회를 보고 있습니다.
그러나 자율만큼 중요한 것은 대학의 책무라고 생각합니다. 문제있는 대학을 도와줄 수 없습니다.
교육행정이 획일적이라지만 대학도 마찬가지라고 생각합니다. 한 대학에 특정학과가 생기면 경쟁대학에도 반드시 같은 학과를 세우려합니다. 각 대학이 특성을 살리지 못하면 멀지 않아 몰락할 것이란 사실을 명심해주었으면 합니다.<정리=손태규기자>정리=손태규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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