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예시한 이달 만료… 행정부·의회 이견/“핵확산 우려” “우위 견지” 틈새 결정못해미 역대 대통령 가운데 최악인 30%대 지지율을 기록중인 빌 클린턴 대통령이 핵실험 재개여부를 놓고 또 다시 사면초가에 빠져있다.
소련 몰락이후 유일 초강대국의 위상을 핵우위로 지켜야 한다는 강경보수측과 핵공포를 종식시키기 위해 미국이 모범을 보여야 한다는 온건파 사이에 끼여 갈피를 못잡고 있는 것이다.
논란의 발단은 한시법령으로 다음달 1일 시효가 만료되는 핵실험 유예기간의 연장여부에서 비롯됐다. 부시 전 대통령은 작년 9월 미 대통령선거를 앞두고 유권자들의 지지를 얻기 위해 핵관련 법안을 통과시키면서 냉전종식의 상징적 징표로 미국의 핵실험을 9개월동안 잠정 유예하기로 결정했다.
부시의 핵관련 법안에 따르면 96년 9월30일 이후부터 미국은 기존 핵보유국들과 함께 핵실험을 전면 금지하는 협상을 주도하도록 규정돼 있다.
즉 96년 10월1일부터 미국은 여타 국가에 앞서 주도적으로 핵실험을 할 수 없다는 의미다. 그러나 문제는 핵실험 유예기간이 끝나는 오는 7월1일부터 96년 10월이전까지 미국이 핵실험을 재개하느냐 여부이다.
이를 둘러싸고 행정부처와 의회는 물론 공군과 해군이 서로 견해를 달리하는데다 러시아,중국,프랑스 등 기존 핵보유국의 관심도 지대해 국제적 방향도 무시할 수 없다.
96년까지라도 핵실험을 계속해야 한다고 주장하는 미 국방부와 국무부의 논리는 간단하다. 우크라이나,카자흐,벨로루시 등 독립국가연합(CIS)내 핵보유국의 전략무기감축협정(START) 비준이 지체되고 있고 중국 등 잠재적인 위협국가가 존재하는 한 신형 핵무기의 개발은 미국의 이익을 수호하기 위해 불가피하다는 논리다. 미 공군도 핵탄인 W80을 크루즈 미사일용 핵탄두로 개량하기 위한 핵실험을 계속해 위력 및 안전성을 보완해야 한다고 동조하고 있다.
취임전부터 핵무기 공포에서 미국을 구하겠다고 천명한 클린턴도 미국의 핵우위를 확보하기 위해선 당분간이라도 핵무기 실험이 불가피하다는 주장에 기울이고 있는듯하다.
하지만 이에 대한 국내외의 반발은 거세다. 특히 행정부내 무기통제 및 군축위원회와 에너지 관련부서 관리들은 『미국이 핵실험을 재개할 경우 러시아를 비롯한 중국,프랑스 등이 본격적인 핵무기 개발에 나서 냉전시대보다 더욱 치열한 핵경쟁이 예견된다』고 주장하고 있다.
또 북한,이라크 등 제3세계의 핵무장을 예방할 명분이 사라지며 결국 95년 시효가 끝나는 핵확산금지조약(NPT)의 연장을 꾀하는 미국이 『핵을 독식하려한다』는 비난을 초래할 것이라고 경고하고 있다.
여기에 마이크 코펩스키,제임스 엑손 등 일부 민주당 의원 등을 중심으로 의회 일각에서는 클린턴이 핵실험 재개결정을 할 경우 그의 야심적인 경제개혁안과 힐러리의 사회·의료보험 개선안에 대한 의회준비를 저지하겠다고 으름장을 놓고 있다.
미 해군도 핵실험을 통해 신형 핵탄을 개발한다하더라도 감축된 국방예산 때문에 이를 실전배치하는데는 어려움이 따른다는 견해를 표명하고 있다.
프랑스와 러시아도 클린턴의 결정방향에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수백기의 핵무기를 보유한 프랑스와 러시아가 미국이 핵실험을 재개한다면 세계적인 핵균형을 위해 잠정 중단한 핵실험을 재개할 것이라며 대응조치를 강구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만약 클린턴이 핵실험을 재개한다 하더라도 96년 10월 이전까지 미국이 핵실험을 할 수 있는 횟수는 9차례. 이중 네바다주 핵실험장을 영국이 3차례 사용하도록 돼있어 미국은 단 6차례의 제한된 지하 핵실험을 할 수 있을 뿐이다.
때문에 클린턴은 6차례의 핵실험에 정치적 모험을 하느냐,아니면 미국의 전세계적 핵전력 우위를 담보하기 위해 핵실험을 계속하느냐하는 기로에 놓여있다.<이상원기자>이상원기자>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