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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평화의 댐」 깨끗이 밝히자(사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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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평화의 댐」 깨끗이 밝히자(사설)

입력
1993.06.18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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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공 비리의 하나로 지목돼온 「평화의 댐」 건설의혹이 문민정부 사정시리즈의 도마위에 새롭게 오르고 있다. 이미 5공 청문회에서도 이 문제가 제기됐으나 진상을 밝히는데 실패,오히려 국민의 의혹만 더 부풀려 놓았던 사건이다.일찍이 외국언론조차 「정권유지를 위한 사상 최대의 기념비적 낭비」라고 비판했을 정도로 국제적인 조롱거리이기도 했던 사실을 감안할 때,이번 감사원 감사로써 모든 의혹이 깨끗이 국민앞에 밝혀지기를 기대한다.

당시 안기부 등 평화의 댐을 추진하던 인사들은 북한이 착수한 금강산댐이 전력과 농·공업용수의 공급을 위한 목적이 아니라 88올림픽을 방해하고 수도권을 물바다로 만들기 위한 수공용이라고 홍보했으며,언론도 비록 권위주의시대라고는 하지만,금강산댐의 저수용량 2백억톤이 한꺼번에 방류되면 서울 여의도 63빌딩의 절반가량이 잠길 것이라는 관급기사를 아무런 검증없이 보도하고 대응댐 건설을 위한 성금 모금에도 앞장섰던 것이다.

지난날의 이같은 보도태도에 대해 자성·자괴하면서도 정보의 독점과 조작 그리고 통치력에 의한 언론의 통제가 얼마나 큰 국가적 손실을 가져다주는가를 뼈저리게 느끼게 된다.

감사원이 평화의 댐 공사를 에워싼 의혹을 파헤치는데 있어 초점을 맞춰야 할 점은 세가지다.

첫째는 북한의 수공설이 정권유지를 위한 조작이었으냐 아니면 오판과 과장이었느냐는 점이다. 평화의 댐 건설공사가 추진됐던 86년과 87년은 5공말기로서 국민들의 직선제 개헌욕구가 분출되어 극도로 정국이 불안했다. 전두환정권이 위기상황을 탈출하고 통치기반을 강화하기 위해 금강산댐 수공설을 조작한 것인지 여부를 당시 정책과정에 관여했던 인사들을 대상으로 철저히 파헤쳐야 한다. 고의적인 조작이 아니라 단순한 오판일 가능성도 없지 않을 것이다. 그러나 비록 오판이라하더라도 그로인한 엄청난 예산과 국력의 낭비를 감안하면 그 책임자 또한 분명히 가려내서 응분의 책임을 지워야 한다.

둘째는 평화의 댐 공사에서 예산과 국력의 낭비를 소상히 규명하는 것은 물론 공사비의 정치자금 유출여부를 밝혀내야 한다. 수공위협에 대처한다는 명분으로 전국의 국민학생 저금통까지 털어 무려 7백억원의 성금을 모았으며 국가예산을 합친 1천6백억원의 공사비가 투입된 것으로 전해졌다. 설계에서부터 시공에 이르기까지 불법·부정이 없었는지,그리고 1단계 공사만을 끝낸뒤 왜 아무런 설명도 없이 내 팽개쳤던 것인지를 철저히 가려내고 밝히는 것이 성금을 낸 국민에 대한 최소한의 도리일 것이다.

셋째는 비리혐의자는 물론 정책결정 관련자는 지위고하를 가리지 말고 성역없이 조사해야 한다는 점이다. 감사원은 안기부의 자료를 근거로 진상파악에 나서겠지만,필요하다면 당시의 최고통치자일지라도 증언에 나서도록 해야 한다고 우리는 믿는다.

김영삼대통령이 16일의 전 군지휘관 회의에서도 지적했듯이 안보를 정권유지의 수단으로 악용하는 일은 절대로 다시 되풀이 되어서는 안된다. 세계적인 조롱거리였으며 우리 자신의 부끄러움의 기념비이기도한 평화의 댐 공사는 이번 기회에 그 진상이 철저히 파헤쳐야만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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