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고자 복직문제등 쟁점화/화합분위기 대립으로 선회/“고통분담으로 성장” 신경제에 악영향 우려현대그룹 계열사들을 시발로 순조롭던 노사관계가 돌연 경색된 것은 그동안 노동부가 무노동 부분임금 등 매우 민감한 정책사항들을 설익은 상태로 마구 발표,노사합의 분위기를 깨면서 분규로 치닫도록 자극한 측면이 크다는 지적이 제기되고 있다. 하필 노사협상이 한창 진행중인 때에 해고근로자 복직 등 「뜨거운 감자」같은 비경제적 쟁점을 던짐으로써 쌍방의 협상노력을 무산시켜 결과적으로 노조가 강경투쟁으로 선회케 하는 빌미를 제공한 셈이 됐다는 것이다.
경제기획원·상공자원부 등 경제부처 관계자들은 17일 『이번 현대그룹 계열사의 집단분규가 그동안 꾸준히 공감대를 넓혀온 「고통분담」 노력을 물거품으로 만들어 「신경제」 자체를 존립기로에 서게 하는 사태로 악화될 가능성도 있다』고 우려했다.
신경제는 근로자 기업 정부 등 각 경제주체의 자발적 고통분담을 통해 고임금고물가저성장의 악순환 고리를 한꺼번에 끊고 새로운 성장잠재력을 만들자는 취지로 요약된다. 그런데 이번 현대분규로 다시 「내몫 먼저 찾기」 경쟁이 재연된다면 신경제는 그 기본뿌리부터 흔들리는 걷잡을 수 없는 사태가 될 것은 불을 보듯 명확하다. 더욱이 모처럼 엔고현상과 중국 특수 등 우리 경제가 활력을 되찾을 기회가 눈앞에 닥쳤는데 「적전분열」같은 노사갈등으로 이를 송두리째 놓칠 우려도 크다.
올들어 그동안의 노사관계는 노사 양측이 서로 놀랄만큼 안정세를 보여온 것이 사실이다. 지난달까지만해도 쟁의발생이나 분규건수,분규로 인한 생산차질액 등 어느 지표를 봐도 각각 지난해의 3분의 1 수준에도 미치지 못하는 평온상태를 보였다.
이같은 노사화합 무드는 신경제 1백일 계획이 발표된 직후인 지난 4월1일 침체된 경제를 회생시키자는 취지하에 노총과 경총의 합의로 단일 인금인상안(4.7%∼8.9%)을 사상 처음 마련하면서 절정을 이뤘다.
그런데 이처럼 순조롭던 노사관계는 개혁분위기에 편승한 노동정책 기조변화 내용이 속속 발표되면서 조금씩 꼬이기 시작했다는 분석이 지배적이다.
의욕 넘치는 이인제 노동장관은 ▲해고근로자 복직 추진 ▲노조의 정치활동 허용방침 ▲인사경영권 참여를 위한 쟁의허용 ▲단체협약 자동연장 인정 등에 일련의 개혁조치를 거침없이 발표했다. 또 법정에서 해고효력을 다투는 자에 조합원 지위를 인정하는가 하면 노조설립시 상급단체 기재의무를 없애는 등 법원의 판례를 행정지침으로 과감히 수용하는 자세를 보였다. 더구나 제2노총 설립과 복수노조 인정 등 노동계의 기존판도를 뿌리째 뒤흔들 소지가 있는 정책방향도 전향적으로 검토한다는 의사를 비추기도 했다.
이렇게 되자 때마침 단체교섭과 임금협상을 진행중이던 산업현장의 교섭무대에선 일대 혼란이 빚어지기 시작했다. 당장 대림자동차 세일중공업 기아기공 효성기계 금성사 등 대기업 노조들이 일제히 해고근로자 복직문제를 임금협상 선결과제로 내걸고 나섰다. 또 해고효력을 다투는 자의 조합원 지위를 인정하는 판례를 수용한다고 발표하자 대우조선 현대자동차 현대중공업 풍산금속 해태유통 등에선 노사협상 진행에 혼선이 일었다.
특히 우려스러운 사실은 종전 노동부의 지침에 따라 교섭을 추진해온 기존노조 집행부가 새방침이 발표되자 하루 아침에 위상이 흔들리고 노조내 강경세력의 반발을 부추기면서 노사 절충보다 노노대립이 더 심각하게 돼버린 업체도 한 두곳이 아니라는 후문이다.
경제부처 일각에서 현대그룹의 연대분규 움직임을 타결하려면 제2노총·복수노조에 대한 당국의 확고한 입장발표가 선행돼야 한다는 견해가 나오고 있는 것은 바로 이런 맥락이다. 특히 전경련을 비롯한 재계도 이번 현대 분규에 관해 『전노협과 노총의 싸움판에 애꿎은 재계만 끌려들어 터지는 모습』이라고 논평했다.
대다수 국민들은 『지난 정부 말기때까지도 안정된 모습을 보였던 노사관계가 문민정부시대에 갑자기 왜 이러느냐』며 하루빨리 수습되기만 간절히 바라고 있다.<유석기기자>유석기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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