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친옐친파 조기 신당 창당 추진/야당 일부 여지지… 이합집산러시아 제헌의회가 16일 신헌법 기본원칙에 관한 선언을 채택하고 일단 열흘간의 휴회에 들어갔다.
이번 회의에서는 신헌법에 관한 의견이 러시아의 각 정치그룹과 지역별로 첨예하게 맞서 당초 예상대로 신헌법 초안을 확정하는데는 실패했다. 그러나 이번 제헌의회 개막과 함께 올 가을께 총선거가 실시될 것이 확실시됨에 따라 정계개편 움직임이 정중동속에 활발히 진행돼야 눈길을 끌었다.
특히 개혁 중도 보수 등 기존의 각 정파들이 신당 창당을 추진하거나 기존세력권에서 이합집산을 거듭하는 등 생존을 향한 발빠른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신당 추진세력은 지난 10일 「정치위원회」를 구성,조기 총선을 주장하고 지난 친옐친성향의 개혁세력들.
이들은 보리스 옐친 대통령이 그동안 의회내에 확고한 지지기반이 없어 번번히 개혁정책에 제동이 걸렸다고 판단,집권 여당의 역할을 담당할 수 있는 당을 창당해 대통령의 과감한 개혁정책을 뒷받침해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신당 추진세력은 옐친 행정부내 전 현직 고위각료 및 대통령 자문위원 사회 저명인사 등으로 구성되어 있는데 가이다르 전 총리대행,폴토라닌 정 공보장관,부르불리스 전 국무장관,슈메이코 제1부총리,표도로프 재무,코지레프 외무장관 등이 주축을 이루고 있으며 카스파로프 세계체스챔피언,세계적인 첼리스트인 로스트로포비치 등이 포함돼 있다.
이에 반해 의회내 최대 정파를 형성해온 중도세력인 「시민동맹」은 분열양상을 보이고 있다.
시민동맹은 러시아 민주당의 니콜라이 트라프킨,루츠코이 부통령,아르카디 볼스키산업 동맹회장 등 3인이 이끌었으나 러시아 민주당이 지난 5월20일 루츠코이가 소집한 중도세력 모임에 불참함으로써 사실상 결별을 선언했다.
볼스키의 산업동맹도 옐친의 제헌의회에 참여,조건부 지지를 천명함으로써 새로운 정치노선을 추구하기 시작했다. 시민동맹이 독자적인 3개 파벌로 분열된 것이다.
옐친 대통령은 자신의 권력기반인 개혁성향의 신당세력과 온건개혁으로 기운 중도파 등 범개혁세력을 포용하는 전략을 쓰고 있는 것으로 분석된다.
그는 집권 초기엔 급진개혁파를 중용했으나 이들의 행정경험 미숙과 이에 따른 중도보수파의 거센반발로 수세에 몰린바 있기 때문에 중도파중 일부 세력을 흡수해 자신의 권력기반을 한층 공고히 다진다는 전략이다.
그동안 옐친진영 실세 3인방의 면면을 보면 ▲집권초기∼92년 4월,부르불리스,가이다르,페트로프(비서실장) ▲92년 4월∼92년말 가이다르,페트로프,스코코프(안보회의 서기) ▲92년말∼93년 4월 체르노미르딘(총리),필라토프(비서실장),스코코프 ▲92년 4월∼현재 체르노미르딘,필라토프,슈메이코 등이다.
이중 체르노미르딘과 슈메이코는 중도파 출신으로 친옐친쪽으로 급선회한 인물이다.
옐친으로서는 현재 자신의 지지세력에 개혁성향의 중도파를 수혈해 개혁과 안정이라는 목표를 가진 새로운 정치세력을 결성하려는 의도를 갖고 있는 듯하다.
제헌의회가 오는 26일 재소집돼 신헌법 제정을 마무리하면 러시아의 각 정파는 옐친 지지를 표명하든가 아니면 독자노선을 축으로 건전한 야당을 표명할 수 밖에 없을 것으로 보인다.<모스크바=이장훈특파원>모스크바=이장훈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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