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치보복 표적수사” 의혹 여운남겨박태준 포철 전 회장의 수뢰 및 횡령 등 사건에 대한 검찰 수사가 예상대로 변죽만 울린채 마무리됐다.
검찰은 16일 박씨는 기소중지처분하고 황경로 전 포철 회장 등 포철 관계자 2명과 돈을 준 포철 계열사·협력사 대표 2명 등 모두 4명을 구속하고 나머지 업체 대표 23명은 불구속입건했다.
이같은 수사결과는 당초 국세청의 고발내용 이상 더 밝혀낸 것은 거의 없이 다만 형사처벌을 위한 요건만 갖추는 수준에 머문 정도로 평가되고 있다.
박씨의 개인축재혐의에만 중점을 둔 국세청 세무조사에 이어 검찰수사 역시 처음부터 한계를 설정해놓았던 것이 아닌가하는 의혹을 일게 하는 대목이다.
특히 검찰수사에 가장 큰 기대가 모아졌던 박씨의 별도 「비자금 조성」이나 「정치자금제공」 부분에 대해서는 일체 조사가 이루어지지 않아 검찰 수사 의지도 의심케하고 있다.
사건을 맡은 대검 중수부는 그동안 4명의 검사와 20여명의 수사관들을 투입,10여일동안 1백여명을 소환 조사했다.
조사결과 박씨는 20개 계열사·협력사들로부터 39억여원의 뇌물을 받고 일부 회사돈을 몰래 빼돌렸으며 황 전 회장 등 포철 관계자들 역시 별도의 뇌물을 받은 것으로 밝혀졌다.
검찰은 그러나 이 사건의 핵심인물인 박씨가 일본에 체류중인데다 수사결과 박씨가 이들 업체 대표들에게 「협박」까지 하는 비열한 방법으로 돈을 받은 사실이 드러남에 따라 이들에 대한 사법처리를 놓고 무척 고심해왔었다.
박씨는 그대로 놔눈채 뇌물을 공여한 업체 대표들만 구속한다는 것은 형평에 어긋난다는 판단 때문이었다.
또 이들 납품업체들로서는 포철이 우월적·독점적 위치에 있기 때문에 회사경영상 「원활한 관계유지」를 위해 뇌물상납이 불가피했고 더욱이 박씨측에서 먼저 돈을 요구했기 때문에 구속 등 엄한 처벌을 하는 것은 너무 가혹하다는 의견도 제시됐었다.
그러나 검찰은 「한계성 수사」라는 비난을 면하기 위해 「모양새」를 갖출 수 밖에 없었고 이에 따라 비교적 많은 액수를 건네준 조선내화와 삼정강업(주) 등 2개 업체 대표를 구속한 것으로 알려졌다.
여기에다 조사과정에서 황 전 포철 회장과 유상부부사장이 박씨와는 별도로 거액의 뇌물을 받은 사실이 드러남에 따라 함께 구속했다.
검찰은 그러나 가장 큰 관심사였던 박씨의 별도 비자금 추적조사를 피해온듯한 인상이 짙다.
검찰은 한때 모업체로부터 넘어온 11억여원이 뇌물이 아니라 박씨로부터 직접 나온 비자금 성격의 자금인 것으로 최종 확인했으면서도 「수사가 불가능하다」는 이유 등으로 자금출처는 끝내 밝혀내지 못했다.
검찰은 또 박씨의 신병확보에 대해서도 「법적으로 강제귀국이 불가능하다」며 단 한차례 가족을 통해 귀국을 종용한 것외에는 별다른 조치를 취하지 않은채 기소중지했다.
이에 따라 공소시효 만료전에 박씨가 귀국한다하더라도 지금까지의 혐의사실을 확인하는 것외에는 별다른 수사결과를 기대하기는 어렵게 됐다.
박씨 사건은 흔히 볼 수 있는 국영기업체 대표의 치졸한 뇌물수수사건으로 종결됨으로써 「표적수사」 「정치보복성 수사」라는 비난을 여전히 떨쳐버리기 어렵게 됐으며 비자금·정치자금 등의 내막은 역사속으로 묻히게 됐다.<홍윤오기자>홍윤오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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