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위진압도중 꽃다운 나이에 숨진 김춘도순경(27)의 장례식이 동료경관 등의 오열속에 치러진 16일,이 사건 수사본부인 서울 은평경찰서는 무더운 날씨보다 더 답답하고 안타까운 분위기였다.수사가 장기화할 가능성이 큰 것도 원인이지만 그보다 수사가 첫 단추부터 잘못 끼워졌다는 생각때문이다.
경찰은 사건이 발생한후 4시간이 채 못된 시점에서 『시위대의 앞을 가로막고 있던 김 순경이 학생들이 던진 돌을 가슴에 맞고 쓰러진뒤 20∼30여명이 각목과 발로 5분여간 집단폭행했다』고 발표했다.
경찰의 최초 수사발표는 시위현장을 지켜봤던 주민들의 진술은 거의 무시된채 동료경찰관들의 진술에만 의존한 것이었다.
다음날인 13일 아침 경찰은 사건현장에서 가져온 시위도구라며 벽돌조각·쇠파이프·각목 등을 펼쳐 보였다.
이후 2∼3차례 이어진 수사발표 때도 경찰은 돌·각목 등을 빼놓지 않았다.
가능한한 모든 목격자 진술을 얻어내고 현장탐문수사를 통한 증거수집 노력을 하는 등 차근차근 수사를 하기보다 시위의 폭력성·과격성을 유난히 강조하는듯했다.
시간이 지나면서 경찰의 수사발표는 20∼30여명이 10여명으로,5분여간이 1∼2분으로 바뀌었고 돌·각목 등은 사라졌다. 대신 『김 순경을 걷어찬 대학생을 쫓고 있다』는 발표가 새로 나왔다.
그리고 15일에는 검찰이 이 학생에 대한 사전 구속영장 청구를 보류하고 보강수사를 지시하기에 이르렀다.
부검결과에 있어서도 처음과 재검시 과정에 혼선이 빚어져 사건 전개과정을 지켜보는 국민들이 어리둥절해질 정도이다.
동료나 부하의 죽음에 대해 경찰도 사람이므로 흥분하고 비분강개할 수 있다.
그러나 경찰의 몫은 어디까지나 사건의 진실을 밝히는 일이다. 사건의 의미를 새기는 것은 진실을 알게 된 국민들의 몫이다.
김 순경의 죽음이 시위문화를 변화시키는 값진 희생이 되도록 하려면 냉정하고 치밀한 수사가 진행돼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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