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격추책임은 구 소련측에/희생자 보상액 늘어날듯83년 9월1일 KAL 007편기가 구 소련 사할린 상공서 격추되면서 10년 가까이 수많은 추측이 난무했던 항로이탈 원인이 「승무원의 나침방위 비행때문」으로 결론이 났다.
국제민간항공기구(ICAO)가 내린 결론은 이 기구가 세계에서 가장 권위있는 항공기구라는 점에서 사실상 007편기 사건의 직접원인은 조종사들의 잘못에 있음을 공식화한 것이다.
ICAO 결론의 요지는 007편기의 비행방식의 실수가 항로이탈에 이어 피격으로 이어졌다는 것이다.
조사보고서는 007편기가 앵커리지공항 이륙 3분후 항로를 잡기 위해 나침방위 2백45도를 선택,피격대까지 5시간동안 그대로 비행했다고 밝혔다.
또 이같은 항법장치 선택과실이 생긴 원인의 하나로 007편기 기종인 보잉747에 비행방식 선택표시가 충분치 못한 점도 언급했다.
만약 007편기가 ICAO의 결론처럼 나침방위 방식으로 비행했다면 어두운 밤에 표시물 하나없는 대양을 비행할 때는 입력된 항로를 비행기가 자동으로 찾아가도록 하는 INS방식을 채택하게 돼있는 것을 무시한 실수일 수 밖에 없다.
또 하나의 추론인 INS로의 전환이 늦었고 그 사실을 승무원 모두가 모른채 비행했다는 것도 KAL측이 책임을 면하기 어려운 부문이다.
ICAO는 그러나 피격상황에 대해서는 구 소련에 책임이 있음을 시사했다.
조사보고서는 9월1일 하오 5시27분 007편기가 1차로 캄차카반도 상공을 침범하자 부근을 비행중인 미군 첩보비행기 RC135로 오인,하오 6시9분에 격추하려 했으나 공해상으로 나감에 따라 보류했다고 밝혔다.
007편기가 7분뒤 다시 사할린 남부 상공으로 들어온뒤 사할린 상공을 빠져나가려 하자 구 소련 당국은 하오 6시25분께 조급하게 격추했다는 것이다.
따라서 구 소련측은 007편기가 민간항공기인지 철저히 확인치 않았고,영공침범시 항법 등 3회 점멸,녹색 로켓발사 등의 경고가 전혀 없이 격추시켰기 때문에 배상책임을 지게 됐다.
KAL측의 희생자 보장에도 영향이 미치게 됐다. 희생자 2백69명중 한국인 1백5명을 포함,1백55명은 10만달러에 합의가 끝났고 나머지 소송이 진행중인 1백14명 가운데 20명도 소송중 65만∼2백만달러에 합의를 마쳤다.
ICAO의 조종사 과실결론에 따라 소송이 진행중인 사람들의 보상액은 많아질 가능성이 높다.
KAL측은 ICAO 결론이 발표되자 『승무원들이 중간의무보고 지점에서 관제소와 교신을 계속했고 15분뒤 이륙한 KAL 015편기와도 교신,승무원들이 정상근무를 했다』며 『ICAO는 비행경로 기록계만 분석,결론을 내렸다』고 반박하고 『INS 등 기체결함 가능성은 도외시했다』고 주장했다.
KAL측은 『승무원의 과실이 인정되더라도 진행중인 소송에 큰 영향을 미치지 못할 것』이라고 밝히고 있으나 손상된 국제적 이미지 회복에는 상당한 시간이 걸릴 것으로 보인다.<이대현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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