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평선

『고래싸움에 새우등 터진다』는 말은 있지만 새우싸움에 고래등이 터질 일은 없을 것이다. 그런데 이런 당연한 상식이 깨지고 있는게 또다른 현실이다. 전국 8개대 3천여 한의대생들이 집단 유급사태에 빠지면서 국가적 백년대계인 우리 대학 교육이 표류하고 있는게 안타깝다. 또 일을 이처럼 그르쳐 온 보사부의 무능과 정부당국의 속수무책에 분노마저 치민다. ◆약사와 한의사간의 한약조제권 싸움이란 제각각 명분은 있다지만 국민들 보기에는 한마디로 「밥그릇싸움」이다. 서로 현실적 돈벌이와 이해관계에만 쏠려 엄청난 국가적 폐해를 부르고 있다. 약사들은 고객인 국민을 담보로 약국 철시를 멋대로 결의했다가 취소하는가하면 한의사들의 진료권 확보를 위한 투쟁에 학생들이 대리전을 떠맡고 있는 셈이라는 것이 국민의 일반적인 시각이다. ◆국민전체의 건강권이나 교육의 백년대계가 고래와 같은 막중한 존재라면 한의사와 약사들의 돈벌이를 위한 직업적 영역권 다툼은 하찮은 새우와도 다를게 없다 하겠다. 그런데도 한의사나 약사들이 끝없이 싸우다 못해 섬겨야할 국민이나 육성해야 할 교육에 마저 이처럼 상처를 내는 것이야말로 새우싸움에 고래등이 터지는 기막힌 일이 아니고 무엇인가. ◆『싸움은 말리고 흥정은 붙이라』는 우리 속담도 있는데 이번 문제를 일으키고 파문을 키운건 오히려 싸움을 말릴 책임이 있는 보사부였다. 그렇지 않아도 한약조제권에 관한 모호한 규정으로 불씨가 자라고 있던 판에 지난 3월 약사법 시행규칙 11조 1항 7호 조항을 겁없이 삭제하는 무모함을 저질렀던 것이다. 한의대생 집단유급을 막고 설득하기는 커녕 눈딱감고 학사일수만 꼽고 있는 교육부의 자세도 난감하기는 마찬가지이다. ◆학생들의 자율학습과 리포트 제출 및 특별 평가시험을 치러서라도 유급사태는 일단 막아야 한다. 그리고 국민적 큰 시각에서 당국도 두분야의 이해를 조정하고 더이상의 확산을 막을 단안을 시급히 내려야 한다. 이런 일도 해결못하면서 「개혁」이 가능하겠는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