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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선이후 민자기류/민정·공화계 은근한 미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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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선이후 민자기류/민정·공화계 은근한 미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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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93.06.15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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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치생명은 지역구에/급속한 물갈이 없을 것”/움츠림 털고 향후 정국에 새변화 모색지난 6·11 보선이후 민자당의 분위기가 약간 바뀌는 것 같다.

보선에서의 부진이후 역설적이지만 당에 은근한 「활기」가 느껴진다는 분석도 있다. 물론 민정·공화계에 해당하는 얘기이다.

○명주·양양 패배 교훈

명주·양양의 패배와 예천의 신승은 현실흐름에 민감한 정치인들에게 많은 것을 시사한다고 볼 수 있다. 무엇보다 「공천=선거승리」라는 등식을 성립시키기 어렵다는 교훈을 남겼다는게 대다수 민자당 의원들의 반응이다. 이같은 분석은 자연스럽게 과감한 「물갈이」가 쉽지 않을 것이라는 전망으로 이어진다.

민정·공화계 의원들은 새정부 출범이후 자신들의 입지에 일말의 불안감을 느껴온 것이 사실이다. 계파차원이 아니라 차기 공천 등 자신들의 향후 정치적 장래에 관한 불안감이다. 재산공개 파동과 사정바람에 주로 민정계 의원들이 당이나 의원직을 떠나고 이 자리를 민주계 인사들이 채워나가는 것을 보면서 이같은 심리적 부담은 더욱 커졌다.

그러나 사정이 약간 달라졌다. 명주·양양의 패배는 『막대기만 꽂아도 당선될 것』이라던 당내 일각의 자만심을 여지없이 무너뜨렸다. 비록 개혁의 성과가 국민 대다수의 박수를 받고 있지만 그런 일반적 지지와 구체적 선거양상은 반드시 일치하지 않는다는 점이 확인된 셈이다.

황명수 사무총장도 14일 이같은 인식을 내비쳤다. 황 총장은 문제지구당의 신임 조직책임명 기준에 대해 『무엇보다 당선가능성이 있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특히 『지방화시대에 걸맞게 가급적 지역적 연고가 끈끈한 인물이 더욱 좋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연고를 무시한채 「거물」이라는 이유로 공천했다가 실패한 명주·양양의 뼈아픈 교훈을 되새기는 모습이었다. 참신성,능력,개혁의지 등도 거론했지만 그다지 무게가 실리지 않은듯했다.

○조직책기준 여론조사

이날 처음 열린 조직강화특위에서도 비슷한 논의가 나왔다. 이 자리에선 현지 주민들이 어떤 지구당 위원장을 원하는가에 대한 여론조사 결과가 보고됐다. 가장 중요한 기준은 「지역발전 기여도」로 나타났다는게 당측의 발표였다. 강재섭대변인은 『현지주민의 35∼45%가 지역발전 기여도를,25∼35%가 인품을,20% 정도가 개혁의지 및 참신성을 요구했다』고 밝혔다.

이같은 당내 분위기는 민정·공화계 인사들에게 고무적인 반전이 아닐 수 없다.

상당수 의원들은 보선결과를 지켜본뒤 『역시 지역구가 최고다』라는 반응을 보였다. 아무리 당내 역학구도가 변하고 「물갈이」가 거세게 진행된다해도 지역구에서의 지지기반이 튼튼하면 그다지 걱정할 것이 없다는 판단이 담겨진 반응이다. 차기 공천에서도 「당선가능성」이 최고의 기준으로 등장할 수 밖에 없고 만일의 경우 무소속으로라도 출마하면 된다는 식의 여유를 찾는 것으로 보인다.

한 민정계 의원은 『지역구에서 권력핵심의 오른팔이다 왼팔이다 하는 것보다는 평소 유권자들과 얼마나 친밀하게 지냈느냐 하는 것이 중요하다』면서 『다소 구태의연한 방식이지만 지역구에 신경을 안쓸 수 없다』고 말했다.

다른 한 의원은 『역시 정치는 변화무쌍한 것』이라고 전제한뒤 『믿을 곳은 지역구밖에 없다』고 말했다. 이 의원이 말하는 「변화」란 이번 보선결과와 그에 따른 당내 분위기의 반전을 의미한다.

이런 상황을 반영하듯 주말인 지난 12일과 13일에는 대다수 의원들이 자신의 지역구를 찾았다. 그리고 민정·공화계 의원들은 그동안 움츠러들었던 모습과는 달리 이번 보궐선거와 향후의 정국변화 등에 대해 비교적 활발히 의견을 개진했다. 이 틈새에 누적됐던 불만이 언뜻 언뜻 내비친 것은 물론이다.

○“최후엔 무소속 출마”

특히 경북지역 의원들은 「TK 푸대접론」에 대해 우려를 표시하기도 했다. 대구·경북지역 정서가 예사롭지 않으며 이 때문에 예천선거에서 애를 먹었다는 얘기이다.

이처럼 6·11 보선결과는 민자당의 분위기를 상당히 바꿔놓는 계기가 될 것으로 보인다. 민정·공화계의 목소리가 상대적으로 높아지고 그동안 일방적인 독주로 평가돼왔던 민주계의 행보에 일정부분 제동이 걸릴 가능성도 있다.

이런 변화는 일단 13개 문제지구당의 조직책 선정과정에서부터 나타날 전망이다.

민정·공화계를 위기의식 속에 빠뜨렸던 「물갈이」는 그 폭이나 속도에 있어서 축소조정될 수 밖에 없을 것이라는게 일반적인 시각이다.

그러나 이번 보선결과에도 불구하고 민자당내 역학구도에 본질적인 변화가 올 것이라고는 보기 어렵다. 여전히 힘은 청와대와 그 주변의 민주계에서 나오는 것이며 이번 보선의 교훈은 어디까지나 「참고사항」일 뿐이기 때문이다.

따라서 「물갈이」를 포함한 민자당내 세력개편은 당분간 조정기를 거치며 꾸준하게 진행될 것으로 보인다.<정광철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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