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선으로 굳힌 당내 입지 “밖에서 넓히기”이기택 민주당 대표가 16일부터 28일까지 유럽 4개국 순방길에 오른다.
이 대표의 이번 유럽방문은 야당 대표의 자격으로 이루어지는 것인 만큼 이 부분에 실리는 상징성 또한 무시할 수 없다. 특히 이 대표는 출국직전 김영삼대통령과의 영수회담을 갖게돼있어 국내외적으로 정치적 입지를 보강하는 과정이 될 것으로 보인다.
이번 해외순방에서 이 대표가 얻을 실질적 성과는 김대중 전 대표와 연관된 당내 위상에 걸려있다는게 일반적인 견해다. 그리고 이는 귀국을 얼마 앞두지 않고 있는 김 전 대표와의 영국 회동일정에서 압축돼 읽혀지고 있다.
이 대표는 지난 3월 전당대회에서 결선투표까지 가는 접전끝에 김상현 전 최고위원의 추격을 따돌리고 경선대표가 되었지만 그 이후 이 대표의 당권은 지극히 취약한 것이었다.
무엇보다 대표경선에서의 승리가 자력에만 의존한 것이 아니고 김 전 대표의 당내 영향력을 빌려서 성취한 것이라는 한계를 알아야 했다. 이같은 한계는 집단지도체제 아래서 당장악에 필요한 주류형성이 지극히 미약한 형태로 나타났다.
즉 함께 주류를 이루고 있는 김원기 권노갑 한광옥 최고위원 등의 협조가 직접적인 원조라기보다는 김 전 대표를 매개로 한 간접적인 것일 수 밖에 없기 때문이다.
또한 비주류와 개혁파 최고위원들도 그동안의 당의사 결정과정에서 이 대표의 우월한 지위를 좀체 인정하려들지 않았다.
특히 모처럼의 실질적 당권행사인 당직 임명과정에서 이 대표의 지분은 정확히 9분의 1선에 머무는 것이었다. 이같은 현실은 순수집단 지도체제를 규명한 당헌상 당연한 귀결이지만 이 대표로서는 기대이하일 수 밖에 없다.
더욱이 사정없이 몰아닥친 사정바람에 휩쓸려 야당의 위상 자체가 불투명해지면서 이 대표의 위상도 따라 위축돼갔다. 또한 4·23 보선에서의 참패는 비주류 일각의 인책론까지 부추겼다.
그러나 이 대표는 명주·양양 보선에서의 값진 승리로 먹구름을 활짝 걷었다. 최욱철후보가 이 대표의 직계인데다 유난히 지원유세에 열성을 바친 만큼 이 대표가 승리에서 차지할 지분이 많다는게 당내의 주된 시각이다.
또한 15일의 여야 영수회담도 그 결과야 어떻든 성사자체가 이 대표로서는 개인적인 성공이라 할 수 있다. 특히 보기에 따라서는 이번 영수회담은 김영삼대통령이 김 전 민주 대표의 귀국을 의식,이 대표를 공식적인 상대역으로 선택한 것일 수도 있어 더욱 의미가 크다.
이런 점에서 이번 유럽순방은 국내에서의 제자리 매김을 밖에서 보강하는 정치적 무기로 활용할 것으로 보인다.
가장 관심을 끄는 김 전 대표와의 영국 회동도 쐐기박기 내지는 선택적 영향력 행사요청 차원의 것일 공산이 크다.
따라서 귀국전 당의 원로인 김 전 대표를 방문하는 것은 정치도의상의 당연한 일정이라는 설명은 형식적인 것일 수 밖에 없다.
무엇보다 이 대표는 김 전 대표의 정계은퇴 의지를 거듭 확인하고 앞으로의 활동계획을 가늠해 스스로의 당운영 구상에 참고하고자 할 것이다. 또한 돈독한 관계를 강조하는 것으로 당내 신민계 세력의 이반을 억제하는 효과도 노릴 것으로 보인다.
애초에 4·23 보선패배후 이번 방문을 계획하던 당시만해도 6·11 보선에서의 또 한번의 패배가능성과 관련,당내 인책론을 희석하고 DJ의 지원을 버팀목으로 삼겠다는 소극적인 구상도 있었을 법하다.
그러나 보선승리와 영수회담으로 불기 시작한 위상강화의 탄력으로 보아 상당히 적극적인 입장 개진의 장이 될 가능성도 있다.
이 대표는 영국외에도 독일 프랑스 이탈리아를 방문한다. 독일에서는 이번 여행의 초청자인 람스도르프 자민당 총재와 클로제 사민당 원내총무 등 정치지도자들과 만나 주로 통일문제를 주제로 의견을 교환할 예정이다. 또 영국에서도 맥케이 상원 의장을 만나 의회 차원의 협력방안을 논의한다.
이탈리아에서는 스칼파로 대통령과 나폴리타노 하원의장 등의 정치지도자와 환담한다. 특히 지오바니 콘소 법무장관을 만나 「마피아와의 전쟁」 등 사정활동에 대해 논의할 예정이다. 프랑스에서도 아직까지 일정이 잡히지는 않았으나 지스카르데스탱 전 대통령,자크 시라크 전 수상,미셸 로카르 사회당 총재 등을 만날 계획으로 있다.
김봉호 장석화 이경재 박은태 이우정의원 등 10여명의 수행원과 함께 유럽 주요국의 조야 지도자를 만나는 모습을 통해 이 대표는 야당 대표로서의 이미지를 한껏 부각코자 하고 있는 것이다.<황영식기자>황영식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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