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 견제북 고립탈피 결정적 역할/「대화와 설득」 외교효력… 입지높여북한의 핵확산금지조약(NPT) 탈퇴유보는 중국이 지난 12일 외교부 성명을 통해 밝힌 것처럼 북한 핵문제를 해결을 위한 「초보적 진전」이다. 북한의 NPT 탈퇴 발효로 야기될 수 있는 국제적 제재와 같은 파국을 모면했을뿐 이는 새로운 시작을 의미하는 것이다.
지난 3개월동안 중국의 역할은 ▲북한에 대한 외교적 울타리역 ▲중재를 위한 대안제시 ▲북한에 대한 설득 ▲북한에 대한 압력이라는 4단계로 전개됐다.
북한의 NPT 탈퇴직후 미국을 비롯한 서방국가들간에 대북제재 여론이 비등하던 때 중국은 분명하게 서방측과 거리를 두고 다른 길을 걸었다.
북한의 NPT 탈퇴선언전까지 중국은 한반도가 비핵화되어야 한다는 입장에서 국제원자력기구(IAEA)의 특별 핵사찰 촉구 등 북한의 핵의혹 해소를 위한 국제적 압력에 소극적인 자세로나마 동차해왔다. 그러던 중국은 북한의 NPT 탈퇴선언이후 이러한 동참 자세에서 이탈했다. IAEA가 북한 핵문제를 유엔안보리로 이관하는 결의안을 채택할 때 반대하였으며 4월8일 미국을 비롯한 서방측이 안보리에서 북한의 NPT 복귀를 촉구하는 결의안을 채택하려하자 역시 이를 극력 반대,한차원 낮은 단계의 의장성명으로 대치시켰다. 5월12일 북한의 NPT 복귀를 촉구하는 결의안이 채택될 때에도 중국은 초기 반대,막판 기권의 수순을 밟았다.
북한에 대해 「외교적 울타리역」을 해주는 한편으로 중국은 북한 핵문제 해결을 위한 자신의 해법을 제시했다. 이는 ▲북한과 IAEA ▲미국과 북한 ▲남북한간의 대화와 협상을 통해 북한 핵문제를 해결해야 한다는 것이다. 북한의 NPT 탈퇴유보가 이 「3방면 협상」중의 하나인 미국과 북한간의 고위급회담을 통해 도출됐다는 사실은 중국식 해법의 유효성을 입증해주는 것이다.
당가선 중국 외교부 부부장이 4월초 북한을 비밀리에 방문,김일성 부자와 요담했다는 등의 보도는 중국의 북한에 대한 설득노력이 물밑에서 전개됐음을 시사하는 대목이며 중국측도 구체적 확인은 피했지만 대북한 설득노력을 지속적으로 전개했음을 시인해왔다.
압력과 관련해서는 강택민 총서기겸 국가주석이 지난 5월13일 북한 특사의 접견을 거부했다는 미확인 보도가 있었다.
이의 사실여부는 현재로서는 알 수 없지만 중국 특유의 은유적인 저강도 압력」이 행사된 것이 분명한 것 같다. 탈퇴발효를 달포 남짓 남겨둔 시점인 지난달 26일 전기침 부총리겸 외교부장이 한국을 방문한 것과 지난 14대에서 정치국 상무위원 후보로까지 거론됐던 중국 권력서열 제9위 전기운 전인대 상무위 제1부위원장겸 정치국원이 12일까지 서울에 머물렀던 사실은 북한의 결단을 촉구하는 무언의 시위이었음을 부인할 수 없다.
북한 핵문제를 놓고 장차 벌어질 외교전에서 중국의 역할은 더욱 중요해질 것이 분명하다. 앞으로 중국의 역할을 점쳐보기 위해서는 그동안 여러 경로를 통해 우리측에 전달한 북한 핵문제에 관한 중국측의 기본입장을 살펴볼 필요가 있다.
중국측의 고위당국자들은 ▲한반도의 비핵화 ▲한반도의 전쟁방지 ▲남북대화를 통한 한반도의 통일이라는 기본 전제하에서 『북한의 핵문제가 동북아문제로 국한되어야 한다』는 입장을 강조해왔다.
북한의 NPT 탈퇴선언이후 중국은 북한 핵의혹 해소문제와 관련하여 독주해오다시피한 미국을 견제하는데 성공하였으며 또 미·북한의 채널을 개통시켜 북한을 고립으로부터 벗어나게 하는데도 결정적인 역할을 했다. 또한 대화와 설득이라는 중국식의 해법에 대한 한국측의 동의도 이끌어냈다.
이런 맥락에서 북한의 NPT 탈퇴가 중국의 대한반도 영향력을 제고시키는 계기가 되었음을 부인할 수 없을 것이다.<북경=유동희특파원>북경=유동희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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