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무슨 작태냐. 흡사 상복을 몇년 입어야 한다는 논쟁을 빌미를 정적을 제거하던 왕조시대의 복선 깔린 암투와 다를게 무엇인가. 그렇다면 차라리 상공부를 없애버리는게 낫다』재벌 대기업의 업종전문화를 추구하려던 상공부의 주력업종제가 「호랑이 그리려다 고양이 그린」꼴이 되자 그 배경을 깊이 알아본 한 원로교수가 탄식 섞어 내뱉은 말이다.
기가 막혀 울화 토하듯 던진 얘기여서 물론 액면 그대로 심각히 받아들일 수는 없을 것이다. 그렇지만 주력업종제가 「뼈대」만 앙상한 모습으로 수정된 저간의 사정을 들어보면 노교수의 흥분에 공감이 간다.
신경제의 부문계획 수립과정이 모두 그렇듯 주력업종제 초안도 최종 문안의 토씨까지 관계부처의 합의를 거쳐 부총리,청와대 경제수석이 각각 「결재」한뒤 발표됐다. 당초안이 발표된 신경제 계획위에선 학계뿐 아니라 재계 대표조차 바람직한 제도라며 칭찬을 아끼지 않았다는 후문이다.
그런데 예상밖의 반론이 엉뚱한데서 불거졌다. 민자당 등 일각에서 『주력업종을 상공부가 신고받는다면 정부 개입 확대가 아니냐』고 쏘아붙인 것이다.
사실 실무협의과정에서도 「신고」라는 표현에 오해가 생길지 모른다는 우려가 제기됐던 것으로 알려졌다. 하지만 국민세금으로 만든 싼 이자의 정책자금을 아무에게나 선착순 배급할 수 없듯,우대조치가 주어질 주력업종도 당국의 유도방향과 맞아 떨어지는지 최소한의 검증은 받아야 한다는 결론이었다.
그렇지만 지난 열흘간 당정은 업종전문화와 원칙엔 각자 공감한다면서 새 대안의 제시도 없이 꼬리에 불과한 「신고」를 트집잡아 몸통 전체를 마구 흔들어댔다. 입씨름 끝에 오해가 풀려 머쓱해지자 이번엔 서로 「체면」 세우느라 두루뭉수리한 표현의 최종안에 합의,서둘러 말썽소지를 봉합해버렸다.
결국 간섭을 줄인다는 취지아래 상공부는 경고나 퇴장명령권없이 그저 호루라기만 불어 반칙을 막도록 역할이 제한된 셈이다. 이런 부류의 심판관이면 아까운 세금만 축내지 못하게 직무유기를 들어 내쫓아야 하지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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