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학생운동권 최악의 수세국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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학생운동권 최악의 수세국면

입력
1993.06.15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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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총련 “탈정치 평화노선” 퇴색/시대변화 적응 실패… 존폐론도김춘도순경 사망사건을 계기로 한총련(의장 김재용·한양대 총학생회장·수배중)을 구심체로 한 학생운동권이 최악의 수세국면을 갖고 있다.

문민정부 출범과 세계적인 탈이념조류,학생대중과의 괴리 등 내·외적 상황변화로 그간 존립위기에 직면,입지강화를 위한 돌파구 마련에 부심해온 학생운동권은 지난 5월 정치투쟁 일변도였던 전대협을 자진 해체하고 평화적 운동방식을 천명하는 등 이미지 개선에 노력해왔다.

그러나 한총련은 지난 5월29일 집행부의 평화시위 약속에도 불구,폭력시위를 재현한데 이어 12일 급기야 시위진압 경찰이 학생들에게 구타당해 사망,시대변화에 적응치 못하는 구태의연한 정치운동 집단이란 오명을 벗기 어렵게 됐다.

물론 한총련은 평화적 시위를 위해 최대한 노력했다고 밝히고 김춘도순경 사망사건은 「예기치 못한 돌발사고」라고 규정하고 있다.

그러나 사상 유례없는 개혁을 추진,국민들로부터 호응을 얻고 있는 문민정부와 정면대응을 벌이고 결과적으로 시위진압 경찰관 사망을 초래한 한총련에 대해 국민들의 반응은 차갑기만 하다.

한총련이 5,6공과 같은 권위주의적인 「특수상황」에서 유효했던 투쟁방식을 문민정부와의 대응에서도 동원할 수 밖에 없었던 것은 문민정부 들어 갈수록 약화되는 입지를 강화하기 위한 고육책이었던 것으로 풀이된다.

한총련은 출범과 함께 일반 학생들과의 거리를 좁히기 위해 등록금 인상반대,교육재정 확보,학원 자치권 쟁취 등 학내문제를 우선 활동목표로 내걸고 「탈정치적 평화노선」을 선언하는 한편,전신인 전대협이 협의체 형식이었던 것과 달리 각 대학 단과대학생 회장까지 조직구성원으로 포함시키는 등 운동목표와 조직의 정비를 서둘렀다.

당시만해도 한총련이 내건 활동목표는 80년대 정치투쟁 일변도와는 대별되는 실용주의 노선으로 해석됐다.

그러나 한총련은 전신인 전대협이 88년 8·15 남북 학생회담 추진,89년 평양축전 임수경양 파견,90년 범민족대회 추진 등 주로 통일문제와 관련,정부측과 정면대응해온 「전통」을 벗어던질 수 없는 활동상의 제약을 당초부터 안고 있었다.

전국 대학의 총학생회로 구성된 한총련이 쉽게 「이적단체」로 규정되기는 힘들지만,전대협 때부터 통일문제를 전담해온 조국통일위원회는 실정법을 뛰어넘는 통일논의를 정부측에 요구,비록 문민정부라 하더라도 이들의 요구를 수용하기는 어려웠기 때문이다.

또한 문민정부 출범으로 각 분야의 민주화가 진행됨에 따라 학생들의 민주화 투쟁이 설자리를 잃어가고 있는 것도 한총련이 「통일투쟁」을 전면에 내세워 대정부 맞대응이란 무리수를 선택하게 한 이유의 하나라고 할 수 있다.

그러나 한총련의 통일투쟁을 중심으로 한 정치투쟁노선 고수는 김춘도순경 사망사건을 계기로 학생운동권의 입지약화를 가속화시켜 학생운동권의 존폐론까지도 거론되는 결과를 낳고 있다.

그동안 이한열군,강경대군 치사사건이 공권력에 의한 횡포를 상징하는 사건으로 여겨져온 것처럼 김춘도순경 사건은 89년 5월 부산 동의대사건과 함께 학생운동 폭력시위의 부작용을 상징하는 사건으로 떠올려질 것이다.

국민들은 문민정부 출범과 함께 변신을 모색해온 학생운동권의 진로에 상당한 관심을 가졌으며 정치투쟁 일변도에서 벗어난 학문과 생활영역의 운동을 활동목표로 내세운 한총련의 출범에 안도와 기대를 하고 있던 것도 사실이다.

김춘도순경사건을 계기로 한총련은 「건전한 비판세력」으로 다시 태어나느냐,시대착오적인 정치투쟁집단으로 남느냐 하는 기로에 서있다.<유승호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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