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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명분보다 실리 택했다/북·미 공동성명에 담긴 뜻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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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명분보다 실리 택했다/북·미 공동성명에 담긴 뜻

입력
1993.06.14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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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핵사찰등 불연계땐 강경선회 여지미국과 북한이 11일 4차례에 걸친 회담을 마친후 발표한 공동성명을 보면 양국의 외교접근 방식이 매우 다르다는 것을 느끼지 않을 수 없다. 크게 3개항으로 된 이 성명은 북한이 지금까지 미국의 입을 통해 듣기를 원하던 정치구호 약속으로 채워진뒤 3항의 맨 마지막에 『북한은 자율적으로 필요한 만큼 국제 핵확산금지조약(NPT)에 남겠다』는 말만 덧붙이고 있어 온통 「북한의 정치승리」로 채색된 듯하다.

이들 3개 원칙은 사실 지금까지 미국이 인정해온 정책들이었으나 북한은 이런 목소리들을 미·북한의 동등한 대좌를 통해 공식적으로 들으려고 무던히 노력해왔다.

북한은 6·25전쟁 휴전협정 당사국에 한국이 빠져있는 대신 북한과 미국은 서명국임을 강조하면서 한국을 제쳐두고 미국과 직접 협상해야 한다고 주장해왔다.

북한은 당당한 주체국으로서 전쟁 서명국도 아닌 한국과 무슨 협상을 벌이기 보다는 같은 휴전서명국인 미국과 직접 머리를 맞대고 협상하면서 한반도 문제를 논의해야 한다는 주장이었다.

미국은 이런 북한의 정치선전 구호들을 이번 뉴욕회담을 통해 거의 모두 들어준 것이다. 이런 북한이 숙원하던 정치구호들을 모두 들어 주면서도 정작 북한의 NPT 탈퇴번복 문제는 『북한이 필요로 하는 만큼 일방적으로 NPT에 남기로 했다』는 매우 인색한 표현으로 북한의 핵문제에 대한 일말의 양보만 얻고 있을 따름이다.

북한 핵문제 해결에 있어서 가장 중요한 영변 화학공업단지의 2개 기지에 대한 국제원자력기구(IAEA) 강제사찰 문제는 언급도 되지 않아 공동성명은 거의 북한의 정치적 승리로 보여질 법하다.

그러나 클린턴 대통령은 공동성명이 발표된 직후 성명을 발표하고 이는 『미국의 승리일뿐 아니라 국제사회의 승리』라고 규정하고 있다.

미국이 이번 공동성명을 통해 북한이 주장해온 많은 구호들을 삽입해주고 나서도 자신들이 승리했다고 말하는 것은 적어도 2가지 의미가 있는 것으로 분석해 볼 수 있다.

첫째는 미·북한 회담에서 미국이 노리는 것은 오직 핵문제의 해결이기 때문에 북한이 어떤 조건을 붙였든간에 NPT 탈퇴의사를 번복한 것은 분명한 승리가 아닐 수 없다는 것이다.

둘째로 『내정에 간섭하지 않겠다』 『평화통일을 지지한다』 『상호주권을 존중한다』는 등의 구호는 미국 정치의 실용주의노선에 비춰보면 뭐라고 하든 미국 이익에는 아무런 문제도 되지 않는다는 것이다. 특히 한국이 미·북한간의 정치협상을 권장하고 있는 입장이어서 이런 것을 들어준다는 것은 아무런 정치적 상실을 의미하지도 않는다. 이런 정치구호 양보는 핵문제 해결의 실마리를 얻는데 얼마든지 유용하다는 미국식 실용주의 사고방식이다.

그러나 미국은 이번 협상의 실마리가 IAEA의 2개 기지에 대한 사찰로 결국 이어지지 않으면 대북한 강경책으로 급선회할 가능성이 크다.

미국은 이번 회담에 앞서 회담의 목적을 뚜렷이 밝힌바 있다. 첫째는 북한의 NPT 잔류이고 둘째는 IAEA의 핵사찰을 받아들이게 하는 것,그리고 셋째는 남북한간 상호 핵사찰을 받게 하는 것이다. 어떤 경우에도 이 3개의 조건은 결국 미국측이 포기않고 끈덕지게 주장하리라는 것이다.

미국내에서는 냉전후 미국의 세계리더십이 극히 약해졌다고 한탄하면서 이 리더십의 회복을 주장하는 목소리가 높다. 그럴경우 북한 핵문제만큼 미국의 리더십이 발휘될 수 있는 분야는 드물다.<워싱턴=정일화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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