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앙정치무대선 “무명”/87년 정계 투신… 성실성 높이 평가받아민주당의 불모지 강원도에서 기적적으로 제1야당의 깃발을 올린 최욱철 당선자는 30년 가까이 고향을 지켜온 명주 토박이.
당소속 의원들이 서로 『어떤 사람이냐』고 물어볼 정도로 중앙정치무대에는 알려지지 않은 정치인이나 지역에서는 나름대로 기반을 닦아왔다.
작달만한 체구에 네모진 「토종얼굴」을 하고 있는 그를 잘 아는 사람들은 『복싱으로 말하면 철저한 인파이터』라는 비유를 곧잘한다. 그만큼 승부근성이 강하고 뚝심이 든든하며 저돌적이다.
이기택대표는 보선기간내내 『최욱철이는 충분히 해낼 것』이라며 『예사로 당찬 사람이 아니다』라고 평가해왔다.
최 당선자의 최대 장점은 지역에 널리 알려진 성실성이다. 정치에 투신한 지난 87년 이래 지역구 전체를 발로 누벼왔다. 개혁강풍을 탄 민자당 독주분위기속에서 승리를 낚아올린 것도 바로 이같은 성실성에 대한 지역구민의 평가라고 볼 수 있다.
최 당선자는 흔히 보는 야당의 젊은 후보들과는 걸어온 길이 판이하다. 흔한 운동권 경력도,명문대 학벌도 없다.
고향인 명주에서 자라 고등학교를 마치고 서울에서 대학을 다니고,대기업체에 잠시 몸담은 전형적인 「촌똑똑이」라고 할 수 있다.
얼핏 농촌지역의 여당 후보를 연상시키는 이미지에도 불구하고 그의 「야당입신」 의지는 남달랐다.
87년 대선 당시 신민주공화당 김종필후보의 명주군 선거대책위원장을 맡으면서 정치에 발을 들여놓은 그는 3당 합당에 실망을 느끼고 90년 5월 이기택대표의 「소민주당」 창당에 합류했다.
88년 13대 총선에서 1만3천여표의 득표로 2위를 기록한 탄탄한 득표력에 미루어 커다란 결심이었다. 지역특성을 감안할 때 김대중의 평민당 이미지를 결코 벗을 수 없는 통합 민주당의 후보로 14대 총선에 임한 것도 쉽사리 흉내낼 수 있는 일이 아니었다고 중앙당사에서는 평가하고 있다.
특히 강원도 바람을 일으켰던 정주영 전 국민당 대표가 좋은 조건을 제시하여 「말갈아타기」를 권유했으나 거절하고 「승산없는 싸움」에 임했던 것은 그의 고집스런 면모를 여실히 보여준다. 당시 민주당내에서는 그의 지역기반으로 보아 국민당 후보,최소한 무소속 후보로 나섰더라도 승리했을 것이란 관측이 있었다.
이같은 그의 근성을 높이 산 이 대표는 「소민주당」이래 그를 농어촌 특보로 삼아 강원도의 재목이라고 내세워왔다.
명지대 재학시절에는 학도호국단장(총학생회장)을 지냈고 재경 강원도 학우회장으로 어려운 고향 후배에 학자금을 보태주는 등 나름대로의 「지도자학습」을 받았다. ROTC 출신으로 소대를 지휘한 경험도 소중했다고 그는 말하고 있다.
그러나 졸업후 「현실」에 밀려 삼환기업에 입사,만 4년동안 사우디아라비아에서 근무해야 했다. 고생스러웠던 사우디생활을 통해 그는 아파트를 두채나 마련할 정도로 「촌에서는 큰돈」을 벌어 보기도 했으나 87년 정계 입문이후 두번의 선거를 치르면서 빈털터리가 됐다.
그는 이 대표에 대한 충성심이 유난해 앞으로 특별한 「사랑」을 받을 것으로 보이며 당내에서도 유일한 강원도 의원이란 이점을 갖고 있다.
◎최 당선자 일문일답/“주민과 동고동락 승리 원동력/농어민 소외감 해소에 온 정열”
다음은 최 당선자와의 일문일답 내용.
당선소감은.
『개인의 승리가 아니라 명주·양양 전 유권자의 승리이며 민주주의의 승리라고 생각한다. 오늘의 승리를 위해 험한 길을 함께 걸어온 이기택대표와 민주당 당원에게 뜨거운 감사를 드린다. 신명을 다해 충실한 나라의 일꾼이 될 것을 굳게 약속한다』
승리의 원인은.
『진실이 통했다고 본다. 어느날 갑자기 이 지역에 내려온 정치인이 아니라 오랫동안 이곳에서 애환을 함께 해온 삶이 평가를 받았다고 생각한다. 나는 10년간 1천6백여회의 경조사를 다닐 정도로 지역주민 모두가 나의 벗이고 어버이고 동생들이다』
가장 호소력 있었던 선거전략은.
『지역구 대표는 그 지역실정을 가장 잘알고 올바르게 대변할 수 있는 지역출신이어야 한다는 점을 강조했다. 평소 열심히 살아온 사람을 대우해달라고 호소했다. 과대한 포장에 현혹되지 말고 그간의 삶에서 누가 노력했는지를 판단해달라고 강조했다』
앞으로의 포부는.
『지난 10년간 지역구를 갈고 닦은 과정에서 절실하게 느낀 농어민의 소외감을 해소하는데 온 정열을 다바치겠다. 현재 농어민의 어려움을 해소할 수 있는 법률이 마련돼있지 않기 때문에 이를 개선할 수 있는 법률 개정에 신명을 다바치겠다』
이번 보선의 승리가 갖는 의미를 무어라 생각하는가.
『현 정부가 개혁을 추진하면서 사정의 형평성 상실 등 간과할 수없는 문제를 노출했다고 본다. 이를 명주·양양 군민이 심판한 것이라 생각한다』
부인 박계란씨(37)와 2남.<황영식기자>황영식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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