군의 기강이 풀려서 구제하기 어려운 상태에 이르지 않고서야 이런 참사가 어떻게 일어난다는 것인가. 놀랍고,안타깝고,분노가 치민다. 전방부대에서 포격훈련을 받던 동원예비군 및 현역장병 19명을 무참히 숨지게한 10일의 폭발사고는 「상식으로는 일어날 수 없는」 사고가 일어난 것이라는 점에서 우리군의 상식을 벗어난 기강해이를 먼저 탓하게 된다. 정말 이럴수도 있는가.사고원인 조사에 나선 국방부는 『훈련중 포사격을 하기 위해 고폭탄 앞부분에 신관을 조립하다 고폭탄이 폭발한것』이라고 한다. 신관 자치에 결함이 있었던 것인지 조작이 서툴러 무리한 충격을 가했던 것인지는 불분명하다는 것이다.
조사결과를 발표한 국방부당국자는 그러나 『조립중 신관이 폭발한 사례는 들어본 일이 없으며 불가사의』라고 말한것으로 전해졌다. 상식으로는 도저히 이해할수 없는 일이 일어났다는 사실만이 진실하다. 「담뱃불 점화」에 의한 연쇄폭발이 아니라고 믿을만한 설득력이 있는것 같지도 않다.
우리가 중요하게 생각하는 것은 이처럼 일반적인 상식으로 판단할 수 없는 이변에 의해 일어난 사고라면 당연히 상식 밖의 기강해이가 그 원인의 배경이 되었으리라는 문제의 제기다.
포는 물론이고 소총사격 훈련장의 기강도 어느 훈련장보다 엄중한게 상식이다. 인명에 직결된 사고 가능성이 높은 현장인만큼 엄중한 군기는 불가피한 것이기도 하다.
최근 거세게 몰아붙이고 있는 사정바람과 율곡사업에 대한 감사 등 세태의 급변으로 군의 지휘계통이 충격을 받고 흔들리거나 일부 기강해이 현상을 빚을수 있다는 변명따위는 애당초 성립되지 않는다.
위험한 장비와 민감한 폭발물을 다루며 한순간의 방심도 허용되지 않는 방위 제1선을 전담하고 있는 군 지휘계통이 본연의 임무 바깥의 사회환경에 대해 필요이상으로 괘념하거나 한눈팔 일이 아니기 때문이다.
사고의 직접적인 원인이 어디에 있든,사고원인의 배경에 기강해이의 문제가 깔려 있음이 틀림 없다고 확신하기 때문에 군의 실제 지휘책임을 진 국방장관은 실무책임은 물론 도의적 책임을 져야한다고 우리는 생각한다.
김영삼대통령이 예비군제도의 전면적인 재검토를 지시한것을 환영한다. 그는 이미 지난 대선과정에서도 개선책을 공약한바 있다. 이 기회에 예비군 훈련제도에 있어서 실전에 연결되지 않는 정신훈화나 다른 잡무 등으로 시간을 채우는 식의 비효율을 과감히 제거하는 제도개선이 이뤄져야 한다. 지금과 같은 동원훈련이 과연 필요한 것인지에 대해서도 발상의 전환이 있어야 한다고 생각된다. 실질적 전력보강과 직결되지 않는 예비군훈련 체제의 형식적 요소들은 당연히 재검토 되고 추방돼야 할 것이다.
정책 입안자와 그 하위실행자들의 성의없고 무책임한 시책이나 훈련으로 인한 현역·예비군의 아까운 희생은 이번으로 마감돼야 한다. 정부의 「개혁」노력이 여기서도 요구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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