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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26회 한국일보문학상/「풍금이 있던 자리」작가 신경숙씨(인터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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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26회 한국일보문학상/「풍금이 있던 자리」작가 신경숙씨(인터뷰)

입력
1993.06.11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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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통념과 다른 아름다운 것 존재”/“풍금이란 퇴락과 대비되는 상징/글쓰기는 내 삶의 든든한 버팀목”제26회 「한국일보 문학상」 수상자인 신경숙씨(30)는 우리 사회의 젊은이들이 이념적인 쇠퇴와 욕망의 자유로운 분출이라는 변화된 분위기 속에 마땅한 문학적 대응을 찾지 못하던 시점에 새로운 문학을 제시한 작가라고 볼 수 있다. 시적인 문장,곳곳에 배어있는 생활의 아름다움을 찾아내고야마는 섬세한 시선은 그를 최연소 「한국일보 문학상」 수상자로,그리고 1회 수상자인 한말숙씨 이후 여성으로서는 두번째 수상자로 선정되게 한 셈이다.

수상작인 「풍금이 있는 자리」는 「문학과 사회」 92년 여름호에 발표됐던 작품으로 유부남과 젊은 여인의 사랑이라는 언뜻 통속적인 불륜관계를 섬세한 감수성으로 표현하고 있다. 화자인 「나」는 갈피를 잡을 수 없는 갈등 속에서 「그」,「아버지의 여자」,점촌댁,그리고 스포츠센터의 중년부인 등을 편지와 회상속에서 떠올리며 애정과 삶의 연결고리를 더듬고 있다.

황토빛 삶만이 전부인듯 황량한 어린시절에 나타난 아버지의 첩,동생 이불보를 병아리색으로 바꾸고 두릅전을 부치던 그 여자가 뿜었던 매력과 「나」의 존재를 인정해 주던 느낌이 황홀해 장래 희망란을 메울때면 언제나 생각나게 했던 그 여인을 「나」는 잊지 못하고 있다. 잊지못하면서 「나」 또한 그 여인처럼 되어가고 있다.

바람난 남편 때문에 해가 다 떨어진 저녁에 살빼기 줄넘기를 하던 점촌댁,그리고 통곡을 하던 중년부인이 작중화자의 내면에서 복잡하게 뒤엉키면서 「나」는 사랑의 도피를 결심하지만 무수한 회상과 상념을 거치면서 「나」는 또한 도피행각을 결국 단념한다.

신경숙씨는 『몸뻬바지만 입는 엄마보다 뉴똥저고리의 흰 얼굴을 가진 「아버지의 여자」에 매료되는 주인공을 비난할 수 있을까요. 일체의 사회적인 통념을 떠나서 아름다운 것은 있습니다. 너무나 아름다워 슬픈 이야기에 관심이 갑니다』고 말한다.

「풍금이 있던 자리」는 지난해 발표됐지만,오래전부터 구상하고 제목까지 정해놓았었다. 「풍금」은 시골 국민학교의 퇴락한 환경에 대비되는 아름다움의 상징이다. 아름다운 화음을 내는 유일한 악기가 풍금이던 때를 기억하면서 이 악기의 울림을 통해 상상할 수 있는 것들을 글로 표현했다.

전북 정읍 출신으로 15세때부터 서울에서 자취하기 시작한 그는 『젊은 작가답지 않게 농촌풍경을 사실적으로 묘사한다』는 평가를 받고있다. 가장 감수성이 예민한 시기에 고향을 그리워하며 지낸 것이 작품세계를 형성하는데 큰 영향을 주었다.

그는 서울예전 문예창작학과를 졸업하고,86년 「문예중앙」 봄호에 「겨울우화」로 등단했다. 최근 나온 「풍금이 있던 자리」(문학과 지성사간)는 순수소설로서는 드물게 각 서점 베스트셀러 집계 상위권에 올라있다.

그는 『글을 쓰는 것은 내게 숨통을 트는 일이었다. 힘들기도 하지만,살아가는데 중요한 버팀목이다. 「우물 속에 비친 자기얼굴을 깊이 들여다보면 보편성도 얻을 수 있다」는 은사 최인훈선생(소설가)의 말씀이 글을 쓰는데 큰 도움이 된다』고 말했다.<이현주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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