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완전결렬땐 곧바로 경제재재/북한 태도 유연성이 최대 변수10일 상오 10시(한국시간 10일 밤 11시) 뉴욕의 유엔주재 미 대표부에서 시작된 미·북한간 3차 고위급회담은 북한의 핵확산금지조약(NPT) 복귀문제를 둘러싼 양측간의 사실상 마지막 협상이 될 것이란 견해가 유력하다.
지난 2일의 1차 협상에 이어 4일 열린 2차 협상이 결렬됐을 때만해도 더이상의 회담은 기대난망이란 견해가 우세했었다. 양측간 견해차는 그만큼 심각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양측은 다시 협상테이블에 마주 앉았다. 실질적인 성과 도출을 위해서건,앞으로 있을지 모를 최악의 사태에 대비한 명분축적을 위해서건 어느쪽도 협상테이블을 먼저 걷어찰 수는 없었던 듯하다. 양측은 표면적으론 이번 3차 협상을 덤으로 얻은 기회로 애써 평가절하하는 태도를 취하고 있다.
그러나 북한의 NPT 탈퇴선언이 공식 발효되는 시점이 오는 12일로 코앞에 다가온 만큼 어느쪽도 한가로운 입장이 아니다. 회담이 끝내 결렬될 경우 미국은 유엔안보리를 동원,내주중 북한에 대한 제재조치에 착수한다는 방침을 세워놓고 있다. 따라서 이번 회담은 시간상사태를 외교적으로 해결할 수 있는 마지막 기회가 될 수 밖에 없다.
역설적이지만 4,5차 회담의 가능성이 거론되는 것도 같은 맥락이다. 3차 회담에서 최소한의 가능성이라도 찾게 된다면 4,5차 회담이 있지 않겠느냐는 것이다.
이번 회담의 미국측 대표 로버트 갈루치 국무차관보는 회담에 앞서 『북한측이 획기적인 제의를 갖고 나올 것으로 기대하지 않는다』면서도 북한이 다소나마 유연한 태도를 보인다면 회담은 차수에 관계없이 11일이나 12일까지도 계속될 수 있을 것이라며 미국측의 열린 자세를 거듭 강조했다.
갈루치 차관보가 언급한 「북한측의 유연한 태도」에 관해서는 「북한이 NPT 복귀의사를 비치면서 그에 상응하는 요구조건을 내거는 것」이라는게 일반적인 해석이다.
그러나 요구조건이 받아들여져 북한측이 NPT 탈퇴선언을 철회한다해도 당장 이를 공식 발표하지는 않고 일단 평양으로 돌아간 다음 모양새를 갖춰 발표하되 복귀일자를 명시하지 않을 가능성이 있다는 것이 외교 소식통들의 분석이다.
유엔안보리 상임이사국중 중국을 제외한 미·영·불·러시아 등은 회담이 성과없이 끝날 경우 경제제재를 위주로 한 대북 결의안 채택을 위해 비공식 협의를 갖고 『단계적으로 대처한다』는 원칙에 이미 지난 7일 합의한 것으로 전해졌다.
미국측은 이 자리에서 결의초안을 제시했으나 협의 참여국들은 회담에 영향을 주지 않기 위해 탈퇴발효 시점인 오는 12일까지 이 초안을 다른 안보리 회원국들에 배포하지 않기로 합의했다고 유엔 소식통들은 전했다.
한편 빌 클린턴 미 대통령은 백악관 안보회의(NSC)를 통해 북한 핵문제를 보고받고 있다고 백악관 한 고위관리가 9일 밝혔다.
이 관리는 『갈루치 차관보가 협상대표단을 이끌고 있지만 최종 결정은 부처간 협의를 거쳐 나오게 된다』면서 클린턴 대통령이 이 협의과정에 직접 관여하고 있다고 전했다.
이번 회담에 맞춰 정기 이사회를 열고 있는 국제원자력기구(IAEA)는 이날 뉴욕회담에 온 관심을 집중시킨채 다른 의제를 먼저 토의하기 시작했다.
이에 따라 IAEA는 이사회 마지막날인 11일 또는 12일 북한 핵문제를 다루게 될 것이라고 IAEA 대변인이 9일 전했다.
IAEA는 북한이 태도를 바꿔 NPT 탈퇴선언을 철회할 경우 특별사찰도 동시에 수용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IAEA 이사회는 미·북 회담이 성공하면 즉시 북한에 IAEA와 체결한 핵안전협정을 성실히 이행할 것을 촉구,문제의 영변 핵시설에 대한 특별사찰을 가능한한 조속히 실행에 옮긴다는 방침이다.
정반대로 미·북 회담이 실패로 끝나 북한의 NPT 탈퇴가 공식 발효될 경우 IAEA는 사실상 북한과의 관계가 단절될 것을 우려하고 있다. NPT 탈퇴 발효와 동시에 핵안전협정은 효력을 상실하기 때문이다.
IAEA는 또 북한의 NPT 탈퇴 발효가 아직 NPT에 가입하지 않은 핵에너지 사용국가에 나쁜 영향을 미쳐 NPT의 기본구도가 흔들리지 않을까 염려하고 있다.
따라서 IAEA로서는 어떤 경우에도 북한측에 대화의 문을 계속 열어놓겠다는 기존 입장마저 완전히 포기하지는 않을 것으로 보인다.<유엔본부·빈=김수종·한기봉특파원>유엔본부·빈=김수종·한기봉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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