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계가 그토록 비판받아왔던 문어발식 기업확장을 자제하기 시작했다. 자제라기 보다는 한발 앞장서 축소하기 시작했다. 현대그룹이 지난달 22일 제1차 계열사 정리계획을 발표한데 이어 삼성그룹이 9일 제일제당 등 10개사의 매각과 제일모직 등 4개사의 통폐합 등 14개 계열사의 정리계획을 발표한 것이다. 한국 재계를 대표하는 정상급 두재벌그룹의 연이은 계열기업 정리계획 발표는 사태추이를 지켜보고 있는 다른 재벌그룹들에 대해서도 계열기업 정리계획을 촉진시킬 것이 확실하다.현대·삼성 양대그룹의 계열기업 정리계획은 정부와 여론이 강력히 요구해왔던 문어발식 확장 지양을 뒤늦게나마 수용한 것이라는 의미에서 환영받을만하다. 우리는 현대·삼성 양대 재벌그룹의 계열사 독립 및 통폐합 계획에 대해 『대주주와 직계비속 및 친인척 사이에 내정됐던 계열사 정리계획을 정부의 재벌그룹 계열사 축소 유도정책과 관련하여 발표한 것뿐』이라고 하는 비판적인 논평도 있다는 것을 알고 있다. 그러나 우리는 양대 재벌그룹의 이번 계획이 정부의 경제정책에 대한 재벌그룹들의 협력체제를 강화시키는데 하나의 큰 전환점을 이룰 것이 확실하다는 점에 무게를 두고자 한다.
업계 소식통에 따르면 현대그룹은 삼성그룹의 이번 조치에 따라 2단계 계열사 정리계획을 서둘 것으로 알려지고 있으며 그 내용은 호텔 및 유통·보험·소재 및 기계·전자·중공업·금융 등 업종별 소그룹으로 분화시킬 전망이라는 것이다. 또한 럭키·금성그룹은 전문 경영인체제 구축을 모색하고 있으며 54개 계열기업을 21개 「기업문화단위」 중심으로 재편성하는 문제를 검토하고 있다는 것이다. 또 전기·전자·화학·유통 등을 제외한 비주력 업종의 계열기업 일부는 매각을 생각하고 있다 한다. 반면에 대우그룹은 조선의 자구책으로 정부와 약정했던 중공업과 조선의 합병을 내년 하반기까지 목표로 추진한다는 것이고 올 하반기중 1개 계열사를 그룹에서 떼어낼 계획이라는 것이다.
어떻든 재벌그룹들은 계열사 정리계획을 세우지 않을 수 없게 됐다. 결국 우리나라의 재계는 이제 중대한 변혁기를 맞게 된 것이다. 우리는 재계와 정부가 차제에 합리적이고 역동적으로 이 문제에 대응해주기를 바란다. 재벌그룹의 문어발식 확장 지양이 정부의 경제력 집중완화 계획과 업종전문화 계획의 성공적 실현으로 이어졌으면 한다. 그러자면 재벌그룹측에서 보다 더 비전있고 과단성있게 계열기업 정리를 해주어야 할 것이다.
정부도 국민여론도 똑같이 기대하는 것은 재벌그룹들이 세계적인 경쟁력을 갖춘 일류기업들로 성장,발전하는 것이다. 이런 절대적인 여망에 재벌그룹들은 적극적으로 부응하는 자세를 보여줘야 한다. 또한 정부로서는 재벌그룹들이 믿고 따를 수 있는 업종전문화의 실행계획을 세워야할 것이다. 정부는 「영토싸움」을 지양하고 계획수립을 서둘러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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