점심을 먹는 자리에서 한 전문직업인이 이렇게 말했다.『자기분야에서 실력이 있고,전망도 괜찮고,자존심이 강한 사람들이 왜 관직에 욕심을 내는지 나는 그동안 이해를 못했는데,지금은 그 이유를 알 것 같다. 나는 순진하게도 권력의 앞면만을 보았고,권력의 뒷주머니로 그처럼 엄청난 뇌물과 이권이 들어온다는 것을 알지 못했다. 많은 공직자들이 부패했다는 것을 짐작하고 있었지만,설마 이 정도인줄은 몰랐다』
권력의 뒷주머니를 보고 놀라는 사람은 그 사람만이 아니다. 새정부 출범이후 사정 회오리를 지켜보며 국민들은 매일 놀라고 있다. 김영삼대통령도 놀랐다고 한다. 대통령은 한국일보와의 인터뷰(9일자)에서 『취임후 일련의 개혁은 미리 준비한 프로그램에 의해 추진하고 있으나,부정부패 척결은 내가 짐작했던 것 이상으로 꼬리를 물고 확산돼 놀라고 있다』고 말했다.
재산공개 파문속에서 우리는 신문·방송이 들춰내는 토지와 호화주택과 빌딩들을 신물이 나도록 구경했고,요즘에는 신물이 나도록 억대의 뇌물 이야기를 듣고 있다. 이제 몇백만원의 뇌물을 받은 사람은 째째해 보이고,고위공직자 출신으로 십억원 미만의 재산을 가진 사람은 청백리로 생각될만큼 가치관이 혼돈을 겪고 있다. 『신문에 났다하면 뇌물 몇억원을 먹었다니 그 사람들이 나라를 들어먹을뻔하지 않았느냐』고 만나는 사람마다 개탄하고 있다.
장군이 진급을 미끼로 부하의 돈을 먹고,검찰과 경찰과 정치인이 암흑가의 뇌물을 받고,고위관리와 장성들의 가명계좌에 무기거래상의 돈이 흘러들어 갔다는데,뇌물 액수는 모두 억대다. 이 나라에서의 공직의 의미는 국가를 위해 일하는 보람과 긍지가 아니라,뒷주머니에 가득차는 천문학적 숫자의 검은 돈이었다는 것을 우리는 요즘 확인하고 있다.
그러니 흥청망청 과소비가 일어날 수 밖에 없었다. 남편은 룸살롱에서,아내는 고급의상실과 보석상에서 돈을 쓰고,자녀들은 엄청난 액수의 고액과외를 해왔다. 그들이 누리는 생활은 공식적인 월급의 몇배 수준이었으나,이런 생활이 전혀 문제가 안되는 세월이 너무 오래 계속됐다. 이러한 권력의 거품은 비단 공직자뿐 아니라 크고 작은 힘을 행사하는 사회 곳곳에 만연되어 많은 사람들이 수입이상의 소비생활에 흠뻑 젖었다.
공직사회의 부패정도를 누구보다 잘 아는 업계에서는 『요즘 사정바람에 휘말린 사람들중에는 그동안 상대적으로 덜 부패했던 사람들이 많다』는 말이 나돈다고 한다. 내용을 아는 사람들은 지금 드러나는 부패가 빙산의 일각일뿐이라는데 의견을 같이 한다.
그동안 부패를 선도해왔던 권력층은 이제 가명계좌에 의지하던 생활을 끊어야 한다. 청와대의 칼국수와 설렁탕이 상징하는 것은 단순한 「절약」이 아니고 「거품의 추방」이다. 권력층부터 월급에 맞는 생활을 솔선수범하고,그것을 개혁의 주요 목표로 삼아야 한다.<편집위원>편집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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