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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치형태 엘리트서 「대중주의」시대로/미학자가 보는 21세기 정치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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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치형태 엘리트서 「대중주의」시대로/미학자가 보는 21세기 정치상

입력
1993.06.10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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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책결정권 분야별 분산/정부는 공정조정 역할만/정당구도는 보수­진보 단순대립 지양을/부패청산 시민자율권 확대로 이어져야미 하버드대 부설 맨해턴연구소장을 지낸 제프리 벨씨(49)가 최근 「대중주의와 엘리트주의」(Populism and Elitism)라는 저서를 통해 미국정치사를 분석하는 새 틀을 제시해 커다란 관심을 끌고 있다. 지금까지는 정당,정치인을 평가할때 우선 그가 속한 정당과 그 사람이 보수주의자인가 자유주의자인가를 따져왔다. 보수주의자이면 전통과 현실에 되도록 충실하면서 개혁을 하더라도 점진적 자세를 취하려 드는 것이고 자유주의자이면 일단 현실에서 이탈해 개혁을 해 보자는 사람들로 통한다. 미국 공화당은 이런 기준에서 보수정당이며 민주당은 좀더 자유주의자편에 속한다.

예를 들어 동성연애자 문제의 경우 공화당은 이것이 기존도덕에 반하는 사회적 일탈행위로 보고 반대하고 있으며 민주당은 기존도덕 관념에서 벗어나야 한다면서 이를 지지하고 있다. 프린스턴대학을 나와 1980년 대통령선거에서 레이건 선거운동 부위원장을 맡은바 있는 벨씨는 이런 보수,진보 논쟁은 21세기 정치를 분석하는 틀이 될 수 없다고 주장한다. 정책은 보수냐 진보냐를 따질 이유가 없이 그것이 시민과 어떤 관계를 맺고 있으며 어떤 영향력을 끼치는가를 두고 분석해야 한다는 것이다. 엘리트주의는 정책 결정자들이 국민을 끌고갈 정책 결정을 스스로 내려야한다는 주의이고,대중주의는 대중의 영역에 속하는 분야의 정책을 대중의 결정에 맡기도록 하는 주의이며 이 대중영역을 넓혀 가려는 성향의 사상이라는 것이다. 「대중주의와 엘리트주의」는 그동안 유에스 뉴스 앤드 월드리포트,뉴리퍼블릭,그리고 킴 노박 칼럼 등을 통해 「21세기 정치를 이해하는 새로운 창」이라는 호평을 받는 등 정계와 학계에서 다같이 주목을 받고 있다.

미국정치 그리고 한국정치 전반에 관해 그의 의견을 들어보았다.

○자유·권리 확대 임무

­정치형태를 분석하는 틀을 기존의 보수주의,자유주의(진보주의)에서 대중주의,엘리트주의로 발상을 전환하게 된 이유는 무엇인가. 보수주의,자유주의에 대한 개념은 어떤 것이며 왜 그런 궤도수정을 하게 됐는가.

▲21세기 또는 21세기를 향한 정치는 시민으로 하여금 얼마만큼 자유와 권리를 누리게 할 수 있느냐에 대한 도전으로 이해해야 한다. 이런 입장에서 보면 기존의 보수주의,자유주의는 행위의 기준은 있지만 목표가 결여돼 있음을 알 수 있게 되고 따라서 이것이 오늘날의 정치를 이해하는데 합당한 틀을 제공하지 못한다는 것을 금방 알 수 있게 된다. 보수는 결국 과거를 될 수 있는대로 지키려는 주의이고 자유는 이것으로부터 탈출하려는 것인데 무엇을 향해 과거를 지켜야하고 또 탈출해야 할 것인지 뚜렷한 방향을 제시해 주고 있지 못하다.

­대중주의나 엘리트주의는 개념 자체가 크게 새로운 것이 아니지 않는가. 사회학적인 측면에서 대중주의와 엘리트주의의 현상은 미국에서 언제부터 뚜렷해졌는가.

▲미국정치에선 60년대초에 대중과 엘리트의 벽이 뚜렷이 생기기 시작한다. 50년대 아이젠하워 대통령 시기에는 대중과 엘리트의 간격이 없었다. 대중이건 엘리트건 대통령정책을 다같이 선호했다. 60년대의 학생운동,반전운동은 엘리트와 대중 사이에 커다란 간격을 만드는 역할을 했다.

엘리트는 대중을 겁내기 시작했고 대중은 엘리트를 혐오하는 경향을 갖게 됐다. 이것은 보수와 진보의 차이가 아니었다. 이때 이미 소련공산제국에서도 거대한 변화가 예고되고 있었다.

시민에게 아무런 정책 결정권을 주지 않은채 70여년을 버텨온 이 체제는 이미 생존력을 잃고 있었다. 시민을 위한다는 정부가 시민의 목소리 없이 버틸수 있는 한계는 명백히 있기 때문이다.

­그렇다면 시민의 주장만 잘 받아들이면 훌륭한 정치를 한다고 할 수 있는가.

▲시민의 문제를 시민만큼 잘 해결할 수 있는 방법을 알 수 있는 사람은 없다.

­클린턴 대통령은 대중주의자라고 볼 수 있지않은가. 그는 시민이 바라는 것은 거의 모두 선거공약으로 내걸어 대통령에 당선됐지만 바로 그 대중주의 때문에 지금 자신의 정치생명과 국정을 다같이 그르치고 있는게 아닌가.

▲시민을 말할때 이를 개인주의와 혼동하지 않기를 바란다. 개인은 개인이자 커뮤니티의 일원이라는 것을 알야야 한다. 예를 들어 동성연애자 문제를 볼때 이는 개인 차원에서 문제가 되지 않는 것이다. 적어도 국가나 정치가 남의 집 안방까지 들여다 볼 권한은 없기 때문이다. 그러나 이것이 마을의 차원이 되고 집단의 차원이 될 때에는 그 마을,그 집단에 정책 결정권을 맡기는 것이 가장 확실한 문제해결 방법이라는 것이다. 대통령이 이래라 저래라 하면 이는 자기결정을 대중결정 보다 우월하게 여기는 엘리트주의에 불과하다. 클린턴은 확실히 선거유세 기간중 대중주의로 나갔으며 이 대중주의는 마침내 그를 대통령에 당선되게 했다. 그러나 백악관에 들어간 후 그는 많은 정책결정을 엘리트주의에 기대고 있다. 백악관에서 모든 보험제도를 틀어잡고 이를 해결하겠다는 것이라든지,정부가 중산층으로부터 세금을 더 많이 거둬 이 세금을 갖고 직업을 창출하겠다는 것은 보험업계보다 백악관의 결정이 낫고 기업계보다는 백악관이 직업창출을 위한 결정을 더 잘 할 수 있다는 발상이다. 엘리트주의인 것이다.

○엘리트주의 한계

­60년대에 엘리트와 대중이 갈라지기 시작했다고 말했는데 그 엘리트라는 개념이 무엇인가. 그리고 엘리트와 엘리트주의는 어떻게 구별되는가.

▲정책결정 과정에 들어가 있거나 들어가려 하는 지식인 또는 권력자를 엘리트라고 할 수 있을 것이다. 엘리트와 엘리트주의는 당연히 구별된다. 이런 정책과정에 깊이 관여할 수 있는 엘리트그룹의 성향중 그들의 결정을 통해서만이 정치가 잘 될 수 있다는 논리그룹 또는 그런 성향의 엘리트를 엘리트주의라고 말하는 것이다. 같은 엘리트 중에서도 엘리트주의와 대중주의를 구별할 수 있으며 대중 가운데도 엘리트주의자와 대중주의자로 나눠 볼 수 있다. 모스크바의 공산당 간부들은 모두 엘리트주의자였고 한국의 군부통치 시절도 엘리트주의 시대였다.

­한국은 현재 대대적인 부정부패 청산운동에 들어가 있다. 한국의 장래를 어떻게 보는가.

▲나는 엘리트주의를 무조건 나쁘게 보는 것은 아니다. 엘리트는 결국 개인의 결정권,커뮤니티의 결정권,사회의 결정권을 조정함으로써 자기기능을 긍정적으로 발휘할 수 있는 것인데 시대와 상황에 따라 이 조정역이 커질 필요가 있을 때도 있다. 한국은 경제발전 과정에서 군부 엘리트들의 긍정적인 조정역이 있었다. 현재 정치자유의 폭을 넓혀가는 과정에 있으므로 경제발전이 정치발전의 바탕위에서 다져질 것으로 본다.

러시아를 보자. 지금 경제도 엉망이고 정치도 엉망인 상태다. 중국은 외형상으로는 안정돼 있다. 그러나 나는 러시아가 훨씬 안정궤도를 달린다고 보고 있다. 중국의 경제발전은 정치자유가 없이 이뤄지는 모래성이기 때문에 정치가 잘못되면 언제 허무하게 무너질지 모르는 상황이다. 러시아는 다소 경제안정에 문제가 있지만 정치자유의 발전과 나란히 경제문제를 풀어가려 하고 있다. 한국이 정치자유를 넓혀간다면 경제인의 자체 결정권을 높여가는 방향이어야 할 것이다. 부정부패 청산은 역사발전 과정에서 당연히 있어야 하는 과정이나 이것은 정치 경제 사회 문화의 여러 분야에 자체결정권을 넓혀주기 위한 기초작업의 일환으로 진행돼야 할 것으로 본다.

­대기업을 어떻게 통제할 것인가.

○지나친 개입 비효율

▲경제단위를 크게 생각해서 정부,대기업,중소기업으로 나눠보자. 정부가 그 많은 예산과 인력을 동원해 5개년계획을 수립하고 막강한 권력을 동원해 경제계획을 실천한다면 가장 효율적으로 될 것이며,그 다음은 대기업이 규모의 경제효과를 올릴 수 있을 것이라고 생각하기가 쉽다. 미국을 보자. 지난 10년간 많은 노력에도 불구하고 정부가 직업을 창출한 양은 기업이 창출한 것에 비해 형편없이 낮다. 그리고 IBM 같은 거대한 기업이 불과 10명으로 시작한 소규모 컴퓨터회사에 의해 밀려나고 있는 현실이다. 정부가 특별히 보호만 하지 않으면 된다.

­귀하가 주장하는 대중주의에서는 정부가 할 일은 무엇인가. 경제발전과 관련해 말해달라.

▲두가지라고 생각한다. 첫째는 운동장을 제공하는 것이다. 자격있는 선수는 누구든지 경기에 참여할 수 있는 장을 마련해야 한다. 둘째는 페어플레이를 감독하는 것이다. 정부가 선수를 스스로 골라서도 안되며 경기의 페어플레이를 해쳐서는 더 더욱 안된다. 경제란 경제인 스스로 보다 그 타개법을 더 잘 아는 사람이 없다. 이런 장의 제공과 페어플레이 감독의 원칙아래 정치,경제,사회,문화 전반에 걸친 대중주의로 한국정치 방향이 나간다면 한국은 5천년 역사에 걸맞는 국가발전을 해나갈 것으로 본다. 그것만이 진정한 국제경쟁력을 높이는 것이 될 것이다.

○제프리 벨 약력

▲프린스턴대 졸업(1966) ▲월남전 참전(1967∼68) ▲레이건 대통령 후보를 위한 세금감면안 성안(1976) ▲잭 켐프 상원의원의 세금감면안 작성(1978) ▲뉴 저지주 공화당 상원의원 출마(1978,민주당의 빌 프래들리 후보에 패배) ▲하버드대 부설 맨해턴연구소 소장(1978) ▲레이건 대통령 후보 추대위 부위원장(1980) ▲잭 켐프 대통령 후보 특별보좌역(1986) ▲레르만 벨 경제정치연구소 회장(1980∼현재)<제프리 벨 레르만 연구소 회장> <대담=정일화 워싱턴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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