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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평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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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평선

입력
1993.06.10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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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금 돌아다보니 6공은 불명·실명·무명의 시기였다. 그나마 믿었던 경제는 불명속에 방황하고,정치는 실명,사회는 사견에 눈이 어두워 도덕성을 상실한 무명의 상태였다. 어느 한 구석에서도 밝음은 찾아 볼 수가 없다. 응달이 짙으면 양지가 빛나게 마련인데 현실은 그렇지가 않았다. ◆고위공직자와 국회의원 등의 재산이 공개되자 세상은 엄청난 치부에 놀랐다. 부정과 부패의 척결이라는 사정의 칼날이 번득이는데마다 「검은 돈」이 봇물터지듯 쏟아져 나왔다. 처음엔 몇천만원짜리가 걸려들더니 잇달아 「억대의 행진」이 계속된다. 5억이 안되면 사정의 대상으론 명함도 내밀기 어려우리라는 빈정댐까지 나온다. 그런 거액은 월급쟁이가 평생을 저축해도 불가능하다는 푸념 따위는 신물이 나고 귀에 들어오지도 않게 되었다. ◆이런 상황에서 하나 특이한 것은 사정은 엄해도 자성의 빛이 안보인다는 사실이다. 지난날 실세로 꼽힌 몇몇 인사들은 소리 안나게 해외로 꼬리를 감췄다. 소나기는 피하고 보자는 속셈이 아닌가 추측해 본다. 이른바 기득권층은 납짝 엎드려 좀체 입을 열지 않는다. 조용히 지내며 재산이나 지키자는 속셈이 아닌가하는 생각이 들기도 한다. ◆마침 한국기독교 교회협의회가 속이 후련한 성명을 내놓았다. 「교회는 개인소유인 종교재산을 소속 교단이나 재단에 환원 귀속시키자」는 것이다. 여기서 한걸음 더 내딛는다. 일부 교회가 사치한 과시적 시설을 건축했다거나 불법으로 기도원 건립을 자행한 일도 있음을 솔직하게 지적한다. 아울러 과거에 정치권력과 유착하여 얻은 재산은 종파를 뛰어넘어 사회에 환원하자고 제안했다. 신앙인의 양심과 참회가 돋보인다. ◆깨끗하게 번 돈일지라도 잘못 쓰면 화가 된다. 돈의 진짜 가치는 쓰기에 달렸다. 「어둠의 돈」을 그냥 끌어안고 있으면 괴로움을 자초하는 꼴이다. 더군다나 자손 대대로 물려주겠다는 뜻이라면 더욱 어리석다. 돈의 흐름이 사필귀정이어야 정의사회라 할 수 있다. KNCC의 제안은 여러사람들에게 준엄한 암시를 던져줄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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