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2년전 본보 캠페인…「꺼져가던 꿈」에 새삶/「그때 그 소년」보도 온정밀물/심장재단 설립 계기되기도9일 한국일보 창간 39돌이 되는 날. 1954년 창간이래 한국일보는 어렵고 불우한 이웃의 다정하고 용기있는 친구로 우리 사회의 그늘을 줄이는 노력을 끊임없이 계속해 왔다. 심장병어린이 양형도군도 한국일보에 사연이 보도됨으로써 새 삶을 얻게 된 이웃. 81년 첫 보도후 수시로 양군의 소식을 전해왔던 한국일보는 창간의 날 아침 대학원 공학도로 성장한 양군을 독자들과 함께 다시 만나본다.
12년전 선천성 심장병으로 시한부 인생을 선고받았던 낙도소년 양형도군(당시 11세·경남 통영군 용남면 어의국교 5년)은 이제 23세의 어엿한 대학원생으로 공학박사의 꿈을 실현시켜 가고 있다.
81년 당시 어의국교에 부임했던 유경두교장(67·퇴직)은 형도군을 서울로 데려가 『제자를 살려달라』며 각계에 호소했고 81년 5월23일 「섬마을의 꿈 꺼져간다」는 기사가 보도되자 하루만에 당시로서는 거액인 1천7백여만원의 성금이 들어오는 등 각계의 온정이 쏟아졌다.
이같은 도움으로 형도군은 한양대병원에서 무료 심장수출과 눈꺼풀이 아래로 처지는 선천성 안검하수증 교정수술까지 받고 그해 7월4일 새 생명을 얻어 퇴원했다. 성금중 5백만원은 자신과 같은 심장병 어린이 수출기금으로 한국일보에 기탁했다.
한국일보는 형도군 보도를 계기로 「심장병어린이를 살리자」는 시리즈를 연재,심장병어린이 돕기운동에 불을 댕겨 국내에 심장재단이 발족되는 계기를 만들었다.
83년 국교를 졸업한 형도군은 뱃길 40분거리인 거제도 성포중과 창원 경일고를 졸업한 뒤 89년 3월 동아대 금속공학과에 입학했으며 지난 2월 대학졸업과 동시에 동아대대학원 금속공학과에 진학,늠름한 대학원생이 됐다.
분말야금 분야를 전공하는 형도군은 대학시절의 학교앞 자취생활을 청산하고 아예 실험실에서 숙식을 해결하며 오로지 책과 씨름하고 있다.
대학시절 체력단련을 위해 즐겨했던 등산도 시간이 아까워 중단했다.
체력은 이제 웬만한 학생들과 테니스경기를 해 이길 수 있고 술도 한두잔 이상 마실 수 있을 정도다.
형도군은 고향의 부모님이 부쳐주는 생활비와 잡비도 최대한 절약,다음 학기에는 등록금의 절반 이상을 저축으로 채우겠다고 말하고 있다.
큰 배의 선장이 되겠다던 어릴적 꿈은 심장수술을 받은 직후 자신과 같은 심장병어린이들은 고쳐주는 의사로 바뀌었고 지금은 공학박사가 되겠다는 꿈을 실현시켜가고 있다.
그리고 아직 막연하긴 하지만 심장병원을 세우겠다는 꿈도 버리지 않고 있다.<부산=박상준기자>부산=박상준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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