읽는 재미의 발견

새로워진 한국일보로그인/회원가입

  • 관심과 취향에 맞게 내맘대로 메인 뉴스 설정
  • 구독한 콘텐츠는 마이페이지에서 한번에 모아보기
  • 속보, 단독은 물론 관심기사와 활동내역까지 알림
자세히보기
대역사와 공론 듣기(사설)
알림
알림
  • 알림이 없습니다

대역사와 공론 듣기(사설)

입력
1993.06.09 00:00
0 0

서울의 요지인 용산의 옛 육군본부 자리엔 지난 90년 9월부터 대역사가 벌어지고 있다. 육본이 계룡대로 옮겨가자 금싸라기같은 3만5천평의 어마어마한 「전쟁기념관」이 세워지고 있는 것이다. 6공 정부의 독단으로 소리없이 진행해온 이 대역사는 문민정부 아래서 지금 논란의 표적이 되고 있다. 뒤늦게 이 사업의 실상이 드러났기 때문이다.우선 규모가 지나치게 방대하다. 규모가 조촐하다면 전쟁기념관 건립을 반대할 이유는 없을줄 안다. 그러나 한국전쟁 기념사업회가 세우는 이 기념관은 지하 2층 지상 4층의 전시관만 아니라 야외전시장 참전용사회관을 비롯,온갖 편의시설을 곁들이고 있다. 전시물을 채우는 일도 쉽지 않다고 들린다.

공사에 소요되는 금액이 1천2백46억원으로 땅값을 합하면 6천억원이 넘는다. 외화로 인한 낭비가 한눈에 두드러지게 나타난다. 계획부터가 무모하고 일방적이었다고 비판을 받을만하다.

권위주의에 젖은 군사정부들은 대규모 역사와 기념비적인 조형과 건물을 경쟁적으로 만들었다. 독립기념관이 그렇고 평화의 댐은 냉소거리가 되었다. 예술의 전당 또한 예외는 아닐 것이다. 그런데 한결같이 여론이 수렴과정은 묵살하거나 생략해버렸다. 문제의 심각성은 이 부분이다. 결과적으로 군사문화의 폐해만이 늘어난 셈이다.

전쟁기념관 건립의 타당성을 두고 늦게나마 시비가 벌어지면서 몇가지 대안과 용도변경의 방안이 제시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그중의 하나가 국립중앙박물관으로 이용하자는 주장이다. 너무나도 중요하고,따라서 매우 신중하게 논의돼야 할 일이라고 생각된다.

총독부­중앙청으로 이어진 현 국립중앙박물관의 이전은 김영삼대통령의 선거공약에도 포함되어 있다. 언젠가는 반드시 옮겨야 한다. 광복 50년이 가깝도록 일제 식민지배의 상징인 총독부 건물이 그 자리에 그대로 서있고,더구나 우리 민족의 얼을 간직한 국립중앙박물관이 그안에 들어앉았다는 사실은 부끄럽고 속뒤집히는 일이다.

옮겨갈 자리가 어디이건 새로운 국립중앙박물관은 우리 민족의 이상과 꿈과 자랑을 담을 수 있는 건축과 조형이어야 한다. 비록 세월이 걸려도 명예로운 역사로서 이룩해야 할 과업이다.

그러기 위해선 전문가의 의견과 국민의 여론을 여과하는 과정이 필요하다. 전쟁기념관의 용도변경도 한가지 방안으로 검토될만하다. 막대한 돈을 들였으면 그 사용 효과도 극대화함이 긴요하다. 공청회를 통해 구체적인 방안을 검토하자는 의견이 지금으로선 공감의 폭이 가장 넓을듯하다.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세상을 보는 균형, 한국일보Copyright ⓒ Hankookilbo 신문 구독신청

LIVE ISSUE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

0 / 250
중복 선택 불가 안내

이미 공감 표현을 선택하신
기사입니다. 변경을 원하시면 취소
후 다시 선택해주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