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평선

만약 어느 기업체가 4억원을 탈세했다면 정부의 세입확보를 위해서는 이론상 4천만 국민 1인당 10원씩을 더 부담해야 한다. 혼자만 짐을 덜겠다는 사욕 때문에 국민 모두에게 부담이 전가되는 것이다. 그래서 탈세는 부도덕하다거나 죄악으로 친다. ◆탈세의 경우 그에 따라 남긴 돈이나 재산은 누구의 소유이든 그래도 나라안에 있다. 만약 외화도피를 한다면 우리 사회의 재산이 외국으로 빠져나가기 때문에 탈세보다 더 우리에게 해롭다. 국제간의 무기거래에서 우리가 무기구입 대금을 과다 지출한다면 비록 외화도피는 아니더라도 나라의 재화가 부당하게 해외로 유출되는 것이라는 점에서 마찬가지다. ◆무기거래에서도 소위 커미션은 관례화돼 있다고들 하지만 국가가 구매자인 경우 판매측이 내는 커미션은 국가에 귀속돼야 한다. 첨단무기일수록 노하우가 복잡하고 비밀에 붙여져 있어 판매측의 횡포가 심하다. 이점이 다른 상품거래와 크게 다르다. 가격을 제조·판매측이 거의 좌우하고 있어 마진의 적정선이라는 것도 없는 형편이다. ◆기술에서 앞서고 성능이 뛰어난 무기를 제작하는 나라가 몇 안되기 때문에 어느 수준 이상의 무기를 필요로 하는 나라들은 울며 겨자먹기로 수출국에 이끌려 다니는 입장을 벗어나기 어렵다. 수출국들은 한 종류의 무기를 완성하고 생산하기까지 허다하게 내버린 투자분까지를 회수하기 위해서라는 이유로 엄청난 폭리를 정당화한다. ◆우리 율곡사업에서 외국 무기제작사들과 얼마나 현명한 상담을 우리가 벌여왔는지는 알 수 없다. 그러나 무기종류의 선정책임과 권한을 가졌던 몇사람들이 출처불명의 거액을 받은 확증이 드러났다는 것이고 보면 틀림없이 외국에 대한 과다지출과 연관됐을 수 있다. 또한 포탄 10발 살돈으로 9발만 사들인 경우라면 우리 군부대로부터 1발을 빼앗은 셈이 되고 우리 가상적에게는 1발을 보태준 결과가 되기도 한다. 율곡사업에서의 부정은 그래서 「반역」이 되는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