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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경제축이 움직인다(21세기 주역 동아시아: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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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경제축이 움직인다(21세기 주역 동아시아:1)

입력
1993.06.09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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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중­일 「3각 골든벨트」 이룬다/유럽·북미 앞지를 “신생산메카”/기술·자본·노동의 거대한 잠재력동아시아 대륙해안이 융기하고 있다. 러시아의 연해주에서 중국 베트남 태국 말레이시아 등에 이르는 동아시아 대륙 해안선이 장대한 「공업생산 벨트」로 개발되고 있다. 한국 등 신흥공업국(NICS)과 태국 등 아세안(동남아시아국가연합)의 쫓고 쫓기는 개발레이스에 이념을 떨쳐버린 공산국가들이 가세,동아시아 대륙이 경제개발의 뜨거운 열기를 내뿜고 있는 것이다. 냉전시대의 「경제동토」가 녹으면서 동아시아 대륙에 세기적인 경제 융기현상이 나타나고 있는 것이다.

지정학적으로는 동아시아가,문화적으로는 한자문화권(유교문화권)이 경제적 부흥기에 접어들면서 이 지역이 「세계의 생산거점」 내지는 「세계의 생산공장」으로 부상하고 있다. 지난 71년 중국을 극비 방문하여 세계를 깜짝 놀라게 한 키신저 미 국무장관(당시)이 『베를린장벽이 무너질때 동북아시아 경제권이 실현될 것』이라고 말한 예언이 현실로 나타나고 있다. 세계경제의 중심축은 이미 대서양에서 아시아·태평양으로 이동됐다. 중국이 경제개발에 박차를 가하면서 아시아·태평양시대의 무게중심이 아주 빠른 속도로 동아시아쪽으로 기울고 있다. 앞으로 다가올 21세기는 동아시아시대가 될 것이라는 성급한 전망이 대두되고 있다. 미국의 레스터 더로우교수도 최근 「세계무역전쟁(Head to Head)이라는 저서를 통해 『냉전체제 종식으로 세계질서의 중심이 군사적 대결에서 경제적인 경쟁으로 바뀌면서 세계경제가 유럽경제권 북미경제권 동아시아경제권 등으로 3분되고 있다』며 『이 3개의 경제권이 격렬한 경제전쟁을 일으킬 것』이라고 지적했다.

○슈퍼파워 중국

동아시아가 주목을 끌게 된 직접적인 배경은 중국경제의 부흥이다. 중국은 지난 78년 12월 경제개혁을 선언한 뒤,「붉은 자본주의」의 실현을 위해 맹렬한 기세로 서방선진국을 추격하고 있다. 국제통화기금(IMF)은 지난해의 중국 경제규모(구매력 기준)가 미국 일본에 이어 세계 3위 수준이라고 발표했다. 유수의 국제연구기관들이 21세기 초에는 중국이 미국을 제치고 세계 제1의 경제대국으로 부상할 것이라고 점치고 있다. 중국을 바라보는 서방 강대국들의 시각이 「유망 투자지역」에서 「21세기의 슈퍼파워」로 바뀌고 있는 것이다. 나폴레옹은 일찍이 『중국을 잠재워야 한다』고 말한 뒤 『중국이 깨어나면 세계를 뒤흔들 것』이라고 갈파했다. 영국의 유력주간지인 이코노미스트지는 지난해 중국특집을 통해 『2010년경이 되면 서방의 정책입안가들이 아주 큰 문제에 봉착하게 될 것』이라며 3가지의 질문을 던졌다. ▲세계인구의 20%를 차지하고 있고 이미 일부 공산품과 농산품 생산에 있어 세계 최고인 중국이 본격적인 산업화와 수출에 나서면 무슨 일이 벌어질까 ▲중국이 언제쯤 통신장비와 자동차 등 자본재와 내구 소비재를 공급할 것인가 ▲핵보유국인 중국이 미국 일본 등 서방세계와 언제부터 불편한 관계에 들어설 것인가이다.

중국이 서방선진국들에 강력한 경쟁자로 인식되기 시작했다. 그 이유는 간단하다. 경제력이 비약적으로 성장하고 있기 때문이다.

○성장률 폭발적

중국을 중심으로 한 동아시아의 경제적 저력은 가공할만 하다. 동아시아의 인구는 세계의 3분의 1을 차지하고 있다. 경제에서 인구는 곧 노동력이다. 동아시아에는 세계 어느 지역에서도 찾아 볼 수 없는 양질의 값싼 노동력이 풍부하다. 중국은 자타가 공인하는 노동력 대국이고 태국 베트남 북한의 노동력도 양이나 질에서 정평이 나있다. 양질의 값싼 노동력이야말로 동아시아가 갖고 있는 최고의 비교우위라 할 수 있다. 또 중국 베트남 인도네시아 말레이시아 몽골 러시아(연해주) 등은 세계적인 자원보유국이다.

일본은 세계 최첨단의 산업기술과 경영노하우를 갖고 있다. 해마다 수백억달러씩의 국제수지 흑자를 내는 홍콩 싱가포르 등 선발개도국으로서 중간수준의 기술과 자본 경영노하우를 보유하고 있다.

생산의 4대요소인 노동력 자본 기술 경영노하우 등이 한데 어울려 화학반응을 일으킬 경우 동아시아 경제권의 생산능력이 폭발적으로 향상될 것으로 평가되고 있다. 실제로 80년 이후 동아시아 주요국의 경제성장률은 다른 경제권을 압도하고 있다. 세계은행에 따르면 한국이 80년부터 91년까지 12년 동안 평균 10.0%의 GNP 성장률을 기록했고 중국과 대만이 각각 9.4%,8.5%를 실현했다. 필리핀을 제외한 동아시아 개도국이 모두 5%대 이상 성장했다. 이 기간의 세계 전체 개도국의 성장률이 3% 수준임을 감안하면 다른 경제권에 비해 2∼3배 빠른 속도로 성장하고 있음을 알 수 있다. 일본도 4.3% 성장,선진국 가운데 가장 높다.

○세계기술 주도

냉전체제가 무너진 후 동아시아 지역에서 가장 많은 관심을 끌고 있는 지역경제협력사업은 러시아 연해주와 중국 동북부 북한 등 3개국을 잇는 골든델타(대삼각) 개발이다. 여기에다 일본을 연계시킨 환동해경제권 개발구상도 점차 구체화되고 있다. 전후 수십년 동안 차갑게 폐쇄된 상태에서 교류가 없던 동해를 아시아의 지중해로 만들자는 논의가 일고 있는 것이다.

미국의 스칼라피노 교수는 『비록 국경이 있더라도 동북아지역은 자연적 경제지역(Natural Economic Territory)을 이루고 있어 21세기에는 경제통합이 이루어질 것』이라고 말했다. 유엔개발계획(UNDP)의 두만강 유역개발사업도 동북아경제협력 추진의 일환으로 추진되고 있다. 싱가포르와 인도네시아(빈탄도) 말레이시아 남단을 잇는 「성장의 삼각지대」 개발은 국경을 넘은 지역경제협력사업의 표본으로 평가되고 있다.

동아시아의 전지역이 21세기의 경제개발 대열에서 탈락하지 않기 위해 안간힘을 쓰고 있는 것이다.

지난달 한국 북한 일본 중국 등 9개국이 참가한 가운데 상해에서 열린 동아시아 경기대회(EA)가 동아시아시대를 이끌 한자문화권 국가의 단합대회로 비친 것도 결코 이상한 것이 아니다.<이백만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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