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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중 외교 획기적 변화 조짐/전기운 전인대 부위원장 방한 의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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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중 외교 획기적 변화 조짐/전기운 전인대 부위원장 방한 의미

입력
1993.06.08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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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의회 차원넘는 교류 예고/경제·정치 파급효과 기대중국 전기운 전국인민대표대회(전인대) 상무위 제1부위원장의 방한을 계기로 한중 양국관계의 질적인 변화가 모색되고 있다.

국회 부의장급인 전 부위원장의 방한은 단순한 의회 교류차원을 넘어 양국관계를 획기적으로 전환시킬 수 있는 중요한 계기로 평가되기 때문이다.

전 부위원장은 당내 서열 8위로 우리나라를 방문한 최고위 인사이다. 뿐만 아니라 그는 재경통으로 중국내 경제개혁에 깊숙이 관여해온 실력자라는 점에서 중국이 우리나라를 바라보는 시각이 일단을 엿보게 한다. 즉 경제부문의 비중있는 인사를 파견함으로써 경제교류를 축으로 양국관계를 심화시키기를 희망하는 중국측의 의사를 간접 표명한 것으로 풀이할 수 있다.

특히 전 부위원장의 방한이 북한의 핵확산금지협정(NPT) 탈퇴 발효일(12일)을 눈앞에 둔 미묘한 시점에 이뤘다는 사실은 주목할만하다. 핵문제와 관련해 북한측에 우회적인 압박을 가하는 모습으로 비쳐질 수도 있기 때문이다.

또한 강택민 중국 국가주석의 연내 방한문제가 조심스럽게 흘러나오고 있고 김영삼대통령의 핵심측근인 최형우의원이 「밀명」을 갖고 오는 15일께 방중할 예정인 것으로 알려지고 있는 상황이어서 전 부위원장의 방한은 더욱 예사롭지 않게 받아들여진다.

외형상 의회차원의 교류일뿐인 전 부위원장의 방한이 이처럼 높이 평가되는 것은 평소 중국이 취하는 특이한 외교속성에서 기인한다. 중국은 지난해 8월 우리나라와 수교할 때까지 상당수준의 실질적 교류를 해오면서도 정치적으로는 분명한 선을 그어왔다. 수교후에도 정치적 문제에 있어서는 일정한 거리를 유지해온 것이 사실이다.

이같은 중국의 태도는 물론 북한을 의식하기 때문이다. 북한과 「혈맹」의 관계를 맺고 있는 중국으로서는 우리나라와의 관계강화를 희망하면서도 이를 드러내놓고 표현하기는 어려운 입장인 셈이다.

이런 배경에서 중국은 그동안 우리나라와의 관계에 있어 공식관계보다는 비공식관계를 중요시해왔고 이같은 방식은 앞으로도 일정기간 계속될 전망이다. 「양적변화」를 통해 「질적변화」를 추구한다는 중국 외교의 기본공식이라고 할 수 있다.

따라서 전 부위원장의 안으로 시작된 양국간 의회교류는 외형 이상의 중요한 의미를 지니는 것으로 평가될 수 밖에 없다.

이런 점에서 양국 의회교류는 일단 순조로운 출발을 했다. 7일 상오 있었던 이만섭 국회 의장과 전 부위원장의 회동에서 중국측은 이 의장의 중국방문을 공식 초청하는 교석 전인대 상무위 위원장의 서한을 전달함으로써 양국 회의장의 상호방문의 길을 텄다. 이 의장은 이 자리에서 『국회의장으로 외국에 간다면 첫 방문지는 중국이 될 것』이라고 답해 조만간 중국을 방문할 것임을 시사했다. 이 의장의 방중은 강택민 국가주석의 방한을 예비하는 의미가 있기 때문에 빠르면 정기국회 이전인 오는 9월초께 이뤄질 가능성이 높다.

이 자리에서는 또 중국측의 「중한 의원 친선소조(협회)」 발족문제도 구체적으로 논의됐다. 전 부위원장은 오는 20일 전인대 회의에서 이 문제가 최종 결론날 것이라고 밝혔다. 우리측에는 이미 지난해 12월 김용태의원을 위원장으로 하고 모두 35명의 여야 의원으로 구성된 「한중 의원 친선협회」가 발족돼 있다.

또한 김종필 민자당 대표도 이날 하오 주요 당직자들과 함께 전 부위원장 일행을 맞아 환담을 나눴다. 이 자리에서는 민자당과 중국 공산당의 교류문제를 포함,양국 교류협력 강화문제가 폭넓게 논의됐다.

전 부위원장은 의회 교류차원의 일정외에 8일중 김 대통령을 예방,양국간 현안에 대해 깊이 있는 대화를 나눌 것으로 알려졌다. 전 부위원장은 또 12일까지의 방한기간중 각종 기업체를 방문,경제교류협력의 가능성을 타진할 예정이다.

물론 한중 양국관계에 있어 상호의 집중적인 관심사가 약간 다른 것은 부인할 수 없다. 우리측은 무엇보다 핵문제 등 남북한 관계개선에 중국측이 영향력을 행사해주기를 바란다고 할 수 있다. 반면 중국측은 정치적으로 민감한 사안보다는 경제문제에 더 큰 관심을 보이고 있다. 전 부위원장이 7일 우리측과의 만남에서 『중국은 시장경제로 가는 중요한 전환기에 있다』고 말하면서 북한문제에 대해선 조심스런 접근을 한 것은 단적인 예이다.

그러나 양측의 1차 관심사가 서로에게 무시할 수 없는 2차 관심사인 것도 사실이므로 일단 상호 접근의 필요성에 대해서는 공감대가 형성돼 있다고 볼 수 있다. 따라서 양국의 의회교류는 지난해 수교에 이어 양국관계의 「질적변화」를 재촉할 것으로 보인다.<정광철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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