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과테말라 새 대통령 라미로 데 레온(뉴스메이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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과테말라 새 대통령 라미로 데 레온(뉴스메이커)

입력
1993.06.08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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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검사출신… 제헌의회 의장 역임/군인권 유린 맞서 투쟁 “국민영웅”지난 6일 과테말라의 새 대통령으로 취임한 라미로 데 레온(51)은 인권탄압과 쿠데타,피비린내 나는 내전으로 얼룩진 이 나라에 올 곧은 역사를 일으킬 인물로 나라 안팎의 기대를 모으고 있다.

5일 과테말라 의회가 재적 1백16명중 1백6명의 압도적인 지지로 그를 새 대통령으로 뽑자 거리는 폭죽과 환호로 넘치고 이튿날 취임식에는 군중이 경찰의 제지를 뚫고 의사당까지 들어와 그들의 영웅을 축하했다.

데 레온은 쫓겨난 호르헤 세라노 전 대통령의 남은 임기인 96년 1월까지 대통령직을 수행한다.

법률가 출신인 데 레온은 정직하고 용기있는 사람으로 알려져 있다. 85년 부통령후보로 나서기도 한 그는 특히 지난 3년간 의회가 임명한 인권 감독관으로 일하면서 정부와 군의 인권유린에 맞서 싸워 국민의 신망이 높다.

지난달 25일 세라노 전 대통령이 의회와 헌법재판소를 해산하고 직권통치를 선언하는 헌정 쿠데타를 일으켰을 때 경찰은 제일 먼저 그를 체포하러왔다. 데 레온은 경찰이 닥치기 바로 전 이웃집 지붕을 타고 도망쳤고 이튿날로부터 대통령에 대항하는 세력을 이끌며 국민적 영웅이 됐다.

국민의 반발에 부딪쳐 사임압력을 받던 세라노 대통령이 헌정중단 이레만인 1일 군부에 의해 쫓겨난뒤 부통령 에스피나가 대통령직 승계를 주장하면서 한때 정정이 위태로웠으나 깨끗하고 존경받는 정치인을 새 대통령으로 맞음으로써 물길을 바로 잡게 됐다.

새 대통령은 그에게 걸린 기대만큼이나 큰 과제를 떠안고 있다. 국민의 70∼80%가 절대빈곤에 허덕이고 있고 중남미에서도 가장 긴 33년의 내전을 겪고 있는 이 나라에서 민주주의는 이제부터 시작이다. 세라노 전 대통령이 헌정중단의 구실로 삼았던 부정부패와 마약거래 추방도 고스란히 새 대통령의 짐으로 넘겨졌다.

군부와의 관계정립도 문제다. 지난 1954년 미국을 등에 업고 민간정부를 무너뜨리면서 정치 일선에 등장한 군부는 1986년 민간정부가 복귀한후에도 계속 영향력을 행사하고 있다. 데 레온은 그동안 인권문제로 군부와 대결해온 처지라 군이 앞으로 새 대통령에게 어떤 태도를 보일지 주목된다. 데 레온은 이번에 군부에 세라노 대통령의 축출을 요청함으로써 군의 정치력을 인정했으나 가르시아 국방장관은 그가 대통령이 되는데 찬반을 표명하지 않았다.

밀려난 세라노정부는 이 나라의 1백50여년 역사상 두번째의 민주정부였으나 헌정 쿠데타를 일으킴으로써 스스로 군부의 개입을 불러왔다. 데 레온은 한번 더 이 나라에 민주주의를 일으킬 사명을 지고 있다.

희망적인 것은 민주주의의 뿌리가 얕음에도 불구하고 이 나라 국민의 정치의식이 성숙한 점이다. 지난달 세라노 대통령이 헌정을 중단시키자 헌법재판소는 대통령의 행동을 위헌으로 고발했으며 국민들도 일어섰다. 처음 대통령을 지지하던 군부가 태도를 바꿔 대통령을 몰아내고 정권을 탐내자 국민들은 이를 민간을 가장한 또 다른 쿠데타로 규탄했다. 대통령과 행동을 같이하던 부통령마저 대통령직 승계를 노리자 의회는 이를 단호히 거부하고 데 레온을 대통령직에 밀어올린 것이다.<오미환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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