율곡사업에 대한 감사원의 특별감사에서 이종구 전 국방부장관,김종휘 전 청와대 외교안보수석비서관 등 6공 고위인사들이 무기도입과 관련하여 거액의 수뢰를 했다는 혐의사실이 구체적으로 드러나고 있는 것으로 보도되고 있다. 충격적이다. 사실 확인절차가 아직도 많이 남았고 사직당국에 의한 최종적인 단죄가 있기까지는 범법여부를 속단하기가 어려운 것이 현실이나,그같은 추악한 혐의를 그들 책임있던 고위인사들이 직접 받게 되었다는 사실만으로도 국민이 느끼는 배신감은 참으로 참담하다.율곡사업이 도대체 무엇인가. 국가안보를 위한 군전력증강사업이 바로 율곡사업이다. 이같은 목적을 위한 무기도입에서 바늘끝만큼이라도 비리가 있다면 그것은 단순한 파렴치행위가 아니라 중대한 반국가적 사안이 된다. 우리의 방위기능을 향상하기 위한 사업을 어떤 방법으로든 저해하는 행위는 바로 이적행위,반역행위가 되기 때문이다.
무기의 선정과 도입과정은 고도의 전문지식에 의한 판단과 복잡한 이해관계가 동시에 개재되는 속성을 지닌다. 때문에 여러 이견과 반론,심지어는 음해와 모략도 있을 수 있는 일이다. 그러나 그 어떤 경우라도 거액의 뇌물이 수수되어 무기도입에 영향을 미친다는 것은 60만 국군의 생명과 전력을 잠식하고 위해하며,나아가 국가안보에 치명상을 입히는 결과를 가져오는 중대한 범죄행위가 된다.
일반 행정에서도 일부 관료의 무능이나 부패에 대해서 우리가 그동안 얼마나 분노하고 개탄해왔는가. 하물며 국민생존에 직결되고,따라서 엄청난 세금과 예산의 투입을 국민들이 감내하고 있는 율곡사업을 다루면서 핵심 고위직들이 「검은 돈」을 손쉽게 받아 챙겼다는 것은 벌린 입을 다물지 못하게 하는 놀라움을 준다.
지난달 군이 지나치게 성역화되어 거의 모든 일이 비밀주의에 가려져온 점도 이런 비리를 키운 환경이었는지 모른다. 그러나 나라의 안보를 담보로하는 비리와 부패는 아무리 관용을 가지고 본다해도 반역행위보다 낫다고 평가할 수가 없다.
감사원의 율곡사업 감사는 이미 예산낭비 여부,비리여부를 가리는 차원을 넘어 「성역」 깊숙이 칼날을 들이댄 상황이다. 국가생존에 직결되는 전력관리상의 문제를 다루는 안보업무 차원에 들어선 것이다. 전직 국방장관 3명,전직 3군 참모총장,전직 청와대 외교안보수석비서관 등 방위관계 고위인사들의 상당수가 비리혐의를 받는 형편이면 전직 대통령으로부터의 참고증언도 응당 필요한 사항으로 떠오르지 않으면 안된다.
40조원 규모,21개 분야에 걸친 장기적 전력증강사업에서 빚어진 석연치 못한 일들은 납세의 주체이고 국토방위의 주체인 국민에게 한점 의혹없이 밝혀져야 한다. 누구를 빼고 가리고 할 여지가 있을 수 없다는 뜻이다.
누가 얼마나 부정을 했고 뇌물이 어떤 규모였느냐도 중요하지만 그 보다는 우리 안보가 지금 제대로 기틀을 잡고 있는지를 확인하는 일이 훨씬 절박한 현실이 되었다는 생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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