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학… 칩거… 세확장…「홀로서기」 온힘/정치 손끊고 학문연구 정진/김대중씨/현대경영 조언속 행동 조심/정주영씨/강연·후원회 결성등 이미지 제고 주력/박찬종씨/「대선상처」 훌훌털고 독서·컴퓨터 재미/이종찬씨/일상적 재야운동… 왕성한 집필 활동도/백기완씨취임 1백일을 맞은 김영삼대통령과 한판승부를 겨루었던 지난해 대권주자들은 어디서 무엇을 하며 김 대통령의 개혁을 어떻게 보고 있을까. 가장 강력한 도전자였던 김대중 정주영씨는 아예 정계를 은퇴했고 세대교체를 주장했던 박찬종 이종찬의원은 나름의 정치생활을 꾸려가고 있다.
▷김대중◁
대선당시 김영삼대통령의 최대 강적이었던 김대중 전 민주당대표는 정치를 떠나 새로운 지도자의 길을 모색하고 있다.
대선 패배직후 눈물섞인 고별사로 정계은퇴를 선언했던 김 전 대표는 김 대통령취임에 앞서 지난 1월26일 영국으로 훌쩍 떠났다.
다소 극적인 정계은퇴선언을 통해 대선기간에 자신을 괴롭혔던 색깔론 시비 등을 말끔히 떨친 그는 따스해진 여론의 여전한 관심속에 케임브리지대에서 연구활동을 계속하고 있다.
김 전 대표는 케임브리지대 세인트존스칼리지에서의 연구와 독일 체코 루마니아 포르투갈 벨기에 방문 등을 통해 유럽통합 독일통일 동구민주화 등에 대한 지적관심을 채워 왔다.
이에 따라 김 전 대표는 귀국 후 이같은 영국에서의 연구를 결집해 책으로 엮는 집필활동에 우선 매달릴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특히 이같은 현장에서의 연구경험을 살려 남북한 통일문제에 대한 새로운 구상을 내놓는데 힘쓸 것으로 알려져 「3단계 3원칙 통일방안」의 수정보완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이같은 정리작업 이후 김 전 대표는 정계은퇴 당시 표명했던 「한국현대정치사를 나름대로 정리하는」 작업에 몰입할 것으로 보인다. 이를 위해 측근들은 현재 동교동 자택외에 조용히 집필에 전념할 수 있는 거처를 물색중이다.
또한 연구와 집필생활 틈틈이 젊은이들과의 대화를 위한 강연도 가질 계획인데 벌써 경희대 평화복지대학원으로부터 특강요청이 들어와 있다.
민주당 안팎에는 김 전 대표의 정치적 역할을 점치는 다양한 관측들이 나돌고 있으나 정작 김 대표본인은 지난 2일 주영국 특파원과의 회견에서 정계복귀 가능성을 일축했다. 또 김 대통령의 개혁에 대해서도 전체적인 판단은 유보하면서 부분적인 성과를 인정하는 중간적인 태도를 보였다.
그동안의 전해진 태도나 앞으로의 활동계획으로 보아 김 전 대표는 일단 정치가도에서는 멀찌감치 물러서 있다.
분명한 것은 김 전 대표가 정치와의 절연노력을 계속한다해도 「영원한 경쟁자이자 동반자」인 두 김씨의 관계가 쉽게 변할 것 같지 않다는 점이다.
따라서 김 전 대표는 본인의사와 관계없이 정치권의 한축을 이룰 수 밖에 없을 것으로 보인다.
▷정주영◁
대선이후 현대그룹 명예회장으로 복귀한 정주영씨는 가급적 자신의 모습을 외부에 보이지 않으려 하고 있다.
현대그룹의 대외적 행사에도 반드시 동생인 정세영 현대그룹 회장을 내세우고 있다. 현대그룹의 정씨 측근들은 아예 「왕회장」에 대한 기사는 아무리 좋아도 안나는 것이 좋다고까지 말하고 있다.
정씨가 이처럼 장기간 칩거를 계속하고 있는 것은 물론 자신에 대한 정권측의 노여움이 아직은 식지 않았다는 판단에 따른 것으로 보인다.
정씨는 지난 3월 일본에서 돌아온 후 현대그룹 명예회장으로 복귀,서산농장에서 머무는 일요일을 제외하고는 거의 매일 상오 8시 서울계동 현대그룹 사옥으로 출근하고 있다. 경영에는 깊숙이 참여하지 않고 있지만 북방경협이나 해외건설은 아직 직접 챙길때가 많은 편이다.
대선 전에는 자제들과 청운동 집에서 그룹까지 도보로 출근했으나 요즘에는 아침만 자제들과 함께 할 뿐 출근은 혼자서 승용차를 이용하고 있다. 자신의 건강에 대한 이야기가 나오는 것을 가장 싫어할 정도로 건강에 자신이 있다고 말한다는 것이다.
그러나 부인이 노환으로 입원해 있는 서울중앙병원으로 문병을 가는 모습 때문에 본인의 건강에 이상이 생긴 것이 아니냐는 소문이 나돌기도 했다.
골프를 아주 좋아했던 편인 정씨는 최근들어 골프를 거의 줄인 것으로 알려졌다. 자신과 비슷한 연배인 재계인사가 우연히 만나 정씨에게 『정 회장,골프나 한번하지』라고 말하자 『아냐,대통령도 안하는데 무슨 골프냐』고 대답했다는 말이 재계인사들 사이에서 화제가 되기도 했다.
▷박찬종◁
지난 대선에서 비록 떨어졌지만 오히려 나름대로의 성공을 거둔 후보는 박찬종 신정당 대표이다.
지난 대선에서 참신한 이미지로 1백50여만표를 얻으며 선전한 박 대표는 왕성한 정치활동을 정력적으로 펼치고 있다.
박 대표는 6·11보선을 앞두고 강원 철원·화천지역에 상주하며 이강희 신정당 후보의 선거운동을 지원하고 있다.
지난 4월 보선에서도 부산 사하와 경기 광명지역을 오가며 신정당 후보의 선거운동을 자신의 일처럼 했다.
박 대표에게는 강연요청도 쇄도하고 있다. 박 대표는 지난 3·4·5월 동안 대학·사회단체 등에서 수십차례 강연을 했다.
그는 정치현안이 있을 때마다 기자회견을 갖는 등 빠지지 않고 자신의 입장을 밝힌다.
박 대표는 김 대통령의 개혁정책에 대해 비교적 긍정적 평가를 하고 있으나 진정한 개혁을 위해서는 법적·제도적 장치가 마련돼야 하고 사정에는 성역이 없어야 한다는 점을 강조하고 있다.
그는 활발한 정치활동을 하고 있지만 대선이후 줄곧 채무에 시달리고 있다. 지난해 총선때 진 빚때문에 서초동 집이 경매에 들어가 있고 대선때 진빚과 선관위에 추가로 내야할 돈 등을 합쳐 10억원대 이상이 필요한 실정이다.
박 대표는 지난 3월말 남양유업의 우유제품인 「다우」의 광고모델로 출연해 화제를 모으기도 했다. 모델료 9천만원은 환경미화원 자녀장학금과 보궐선거비용 등으로 쓰였다.
「깨끗한 정치」를 표방하고 있는 박 대표는 꾸준히 지지기반 확산을 위해 바쁜 나날을 보내고 있다.
▷이종찬◁
새한국당 후보로 출마했다가 정주영후보와 제휴,중도사퇴한 이종찬의원은 요즘 정치생활 13년만에 가장 한가한 시간을 보내고 있다.
지난해 5월 민자당 후보경선이후 대선정국에서 연속적으로 정치적 상처를 입은 이 의원은 「은인자중」의 생활철학을 새삼 체험하고 있는 모습이다.
이 의원은 대선이 끝난 뒤 컴퓨터와 일본어 중국어 공부를 하고 있다.
그 결과 그의 컴퓨터 실력은 프로그래밍외에는 모든 기능을 숙지,활용할 정도로 발전했다.
이 의원은 또 일주일에 서너번 수영을 즐기고 일주일에 한차례씩 북한산과 관악산 등 서울근교의 산을 오른다. 가끔 연극·영화관람도 한다.
이 의원은 김 대통령과 불편한 관계에 있던 박태준 박철언 김종인씨의 비리가 잇달아 파헤쳐지는 사정정국을 보면서 착잡한 생각을 하고 있는 것 같다.
그의 한 측근은 『만약 이 의원이 비리가 있었다면 경선을 거부할 수도 없었을 것』이라며 비리혐의 가능성을 전적으로 부인했다.
이 의원은 국회가 열리지 않을 때는 주로 독립운동가였던 조부를 기념하는 우당기념관으로 출근한다. 그곳은 지금 새한국당 당사로도 쓰이고 있다.
이 의원은 대선으로 인한 부채 수억원을 갚기 위해 신교동 자택과 오피스텔을 팔기위해 내놓았다.
이 의원은 정치적 재기를 모색하며 몸을 낮춘채 조용히 지내고 있는 것이다.
▷백기완◁
무소속 후보로 나서 젊은층의 지지를 깨 받았으나 1%의 득표에 그친 백기완씨는 『민중후보운동은 결코 실패하거나 패배하지 않았다』고 힘주어 말한다.
백씨는 또 『민중이 주도하는 참된 민주정부를 수립하기 위해 계속 뛰고 있다』고 강조했다.
백씨는 대선이 끝난 뒤 민중후보론을 반대하는 재야 일부로부터 비판을 받기도 했으나 대선 후유증에 별로 구애를 받지않고 자신의 연구소인 「통일문제연구소」에서 독서와 집필활동을 계속하고 있다.
그는 최근 민족서사시 「장산곶매」를 책으로 쓰고 있는데 이달말쯤에는 2권중 상권이 발간된 예정이다.
또 그는 전국연합과 전노협의 고문자격으로 일상적인 재야운동을 하고 있으며 지난 대선에서 민중후보론을 주도한 「민중정치연합」의 활동을 적극 지원하고 있다.
백씨는 새 정부의 개혁추진에 대해 『초기단계여서 구체적으로 얘기 할 수 없으나 개혁의 주체가 민자당이라는 사실과 개혁청사진을 제시하지 못하는 것을 볼 때 일단 부정적으로 평가한다』고 말했다.
한때 고문후유증으로 시달렸던 백씨는 최근 4년여 동안 거의 매일 동네 뒷동산을 오르면서 건강을 회복했다고 한다.<정숭호·황영식·김광덕기자>정숭호·황영식·김광덕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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