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필요성·경비조달등 부정요인 더 많아/전문가들 “국립박물관 이용” 주장/공청회 통한 구체안마련 모색을한국일보 6월3일자 조간 사회면에 「전쟁기념관 문제점 많다」는 머리기사가 나간직후 독자와 군관계자들에게 놀라운 반응이 들어왔다. 전쟁기념관이 세워지는 사실 자체를 몰랐다는 대부분의 독자들은 『국민의 세금으로 여론수렴도 없이 그렇게 큰 공사를 할수 있느냐』며 분노를 나타냈고,군 내부에서는 『드디어 터질 것이 터졌다』며 그 대책 마련이 시급하다는 의견이었다.
전쟁기념관은 노태우 전 대통령이 「전쟁 예방과 평화적 통일에 기여한다」는 취지아래 임기중 웅장한 상징물을 짓겠다고 결정함에 따라 90년 9월 착공됐다. 공사 주관단체는 전쟁기념사업회(회장 이병형 예비역중장)로서 88년 국회에서 의결된 전쟁기념사업법에 의해 특수법인으로 발족됐다. 전쟁기념관은 92년 10월 완공 예정이었으나 건물(지하 2층 지상 4층)이 지난치게 방대하고 전시물의 수집도 부족하여 지연되어 왔다. 그래서 지금도 금싸라기땅인 용산 옛 육군본부 터의 대지 3만5천3백여평에 건평 2만5천4백49평(전시면적 6천3백여평)의 대규모 건물을 짓는 공사가 한창이다.
국유지를 무상 대부받아 94년까지 완공될 전쟁기념관에 쓰여지는 예산은 1천2백46억원으로 국고 1천여억원과 성금 20억원으로 충당된다. 성금은 건립 초기에 「자발적형식」을 취해 주로 장교들의 봉급에서 계급별로 일정액을 걷은 것이다. 이 돈으로 6·25상징 조형물을 만들 계획이다. 5천억원 이상으로 추정되는 땅값을 포함하면 무려 6천2백여억원의 공사가 진행되고 있는 것이다.
이처럼 막대한 예산이 들어갈 전쟁기념관은 전혀 여론 수렴없이 취진되어 많은 문제점이 부각됐다. 우선 통일을 바라보는 이 시점에 우리 민족사에서 가장 비참한 동족상잔의 내전 기념관을 대규모로 세울 필요가 있느냐,필요가 있다고 해도 통일 이후 판문점같은 위치를 잡아야 하지 않느냐 하는 문제제기였다.
특히 상당수 장교들은 국방예산중 장교복지기금 특히 군인아파트 건립예산이 전용되고 있고,앞으로도 군인복지예산을 쓸 수 밖에 없을 것이라고 주장하며 반발하고 있다. 그러나 국방부 예산관계자는 『국방예산 중에 전쟁기념관 건립비가 따로 책정되었고 군 복지 예산에서 전용하지는 않았다』고 밝혔다.
하지만 사실 여부를 떠나 자주 근무지를 옮기는 장교들이 10여평짜리 군인아파트가 부족해서 오랫동안 셋방을 떠돌면서 갖게된 의문과 불만에 비추어 이 문제에 명쾌한 해명이 있어야 한다고 지적한다. 전쟁기념관은 이미 쓰여진 건축 예산만 해도 2천원짜리 연립주택 5천6백여채를 짓는 비용이라는 것이다.
이러한 군 관계자들의 비판 외에 전쟁기념과 건립에 직간접으로 관여해온 학계와 박물관 인사들은 막대한 예산을 들여서 현재의 국립중앙박물관보다 훨씬 큰 규모로 전쟁기념관을 짓는 것에 부정적이다.
전쟁기념관은 「우리 민족이 겪은 온갖 전쟁과 국난극복의 희생적 발자취를 한데 모아 놓는다」는 목적을 내세우고 있으나 전시물은 6·25전쟁 관련자료가 중심이다.
전시공간 6천3백여평중 역사관은 9백78평에 불과한 반면 6·25관은 1천8백여평,월남파병관은 2백50여평,국군발전관은 9백10여평,비행기 탱크 등을 전시하는 대형전시관은 1천6백70여평이다. 세계 어느 나라에도 조촐한 상징탑을 제외하고 내전 기념관을 세운 적이 없다. 여러차례 큰 전쟁에서 승리한 나라도 대규모 전쟁기념관을 세우지 않았고,자국 역사상 모든 전쟁을 망라하는 종합 전쟁기념관을 세워 호전적 민족으로 보이는 사업은 하지않는다.
또 현재 준비중안 역사관 전시물이 대부분 복제품이나 그림,마네킹들로서 가치가 없고,민족관이나 놀이터 모양의 모조품 기념관이 알려지면 세계적인 조롱거리가 될 것이라는 지적이다. 6·25관과 대형전시관을 채우기 위해 미국을 비롯해 동유럽 등지에서 비행기 대포 지프 등을 사들이는 것도 예산낭비라고 말한다.
이같은 주장에 덧붙여,현재 내부사정을 잘 아는 한 인사는 가장 큰 문제가 개관 이후의 경비문제라고 지적한다. 전쟁기념사업회는 예식장과 식당을 운영해서 마련한다고 하지만 그것은 엄청난 경비의 극히 일부에 지나지 않는다는 것이다. 일례로 국립중앙박물관의 경우,건물관리와 사무실 운영 그리고 관장 포함 2백34명의 직원 인건비 등 현상유지에 드는 최소한의 예산이 70억원이다. 적절한 유물구입비와 특별전시회 경비를 합쳐 적어도 1년에 1백50억원이 필요하다고 한다.
전쟁기념관의 시설이 국립중앙박물관보다 2배 정도 크면 그 운영 용은 3분의 1가량 더 든다고 전문가는 계산한다. 개관 후 계속될 유물 구입비와 과학처리비,특별전시비와 전시물 보수비,연구비와 첨단과학장비 유지비,인건비 등에 2백억원이 필요한데 그것은 결국 국방 예산에서 줄 수밖에 없다는 것이다.
전쟁기념관은 성격상 각군에서 키워온 군사박물관 및 국립묘지 기념관 등과 중복되고,전시내용의 부실을 우려해서 이들 각군의 군사박물관과 전방 사단의 역사관 자료를 강제로 이관시킬 계획이나 이것은 세계적 추세인 전문박물관의 발전에 역행하는 시도이다.
6공 정권 차원에서 이같은 기념비적 건물 공사를 결정해서 완공에 이른것과 정반대로 국립중앙박물관이 지금도 「일제 총독부」 건물에 들어가 있는 사실은 역설적이다. 이 「총독부」 건물이 광복 후 반세기를 지나는 동안 그 자리에 그대로 남아있다는 사실은 우리가 얼마나 민족정기를 되살리는 일에 무관심했는가를 단적으로 보여준다. 이 치욕의 건물은 국립중앙박물관에 소장된 30만점의 값진 유물을 옮겨 전시할 새 박물관을 시급히 마련해야 철거할 수 있다.
김영삼대통령은 문화체육부의 올해 업무보고를 받는 자리에서 『구총독부 건물을 민족정기의 보존차원에서 철거하고 국립중앙박물관을 이전하도록 하라』고 했으나 이 지시의 임기내 실현 가능성은 없는 것으로 알려졌다. 천문학적 예산이 필요하고 옮길 터와 시간도 없기 때문이다.
금세기 안에 철거할 수 있는 유일한 방법은 지금 건물이 완공단계에 있는 용산 육군본부 자리의 「전쟁기념관」으로 옮기는 것이라고 전문가들은 진단한다. 이 건물은 현 박물관 전시면적보다 두배나 더 넓게 지어져 있어 내부시설을 개조하면 박물관이 들어갈 수 있다는 주장이다.
2000년대 수도 서울의 중심은 미 8군이 이전,1백만평 이상의 넉넉한 터가 마련되는 용산 일대가 될 것이라고 도시건축 전문가들은 예상한다. 남산의 빼어난 자락을 뒤로한 용산에 국립중앙박물관이 자리 잡으면 민족문화의 발전방향을 제시하는 상징이 될 것이다. 그것은 또한 문민정부가 세워져서 어두웠던 과거가 청산되는 분위기에 맞물려 일제의 최대 잔재인 구 「총독부」가 철거되고,군사문화의 마지막 기념비적 공사이면서 앞으로 세금이 계속 낭비될 「골칫덩이」 건물이 역사적 명소가 될 수 있음을 의미한다.
군 관계자와 문화계 인사들은 비록 늦었지만 공청회 등을 통한 여론 수렴과정을 거쳐 국민의 세금을 효율적으로 쓰는 방안을 모색해야 한다고 주장했다.<최성자·이충재>최성자·이충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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