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금이 바람직한 방향으로 흘러가고 있는가. 기업들의 설비투자가 부진함에도 불구하고 기업들의 자금수요가 왕성하다. 이 때문인지 자금이 많이 풀렸는데도 시중 실효금리가 다시 상승세를 보이고 있다. 때마침 증시는 힘찬 활황을 보이고 있다. 혹시 기업자금이 재테크로 흘러들어가지 않는지. 또한 「5·8」조치(30대 재벌그룹의 부동산 매입금지)의 해제로 부동산매입에 투입되지나 않을지 의구심이 생긴다.지금 경제의 최대 현안과제는 불황타개이다. 그러나 건실하게 불황이 해소돼야 하는 것이다. 제조업의 설비투자 증대와 건전한 소비의 증대를 통해 경기가 활성화 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6공 상·하반기처럼 올림픽이나 신도시 건설 등과 같은 특수경기와 과소비 등에 의한 경기회복은 증권 및 부동사투기와 물가폭등을 야기시켜 결국은 경제의 국제경쟁력만을 약화시키는 것이다. 특히 우리 경제가 이번에 다시 투기광풍에 휘말려 또 다시 거품호황을 맞게 된다면 치명상을 입는다.
김영삼행정부는 정치적으로 경기활성화의 조속한 실현이 아무리 절실하더라도 경기회복이 건실하게 이루어지도록 유의해야 하고 또한 인내심을 가져야 하는 것이다. 뭣보다도 증권이나 부동산투기가 재발하지 않도록 사전예방 조치에 역점을 둬야 하는 것이다. 지금 경기가 여전히 불황의 늪속을 헤매고 있는데도 불구하고 자금흐름의 이상한 조짐을 우리가 우려하는 것도 바로 이 때문이다. 새 정부는 지난 2월25일 출범과 더불어 금리인하를 단행했고 또한 6공보다는 통화관리에 신축성을 둬 왔다. 지난 4일 한은이 발표한 「5월중 통화동향」만 보더라도 5월중 총통화(M2)는 지난 4월에 비해 1조4천2백9억원이 늘어난 99조8천1백8억원(평잔기준)이었다. 지난해 동기에 비해 18.7%가 증가한 것인데 당초 목표 18%를 상회한 것이다. 지난 4월에도 총통화 증가율은 17.8%,관리목표 17.5%를 약간 넘어섰다.
통화가 이처럼 많이 풀렸는데도 3년짜리 회사채 유통수익률은 지난 3일 연 11.9%를 기록,올들어 두번째의 금리인하가 단행됐던 지난 4월초의 연 10.9%에 비해 불과 두달사이에 1%포인트나 상승했다. 하루짜리 콜금리도 3일 현재 연 12.34%로 지난 4월초에 비해 2%나 오른 것이다. 실효금리의 인상은 최근에 한은이 자금환수에 나서고 있는데다가 기업들 사이에 자금가 수요현상이 재현됐기 상대적으로 금리가 높은 기업금전신탁에 지난 2일 현재 10조5천8백억원(작년말대비 3조2천9백억원 증가)의 여유자금을 맡겨두면서 당좌대출(5월중 1조6백억원 증가)을 끌어쓰고 있는 것으로 밝혀졌다.
기업들이 설비투자에 대비,자금을 축적하는 것이라면 더 말할 나위가 없겠다. 그러나 이 자금이 재테크나 부동산투기에 방출된다면 참담한 결과를 가져올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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