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의 핵확산금지조약 탈퇴가 발효하는 12일까지에는 이제 엿새가 남았다. 그 시한에 이르기전에 치러야할 국제적인 절차 하나가 끝났다. 북한과 미국의 고위회담이 두차례의 회담끝에 4일 「아무런 합의없이」 끝난 것이다.이 「끝남」이 바로 결렬을 뜻하는 것 같지는 않다. 미국의 갈루치 대표가 말한 『추가회담여부는 결정한바 없다』는 것은 구체적 일정에 합의한바가 없음을 가리킨 말일 것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미국과 북측 모두 원칙적 입장에는 아무런 타협의 가능성없이 회담이 끝난 것은 확실하다. 미국이 북한의 핵문제 선결을 포기하지 않은데 대해 북측은 미국과의 관계개선 등 포괄적 해결을 요구하고 있기 때문이다.
북측이 무엇을 주장하고 있는가 하는 것은 북측이 고위회담에 앞서 밝힌 6개항의 요구로 알 수 있다. 한편 미국측의 갈루치 차관보는 상원 외교위 아시아·태평양 소위원회의 청문회에서 미국쪽 입장을 설명한바 있다.
그 내용으로 봐 미국이 상당히 신축적 태도로 북측과의 대화에 나선 것을 짐작할 수 있다. 그러나 우리측의 유종하대사가 『회담이 결렬된 것』이라고 평가한 것은 문제가 북측의 결정에 달린 것을 뜻한다.
결국 문제는 북측의 핵확금조약 탈퇴번복이 아니면,예정된 궤도로 가기전의 통과의례로 끝날 것이다.
그런 한편에서 북측은 우리측에 「특사교환을 위한 차관급 회의」를 제의해놓고 있다. 특사교환 제의에는 분명히 고위급회담이 목표로 하는 의제와 「비핵화공동선언」을 언급했었다. 그러면서도 그뒤의 수정제의에서 북측은 「핵」을 제외할 의도를 분명히하고 있다.
북측의 진의가 무엇인지는 아직도 분명치 않다. 그러나 한가지 분명한 것은 북이 정말 핵무기를 개발하려한다면,또 그것을 흥정카드로 쓰려는 「핵장난」을 의도하건 북의 생존을 위해 도움이 되지 못할 것이라는 사실이다.
김영삼대통령도 말한 것처럼 우리 자신 핵무기를 갖고 있는 북측과 협상을 할 수는 없다. 북측이 미국과 대한민국을 동떨어진 협상상대로 다룸으로써 어떤 이득을 올릴 수 있기를 기대한다면 어리석은 착각이라고 할 것이다.
핵에 관한한 우리에게 선택의 여지가 없는 것처럼,북한에게도 선택의 여지는 없다. 국제사회의 압력을 피해가면서 핵무기를 개발하려 한다면 유엔에 의한 「추가조치」는 불가피할 것이다.
경제제재가 될 유엔의 추가조치에는 중국도 참여해야 할 것이다. 우리측에서도 정부는 북측이 헛된 기대를 갖지 않도록 핵이 모든 문제에 선결돼야 한다는 확실한 입장을 되풀이 강조해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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