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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과 못거둔 「대북 설득담판」/미­북 2차회담 결렬 안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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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과 못거둔 「대북 설득담판」/미­북 2차회담 결렬 안팎

입력
1993.06.06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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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측 “잃을 것 없다” 버티기 작전/다음 회담이냐 제재냐 기로에4일 뉴욕에서 있은 미·북한간의 2차 회담이 끝난후 국무부 당국자들은 밤늦게까지 남아 회담결렬에 대한 성명문을 만드는데 꽤 많은 신경을 쓰는 것 같았다. 문구를 고치고 변경하느라고 회담이 끝난지 9시간이 지난밤 9시에야 준비된 성명을 내놓았다. 문안은 대단히 강경한 표현이었다. 일반 외교용어로는 웬만해서는 쓰지 않는 「실망적」(Disappointing)이라는 표현을 쓰고 『우방들과 긴급히 다음단계를 밟겠다』라는 등 다급한 표정이 역력했다.

이에 앞서 뉴욕에서는 회담이 끝난후 갈루치 대표가 기자들에게 『아무 것도 할 말이 없다』고 말함으로써 합의도출에 실패했음을 알렸다.

이는 양측 주장중 어느 것 하나 접점을 찾지 못하고 평행선만 긋고 말았다는 것을 의미한다.

리처드 바우처 국무부 대변인은 뉴욕회담이 시작되기전 이번 회담의 목적을 3가지로 뚜렷이 밝혔었다.

첫째는 북한의 핵확산금지조약(NPT) 복귀이고 둘째는 북한의 국제원자력기구(IAEA)의 전면 핵사찰 수용,그리고 셋째는 남북한간 상호 핵사찰이었다.

다른문제,예를들어 미·북한간의 관계증진 문제·팀스피리트훈련의 영구중단 등에 대해서는 아무런 언급도 하지 않았다.

바우처 대변인은 일단 북한이 이 3가지 핵관련 문제를 완전히 해결한후 그 때 가서 다른 문제를 검토할 수도 있으나 그것은 너무 지나친 추측이라고 잘라 말했다. 반면 북한이 미국에 대해 요구해온 것을 종합해보면 첫째,한반도에서의 완전한 핵위협 제거 둘째,팀스피리트훈련 연구중단 셋째,미·북한 관계개선 등이었다. 한반도로부터의 핵위협 완전제거는 궁극적으로 주한미군을 철수하고 한국을 미 7함대의 핵우산에서 벗겨버리라는 것이고,미·북한 관계개선은 한국의 어깨너머로 북한이 미국과 직접 거래를 해야겠다는 것이다.

따라서 이번 회담에서 핵을 무조건 먼저 제거하라는 미국측의 주장과 핵제거를 위해 미국이 먼저 선결조건을 수락하라는 양측 주장이 아무런 접점을 찾지 못해 결렬된 것으로 보인다.

미국측 성명에 「차후 회담을 배제하지는 않는다」고 돼있으나 현재로서는 확실치 않아 보인다.

문제는 한국이다. 북한의 핵문제가 국제문제화된 이후 미국이나 북한의 주장은 지금까지 한번도 변한 일이 없었다. 미국은 북한이 핵문제를 우선 해결해야 한다는 말을 수십차례 반복했고,북한 역시 미국이 먼저 핵문제 해결을 위한 선결조건을 만족시켜야 한다고 말해오고 있다.

그러나 한국은 한때 강경론쪽으로 가는듯 하다가 한승주 외무장관이 밝힌 『한반도에 다시는 전쟁이라는 불행한 사태가 있어서는 안된다』는 명제아래 「양궤도정책」(Two Track Policy)이라는 다소 온건론으로 선회했다.

한 장관이 설명한 양궤도 정책은 북한 핵문제가 국제원자력기구(IAEA)와 유엔안보리를 거쳐 일련의 국제제재조치로 넘어가는 과정에서 북한을 설득할 수 있는 방법은 다 찾아본다는 것이다. 설득책에는 미·북한간 고위회담을 지지하며 가능한한 미국의 정치적 양보를 권고하는 것으로 분석됐다. 그는 미국과 북한간 외교수립도 조건부로 지지하겠다고 선언했다.

한 장관은 지난 4월 워싱턴을 방문해 『한반도에 무력사용이 있어서는 안된다』는 것을 국무부,국방부,백악관을 예방하면서 누누이 강조한 것으로 알려졌고 같은 맥락으로 워싱턴을 방문했던 공노명 주일 대사,신기복 외무부 차관보 등도 이 문제를 강조한 것으로 알려졌다.

한승주 주미 대사도 『한반도에서 전쟁이 일어나선 절대로 안된다』는 확고한 입장을 갖고 있다.

현재 미국에서는 소련 공산제국이라는 거대한 철의 장막이 무너진후 공산주의를 어떻게 무너뜨려야 한다는 방법론 같은 것이 세워져 있다. 공산주의는 협상으로는 무너지지 않으며 전쟁도 불사한다는 각오로 무자비한 외교공세를 벌여야 한다는 경험론적 철학이다.

한반도에서는 대신 북한이 전쟁을 외교수단으로 쓰고 있는 중이다.

수틀리면 전쟁을 벌여 한국의 경제발전을 하루 아침에 날려 버리겠다고 은근히 협박하고 있다. 북한은 어차피 잃을 것이 없다는 배짱이다. 미국이 미·북한 고위회담에 대해 공식 언급도 하지 않았을 때 『타노프 국무차관이 미국 대표가 돼 곧 미·북한간 고위회담이 열릴 것』이라고 발표하는 실수를 범하는 등 이번 미·북한 고위회담을 고무하고 지지한 우리 정부의 태도는 미국측의 대공산국 강경철학보다는 북한이 6·25 전쟁을 일으키고도 반성할줄 모르는 전쟁위험에 더 영향을 받고 있는 것 같다.

60만 강군을 갖고 있는 한국이 『전쟁은 절대 안된다』고 거듭 말하는 것은 스스로의 자세를 낮춰 북한의 전쟁위협을 부추기는 의도하지 않은 결과를 낳을 수 있다. 한국은 이번 회담을 계기로 경제발전을 전쟁위협의 인질이 아닌 외교력으로 쓰는 정책을 택해야 할 것이다.<워싱턴=정일화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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