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침묵속 측근들 “퇴장시점 아니다”/비판목소리 커질땐 「결심」 소지도김종필 민자당 대표가 또다시 「항거」할 것인가. 5·16에 대한 김영삼대통령의 개념규정을 계기로 김 대표의 향후 대응에 관심이 모아지고 있다.
「구시대 인물」 「경륜의 정치인」. 새정부 출범후 민자당의 「얼굴」인 김 대표가 받아온 상반된 평가이다. 일각으로부터 개혁대상으로 비판받으면서도 다른 한편으론 일정부분의 역할공간을 인정받아온 김 대표이다.
김 대통령의 5·16 평가는 이런 점에서 김 대표의 부정적 이미지를 확대시킨 결과를 초래했다고 볼 수 있다. 김 대표의 위상약화로 이어질 수도 있는 문제이다. 김 대표가 어떤 대응을 할 것인가에 자연 시선이 집중될 수 밖에 없다.
김 대표는 새정부 출범직후 개혁속도에 대해 「온고지신론」과 「백리길」 주장으로,당직자와의 골프회동후 「소와 말」 비유 및 사퇴의사 간접표명으로,5·16 재평가에 대해선 「기승전결론」으로 이미 수차례 독자적인 목소리를 내왔다.
그러나 지금 김 대표측은 조용하다. 김 대표의 정치적 기반이자 명분인 5·16이 정면으로 훼손당했는데도 이렇다할 반응이 없다. 김 대표는 지난 3일에 이어 4일에도 침묵을 지켰다. 측근을 통해 『할 말이 없다』고만 밝혔다.
김 대표 측근들은 오히려 『김 대표가 담담하게 받아들이고 있다』고 전했다. 지난 3일 보궐선거 지원활동차 명주를 방문한 김 대표를 수행했던 조부영 사무2부총장은 『김 대표가 대통령의 기자회견 내용에 전혀 특별한 반응을 보이지 않았다』고 전했다. 불쾌해하기는 커녕 『김 대통령의 생각이 그런 것을 일찍이 알고 있었다』는 반응이었다고 설명했다.
김 대표의 「입」이랄 수 있는 조용직 부대변인도 『한두번 들은 얘기가 아니지 않느냐』라며 『김 대표의 거취에 변화는 없다』고 잘라 말했다.
그러나 김 대표측의 이번 5·16평가를 아무렇지도 않게 받아들인다고 믿기는 어렵다. 5·16이 단순한 「쿠데타」를 넘어 「역사를 후퇴시킨 큰 시작」으로까지 평가됐기 때문이다. 김 대표가 평소 5·16을 엄연한 역사라고 말해왔던 것처럼 5·16에 대한 부정적 평가도 현실정치에 엄연하게 살아있다는 사실은 JP진영을 두고두고 괴롭힐 수 밖에 없다.
김 대표의 한 측근은 『김 대표는 3공 시절과 80년 5·17 당시 온갖 수난을 당했다』면서 『이 정도 일에 미동할 JP가 아니다』라고 말했다. 김 대표 진영의 불쾌한 감정을 우회적으로 표현한 얘기로 들린다.
지금은 아니지만 언젠가 김 대표의 역할과 부정적 이미지의 비중이 역전되는 상황이 올 수도 있다는게 당내의 인식이다. 이 때는 바로 김 대표가 진퇴를 심각히 검토해야 하는 시점이기도 하다.
김 대표측은 아직 김 대표의 역할공간이 충분히 남아있다고 보고 있다. 당내외의 보수세력을 포용해 개혁이 조화속에 추진되도록 지원하는 역할이라는 것이다.
김 대표의 한 측근은 『김 대표는 개혁이 본궤도에 올라 자신의 역할이 필요없다고 느낄 때 스스로 대표직을 물러날 것』이라며 『그러나 그 시점을 현재로선 예측할 수 없다』고 말했다. 지금은 「퇴장」의 시점이 아니라는 설명이었다.
다만 야당의 정치공세와 여권내 비판의 목소리가 높아질 경우 김 대표의 「모종의 결심」이 촉진될 가능성은 배제하지 않고 있다.
그렇다해도 김 대표의 「결심」은 자신을 둘러싼 파문이 진정된뒤 당내가 평온한 시점에 전격적으로 이뤄질 공산이 큰 것으로 보인다.<정광철기자>정광철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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