쿠데타는 무력을 사용하여 적법하고 정통성있는 민주정부를 뒤엎고 정권을 박탈·장악하는 행위를 말한다. 5·16은 바로 이 범주에 속하는 불법적인 국가권력의 강탈행위였으므로,문민정부의 수장인 김영삼대통령이 「분명한 쿠데타」라고 못박은 것은 너무도 당연하고 지극히 중요한 지적이었다고 할 수 있다. 한마디로 쿠데타는 민주주의의 적인 만큼 이 땅에 두번 다시 그같이 불법무도한 일이 없어야 한다는 문민대통령으로서의 확고한 다짐이었다고 봐야할 것이다.1961년의 군사쿠데타를 주도한 소위 주체세력들은 5·16을 정당화하기 위해 모든 수단을 동원해 미화해왔다. 쿠데타가 아닌 혁명이라고 내세웠고 특히 헌법 전문에 4·19를 의거라고 격화시키는 대신 5·16을 혁명이라고 명기하기까지 했다. 하지만 진정한 혁명은 국가의 개혁과 발전을 위해 온국민이 참여하고 공감해야만 성취되는 것이라고 할 때 이 땅의 참다운 혁명은 결코 5·16일 수가 없으며,오직 4·19 민주혁명을 들 수 있는 것이다.
5·16이후의 우리 현대사가 웅변으로 증명해주듯 쿠데타의 해독은 말할 수 없이 큰 것이다. 가장 큰 해독은 군의 정치개입이라는 악례·악폐이다. 절대다수의 군인들이 신성한 국토방위의무에 전념하고 있는동안 한줌도 안되는 군인들이 총 칼을 들고 정치권력을 장악함으로써 매우 나쁜 범죄적 선례를 만든 것이다. 두번째 해독은 민주주의를 짓밟고 정치를 수십년 후퇴시킨 것이다. 또 힘에 의한 통치로 국가의 모든 분야를 병들게 했고 부정부패를 만연시킨 점을 지적할 수 있다. 다른 한가지,국법질서를 문란케하고 기강을 뒤흔들어 나라를 정신적으로 깊은 수렁에 빠뜨린 점도 지적하지 않을 수 없다.
소위 주체세력들은 구악 및 부정부패의 일소 등 혁명과업을 완수한뒤에는 군에 복귀하겠다고 다짐했으나 그들 자신이 수백배 더 부패에 물들었고 복귀약속 역시 지키지 않았다. 그뿐인가. 권력의 계속 장악을 위해 국민의 반대를 무릅쓰고 3선 개헌에 이어 유신 독재체제를 선언하여 나라전체를 암울하고 참담한,숨막히는 분위기로 몰고감으로써 불의에 저항하는 많은 학생들을 희생케하는 죄악을 저질렀음은 모두가 잘 아는 일이다. 소위 12·12와 5·18도 몇몇 권력욕에 불탄 정치군인들이 5·16을 모방해서 저지른 정치개입행위라고 할 수 있는 것이다.
주체세력과 추종자들은 그래도 이 나라가 5·16으로 인해 기아에서 벗어나고 경제발전의 기틀을 세웠다고 치적을 내세우나,그들 아닌 민선정부가 지속되었다고 해서 그보다 못하거나 잘못됐으리라는 역사의 가정은 성립되지 않는 것이다. 더구나 얼마전 5·16 쿠데타의 제2인자였던 김종필 민자당 대표가 「기승전결」론을 들어 『5·16은 오늘의 민주화와 개혁을 있게한 밑거름』이라고 말하는데는 놀라지 않을 수 없다. 억지요 궤변인 것이다. 어찌 문민정부를 무너뜨린 5·16이 30여년만에 힘들여 회복된 문민정부의 기반이 될 수 있는가. 오늘날 문민정부는 바로 5·16을 깃점으로 12·12,5·18 등 군사통치가 쌓아놓은 30여년간의 온갖 적폐와 부정부패를 뿌리뽑기 위해 땀을 흘리고 있는 것이다.
아무튼 지금은 국가발전과 민주정치를 정체·후퇴시키고 국민의 정신을 병들게 한 군사통치의 잔재를 하루빨리,그리고 철저히 뿌리뽑아야할 필요성이 절감되는 때이다. 5·16 쿠데타의 관련인사들은 국민과 역사 앞에서 스스로 거취를 분명히하는 모습을 보여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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