집권여당 민자당이 새로 태어나기에는 새정부 취임 1백일이 너무나 부족하고 짧은 시간이었던 것 같다.마음과 입은 「개혁」을 지겹도록 되뇌고 있지만 정신과 몸은 여전히 「아 옛날이여」 상태인듯하다.
이는 민자당이 최근 이원조·김종인의원을 처리하고 6·11 보선을 준비하는 과정에서 잘 나타났다.
결과만 본다면 민자당은 두 의원의 경우 의원직 사퇴·탈당으로,보선의 경우 민자당의 일방적 우세로 각각 「목적」을 달성했거나 거의 달성해놓은 상태다.
문제는 민자당이 이같은 목적을 달성하기 위해 사용한 「수단」에 있다.
먼저 두의원과 절연하기 위해 공공연한 엄포가 반복됐다. 말을 제대로 못알아 들었던 김 의원에 대해서는 당기위 소집이라는 최후의 카드가 다분히 「위험용」으로 구사됐다.
물론 죄를 저지른 두 의원의 잘못이 더 크고 비난받아 마땅하다. 민자당으로서도 뭔가 손을 쓰지 않을 수 없었을 것이다. 그러나 『우리는 아무 것도 모른다』는 자세에서 하루아침에 「정의의 사도」로 돌변,칼을 마구잡이로 휘두르는 듯한 행태는 이해할 수 없는 대목이다. 『정치적으로 안되니까 힘으로 몰아냈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는 것이다.
보선승리를 위해서는 「전통적인」 주저앉히기 수법이 다시 등장했다. 대표적인 예가 예천의 장모씨 경우. 민자당은 지지기반이 꽤있는 장씨가 공천에 탈락하고서도 출마할 의사를 비추자 여러채널을 동원,『알아서 하라』는 식의 메시지를 전달했다는 후문이다.
장씨는 그후 당사를 방문,굳이 『나는 출마하지 않는다』는 사실을 알리고 다니기도 했다. 이에 앞서 지난 4·23 보선때도 광명의 김모후보에 대한 여당의 출마포기 압력설이 끊임없이 제기 됐었다. 모두가 과거 권위주의시대의 집권여당이 즐겨 이용했던 문제해결 수단들이다. 「목적보다는 정당한 수단·절차를 중요시한다」는 개혁정당과는 거리가 먼 모습이다.
민자당은 자신들 자체가 개혁대상이 되고 있음을 직시해야 한다. 적법하고 온당한 절치를 밟아 문제를 해결해도 될까말까한 상황에 민자당은 놓여있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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