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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육부의 실종위기/이행원 논설위원(메아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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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육부의 실종위기/이행원 논설위원(메아리)

입력
1993.06.04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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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도권 집중 완화책의 하나로 지방에 종합대학촌을 건설할 계획이란다.96년부터 대학 입학정원의 수도권내 증원은 전국 증원분의 20% 이내에서만 허용할 방침이라고도 한다. 신경제 5개년 계획의 일환으로 마련한 「수도권 정비계획 개편안」에 반영된 건설부의 정책의지다.

경제기획원은 「기술 및 기능인력 양성제도 개편안」속에서 전문대학 입학정원의 30%를 공고 등 실업계 고교생들에게 무시험 진학할 수 있도록 새로운 유인체제를 마련하고,산업현장의 기술중심 교과과정으로 운영되는 2∼3년제 기술대학을 특수공기업과 대기업에서 설립하도록 유도할 계획이라는 것이다.

전국토의 12% 밖에 안되면서도 전국 인구의 43% 이상이 집중되어 이미 초과밀 상황에 달한 수도권을 그냥 두고 볼 수만은 없다는 건설부의 속타는 심사를 이해할 수는 있다. 제조업 등 산업현장에서 기능인력이 모자라 쩔쩔매는데도,인문계 고교는 넘쳐나고 실업계 고교는 지원자가 달리도록 내팽개쳐두는 교육부 처사를 더 이상 두고만 볼 수 없어 경제기획원이 손 걷어붙이고 나서 「기능인력 양성교육체제」를 주관해야겠다는 충정도 알만하다.

그렇다고 해서 될성 싶지도 않은 「대학촌 건설」 발상까지 한다는 것은 웃기는 얘기로나 들어줄 수 있을까. 대학정원 조정의 칼자루까지 건설부가 갖겠다는 것은 이 무슨 월권적 사고인가. 기능인력이 아무리 모자라고 그 양성을 국가차원에서 대비하자는 것은 나무랄 수 없지만 경제기획원이나 상공부가 「교육까지 맡아야하겠다」는 것은 이 또한 무슨 망발인가.

도대체 교육부는 어디가서 뭘하고 있기에 건설부·경제기획원이 「고유업무를 뺏어가겠다」는데도 말 한마디가 없는가. 그러한 정책의지나 계획 또는 안들이 발설되고 성안되어 발표되는 과정에서 교육부의 의사는 과연 얼마만큼 반영됐는지를 알 수가 없다.

그렇다고 교육부가 「김영삼 신한국」 창조를 위한 「신교육 개혁계획」을 내놓은 것도 없다. 오병문장관은 취임 1백일이 다 돼가는데도 대학의 「부정입학 수렁」에 빠져 헤어나지 못하고 있을 뿐이다.

그래서 국민들은 교육부의 실종신고를 내야할 위기의식마저 느끼고 있는 것이다. 교육부의 실종이 「오 장관의 무능」이라는 한 개인의 불명예로 끝날 수만 있다면야 국민적 차원의 걱정거리가 될지도 만무하다.

교육이 외적요인 즉 통치권이라든가 정치 또는 행정에 의해 이리저리 끌려다니고,2세 교육 그 자체를 위한 것이 아닌 다른 목적 달성을 위한 수반으로 쓰이면 교육 본질에 피멍이 들게 된다. 그리고 그것을 바로 잡는데는 엄청난 세월과 비싼 대가를 지불해야 한다. 그것은 3∼6공시절의 경험을 통해 익히 아는 체험들이다.

우리 교육이 근반세기가 다 돼가는데도 우리 현실에 맞는 대학입시제도 하나 정착시키지 못했고 8학군병이 아직도 치유되지 않고 있으며 교육현장에서 「참교육」을 외쳐대는 저항이 그치지 않는 것도 따져보면 교육을 다른 정책의 수단으로 남용한 인과응보라 할 수 있다.

「시대적 양심의 최후 보루」라해서 장관이 됐다는 오병문 교육부장관은 요즘 교육부의 실종위기 상황을 어느 정도나 실감하고 있을까. 노교수의 고매한 인품이 행여나 교육부와 교육을 이 부처 저 부처가 얕잡아보는 빌미가 된다면 오 장관 개인을 위해서는 물론이고 이 나라 2세교육을 위해 더욱 큰 불행이 아닐 수 없다.

오 장관은 빨리 그것을 알아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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