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과열” 비판 사전차단 전략/주용기 외교도 주도… 중용주목/내일 천안문사태 4주년… 등소평사망설은 추측오는 4일로 천안문사태 4주년을 맞는 북경은 「소문의 도시」가 되고 있다. 그러나 소문은 대부분 북경을 진원지로 하기보다는 북경바깥에서 들어온다.
지난 1일 89세 생일을 석달도 채 남겨놓지 않은 최고실권자 등소평이 사망했다는 소문이 퍼졌다. 86년 3월20일이래 7년째인 이번 「등소평사망설」은 일본 동경에서 나온것이다. 홍콩의 사우스차이나모닝 포스트지는 같은 날 1면 머리기사에서 이붕총리가 이날로 37일째 공식석상에 모습을 드러내고 있지 않은데 대해 건강상 이유외에도 정치적 이유때문에 「유고」 강요되고 있다고 보도했다.
사우스차이나 모닝 포스트지의 보도에 따르면 이붕은 지난 3월31일 전국 인민대표대회(전인대) 폐회후 경제발전속도를 늦춰야 한다는 견해를 강력히 표명했다가 등소평의 질책을 받았으며 이로인해 정치적으로 몰려있는 상황에서 4울24일 「독감」이 아닌 「심장발작」으로 쓰러졌다는 것이다.
중국의 최고실권자와 강택민총서기에 이어 실제 권력서열 제3위에 있는 인물의 신상을 둘러싼 주목할만한 보도가 동경과 홍콩에서 동시에 터져나온 1일은 마침 중국 어린이 날이었다. 북경의 거리는 자녀의 손을 잡고 외출나온 부모들로 백화점과 유원지마다 북적거렸을뿐 적어도 표면상 긴장된 분위기는 찾아볼수 없었다.
그렇다면 중국 권력의 성층권에서는 아무 일도 없는가. 우선 등소평의 사망설은 그가 최근 가벼운 혈전증을 앓다가 회복됐다는 지난달 31일 홍콩 연합보의 보도가 동경증시에 전해지는 과정에서 증폭되어 빚어진 일과성 해프닝으로 추측된다. 하지만 이붕의 신상을 둘러싼 보도는 37일째 계속되는 예사롭지 않은 「총리의 유고」와 「감기」라는 공식적 설명사이에 상식적으로 메우기 힘든 괴리가 있어 등소평의 사망설처럼 그저 스쳐지나 갈 수만은 없다.
이붕이 지난 4월26일이후 축전과 서한을 통해서만 자신의 존재를 「환기」시키고 있는동안 주용기부총리의 활약이 두드러지고 있다.
중국 언론은 최근 캐나다 멕시코 등 미주를 순방중인 주용기의 외교활동을 크게 부각시키고 있다. 이는 주가 수석부총리로서 이를 대신하여 사실상 총리대행을 하고 있는 이상 당연한 것으로 여길수도 있지만 주가 경제뿐만 아니라 외교에서도 능력이 있음을 은연중 강조하여 장래에 대비하려는 의도가 있음도 전혀 배제할 수는 없다.
이붕의 타의에 의한 유고설과 관련하여 주목되는 것은 현재 중국의 경제상황이다. 중국의 경제는 현재 과열되고 있으며 이에따라 인플레조짐이 엿보이고 있다. 올들어 4개월동안 4년만에 처음으로 17억달러의 무역적자를 기록했으며 1·4분기중 주요15개 도시의 인플레율은 15%(전국 평균 8.6%)에 달했다.
또한 경제발전 과정에서 소외된 농촌의 이농문제는 최고지도부가 그 문제의 심각성을 적극적으로 제기하는 상황에까지 이르렀다.
이러한 경제상황의 전개는 전국적으로 사재기열풍을 불러일으켰던 88년을 연상시키기에 충분하다. 88년의 재판은 개혁파에는 다시 생각하고 싶지도 않은 악몽이다. 인플레해법을 둘러싼 논쟁에서 개혁파가 패배,가격개혁은 좌절됐고 조자양을 비롯한 개혁파 주요 인사들은 천안문사태로 축출이 공식화되기 이전에 이미 경제분야에 대한 최고결정권을 박탈당했었다. 또한 경제혼란에 따른 유맹(일거리를 찾아 떠도는 실업자)의 증가는 천안문사태를 보다 악화시키는 한 요인이되었다.
최근의 과열된 경제 동향에 힘입어 이붕을 필두로 한 보수파들이 자신의 목소리를 냈을 것이라는 것은 충분히 짐작이 가는 일이다. 따라서 이붕의 장기 유고는 88년 사태의 재판을 막으려는 최고실권자 등소평과 개혁파의 「사전제압」 일수도 있는 것이다.<북경=유동희특파원>북경=유동희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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