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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평선

입력
1993.06.03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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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 러시아의 공산혁명 기간중 최초의 반체제 작가는 자미아틴이다. 그는 「우리」라는 소설을 통해 10년이나 앞서 스탈린시대를 예견했다. 이 작품엔 「하나의 나라」로 불리는 당시로선 새로운 정치체제가 그려져 있다. 이 나라는 「은인」이라는 전능의 독재자가 통치한다. 개개의 국민은 이름도 없이 죄수나 포로처럼 일련번호로 불려진다. ◆소설의 주인공은 수학자인 D503. 그는 이 나라에서의 생활을 일기체로 적어 놓는다. 「매일 아침,같은 순간에 우리는 한사람같이 일제히 일어난다. 그리고 규정된 시간에 일을 시작하며 끝낸다. 그리고는 정해진 시간표에 맞춰 수백만이 하나처럼 동시에 저녁밥을 먹는다」­잔혹하리 만큼 지독한 원칙만이 지배하는 세상인 것이다. 소설이 예견한대로 스탈린이 다스린 구 소련은 수용소군도였다. 많은 지식인을 포함,7백만∼8백만명이 학살당하고 유배되었다. ◆구 소련의 반체제 인사중 작가 솔제니친은 마지막 한사람으로 꼽힐 수 있을 것이다. 반인간적인 소련 인민의 참상을 고발한 소설이 바로 「수용소군도」이다. 소설이 출간되자 브레즈네프는 작가를 국외로 추방했다. 19년전의 일이다. 망명처는 미국,버몬트주 산간지역서 울분을 씹으며 쓸쓸한 세월을 보냈다. 그러면서 서서히 세인의 망각에 묻혀 버렸다. ◆망명 당시 그는 조국을 강제로 떠나야 하는 고뇌에 시달렸다. 함께 살아온 동포와 산천을 등진다는 것도 참기 어렵지만,작가로서 「조국=모국어」를 잃는다는게 가장 괴롭다고 비통한 심경을 털어 놓기도 했다. 모국어를 떠난 작가란 물을 떠난 고기의 신세와 다를바 없지 않은가. 그런 탓인지 미국에서 뛰어난 작품을 썼다는 소식은 끊겼다. ◆망명 19년만에 솔제니친이 금의환향할 것으로 밝혀져 오랜만에 뉴스의 각광을 받게 되었다. 옛 소련이 붕괴한 시기를 생각하면 오히려 늦은듯한 느낌이 든다. 그의 귀국은 마르크시즘의 종말을 재확인해 줄 것이다. 이보다 더욱 중요한 것은 한 작가로서 모국어의 바다를 다시 찾을 수 있다는 사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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