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 러시아의 공산혁명 기간중 최초의 반체제 작가는 자미아틴이다. 그는 「우리」라는 소설을 통해 10년이나 앞서 스탈린시대를 예견했다. 이 작품엔 「하나의 나라」로 불리는 당시로선 새로운 정치체제가 그려져 있다. 이 나라는 「은인」이라는 전능의 독재자가 통치한다. 개개의 국민은 이름도 없이 죄수나 포로처럼 일련번호로 불려진다. ◆소설의 주인공은 수학자인 D503. 그는 이 나라에서의 생활을 일기체로 적어 놓는다. 「매일 아침,같은 순간에 우리는 한사람같이 일제히 일어난다. 그리고 규정된 시간에 일을 시작하며 끝낸다. 그리고는 정해진 시간표에 맞춰 수백만이 하나처럼 동시에 저녁밥을 먹는다」잔혹하리 만큼 지독한 원칙만이 지배하는 세상인 것이다. 소설이 예견한대로 스탈린이 다스린 구 소련은 수용소군도였다. 많은 지식인을 포함,7백만∼8백만명이 학살당하고 유배되었다. ◆구 소련의 반체제 인사중 작가 솔제니친은 마지막 한사람으로 꼽힐 수 있을 것이다. 반인간적인 소련 인민의 참상을 고발한 소설이 바로 「수용소군도」이다. 소설이 출간되자 브레즈네프는 작가를 국외로 추방했다. 19년전의 일이다. 망명처는 미국,버몬트주 산간지역서 울분을 씹으며 쓸쓸한 세월을 보냈다. 그러면서 서서히 세인의 망각에 묻혀 버렸다. ◆망명 당시 그는 조국을 강제로 떠나야 하는 고뇌에 시달렸다. 함께 살아온 동포와 산천을 등진다는 것도 참기 어렵지만,작가로서 「조국=모국어」를 잃는다는게 가장 괴롭다고 비통한 심경을 털어 놓기도 했다. 모국어를 떠난 작가란 물을 떠난 고기의 신세와 다를바 없지 않은가. 그런 탓인지 미국에서 뛰어난 작품을 썼다는 소식은 끊겼다. ◆망명 19년만에 솔제니친이 금의환향할 것으로 밝혀져 오랜만에 뉴스의 각광을 받게 되었다. 옛 소련이 붕괴한 시기를 생각하면 오히려 늦은듯한 느낌이 든다. 그의 귀국은 마르크시즘의 종말을 재확인해 줄 것이다. 이보다 더욱 중요한 것은 한 작가로서 모국어의 바다를 다시 찾을 수 있다는 사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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