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은 수출입 규모가 총 1천5백억달러에 이르는 자타가 공인하는 「신흥공업국」이다. 그러나 한국이 날로 치열해가는 세계의 경제전에서 살아남자면 미국,EC,일본 등 경제선진국을 따라 잡고 중국,태국,브라질 같은 후발 「신흥공업국」과 개도국들을 따돌려야만 한다.이를 위한 정부의 전략은 자동차,반도체,전자 등 유수한 주요산업에서 「세계적인 경쟁력을 갖춘 기업군」을 키우자는 것이다. 상공자원부가 2일 신경제 계획위원회에 상정,확정한 대규모 기업집단의 업종전문화 유도시책은 바로 정부의 이같은 전략을 실현하기 위한 주요한 첫 조치의 하나라는 점에서 의미가 크다.
상공부의 이번 시책은 여신관리대상이 되고 있는 30대 재벌그룹을 대상으로 그룹들이 자발적으로 제한된 수의 「주력업종」과 「주력기업」을 선정토록하고 이들 「주력업종」의 「주력기업」에 대해서 여신관리,기술개발자금,공업입지 등에서 우대조치를 해주겠다는 것이다. 우리는 상공부가 추진하고 있는 이같은 「주력업종제도」가 현재 실시되고 있는 여신관리상의 「주력업체제도」보다는 업종전문화의 취지에 보다 적합하고 발전적이라고 생각하나,잘못하면 「주력업체제도」의 결함을 키워 결과적으로 재벌그룹에 대한 편중특혜의 증대로 끝날 수 있다는 점을 우려한다.
상공부측에 따르면 각 그룹의 주력업종수를 3개로 제한하고 이 업종에 대한 주력업체수도 3개사로 제한하는 것으로 돼있다. 말하자면 30대 그룹들은 최대한 9개사까지 주력업체로 선정할 수 있는 것이다.
현행 주력업체제도 아래에서는 각 그룹이 3개 업체까지를 주력업체로 지정받아왔는데,이 주력업체제도의 가장 큰 맹점은 2∼3년마다 주력업체의 교체를 가능케하고 또한 주력업체 지정에 주식공개 상태 등 아무런 요건도 설정하지 않았다는 점이다. 재벌그룹들이 정부시책에 호응하자는 뜻이 있었다면 그들이 전문화할 계열업체를 주력업체로 신청했어야 했는데도 불구하고 제도의 맹점을 이용,자금수요가 큰 계열업체를 내놓았던 것이다. 이에 따라 일부그룹들은 기업공개도 되지 않은 종합석유화학계열사를 주력업체로 내놓아 지정받기도 했던 것이다. 결국 여신관리법상의 주력업체제도는 재벌그룹의 문어발식 경영을 축소하기는 커녕 금융특혜만을 늘려 완전한 실패로 끝났던 것인데,상공자원부가 이번 시책에서 이러한 결함을 보완하는데 유의한 것은 다행이라고 할 수 있다.
「주력기업」의 선정은 원칙적으로 재벌그룹에 일임하지만 『「주력업종」에 속하는 계열기업중 기업공개,소유분산,재무구조 및 기술개발투자 등 다각적인 검토를 통해 세계일류기업으로 발전가능성이 높은 기업을 선정토록 하겠다』는 것이 당국의 설명이다. 선정기준을 엄격히하겠다는 것이다.
그러나 이것만으로는 충분치 않다. 「주력업종」과 「주력업체」를 자주 바꿀 수 있도록 해서는 안된다. 각 재벌그룹들이 반드시 비교우위가 있는 업종과 업체를 선정하도록 「주력업종」과 「주력업체」의 교체에 엄격한 제한을 둬야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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