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 “팀훈련 중지 검토 용의” 유연/북,핵고리 통한 현안해결 주력/상호 사전입장 타진… 타협될지 관심뉴욕의 미국 대표부에서 2일 시작된 미·북한 고위급회담은 한반도 핵위기의 해결여부에 국제적 관심이 집중된 가운데 진행됐다.
양측 대표들은 회담 벽두부터 이번 회담의 무게를 의식한듯 사전 사진촬영도 금지한채 비공개로 회담을 진행할 정도로 보안에 각별한 신경을 쓰는 모습을 보였다.
회담장 주변에는 30여명의 한국특파원들과 외국기자들이 포진해 이번 회담에 쏠린 내외의 관심도를 반영했다.
강석주 외교부 부부장을 비롯한 북한대표단 12명은 회담 시작전인 상오 9시45분께 캐딜락 승용차편으로 회담장에 도착했으며 회담을 낙관하느냐는 보도진의 물음에 굳은 표정으로 『나중에 보자』라고만 언급했다.
회담 당사국인 미국과 북한 외교관들은 회담 전망에 대해 논평을 회피했고 다만 한국 외교관들이 북한이 처한 상황을 토대로 조심스럽게 낙관론을 펴는 정도이다.
또 양측이 구체적으로 협상의 수용접점을 내세우지 않은 상황에서 지난주 미국측의 로버트 갈루치 수석대표가 상원 청문회에서 개진한 낙관론과 북한에 유일하게 영향력을 지닌 중국의 전기침 외교부장이 최근 언급한 낙관적 전망이 협상타결을 점치는 하나의 복선으로 깔려있는 상태이다.
양측은 이미 고위급회담의 일정이 공식 확정되기전부터 공식,비공식 채널을 통해 서로의 입장을 충분히 타진한 상태이다.
대외적으로 북한은 허종 유엔 부대사를 통해 북한체제 인정 등 6개항을 회담 성사의 조건으로 제시했고 미국도 회담 전날인 1일 국무부 대변인의 입을 통해 핵확산금지조약(NPT) 복귀 등 3개항으로 마지노선을 재확인했다.
하지만 지난달 31일 북한 대표단을 이끌고 뉴욕에 도착한 강석주 외교부 제1부부장은 회담 전망에 대해 일체 언급을 회피했고 미 국무부도 1일 브리핑에서 회담의 성패에 대한 답변을 거부했다. 자신들의 입장을 개진하는데 목소리를 높였던 양측은 회담 직전에 이르자 굳게 입을 다문채 서로의 대응을 기다리는 형국이다.
이번 회담에 난마처럼 얽힌 쟁점과 양측의 입장을 살펴보면 조심스러운 낙관론과는 달리 문제는 만만치 않음을 알 수 있다.
우선 이번 회담을 보는 양측의 시각이 판이하다. 미국은 핵문제의 해결에 초점을 맞추고 있는 반면,북한은 핵문제를 고리로 대미 관계개선 등 포괄적 현안해결에 주력할 것으로 보인다. 대신 미국은 북한이 NPT 탈퇴를 번복하고 특별사찰을 수용한다면 북한이 제시한 6개항중 상당부분을 받아들일 수 있다는 신축적 입장이다. 그러나 미국은 북한이 먼저 미국의 3개항을 받아들여야 한다는 점을 분명히 명시하고 있다.
미국이 제시한 3개항을 구체적으로 보면 NPT 복귀문제는 미국이 이를 협상대상이 아니며 무조건 이행해야할 사항으로 못박고 있는 반면 북한은 미국의 핵위협이 제거되고 국제원자력기구(IAEA)의 공정성이 보장되어야 가능하다고 버텨왔다.
특별사찰 문제도 미국은 북한의 신고내용을 신뢰할 수 없기 때문에 의혹불식의 차원으로라도 필수적이라고 강조하고 있으나 북한은 영변의 시설은 군사시설이므로 사찰대상이 아니며 북한에만 특별사찰을 요구하는 것은 형평에 어긋난다고 맞서왔다.
이처럼 핵문제 해결을 겨냥한 요구가 충족된다면 미국은 관계개선을 목적으로 북한이 제시한 6개항에 상당한 융통성을 보일 수 있다는 생각이다.
즉 영구중단을 요구하는 팀스피리트훈련은 핵개발 포기가 입증되면 검토될 수 있으며 주한미군기지 사찰도 남북한 비핵화선언이 이행되고 상호사찰 제도가 마련되면 허용할 용의가 있다는 것이다.
대북 핵선제 불사용 보장과 북한체제의 존중문제도 미국은 미국의 세계전략과 연계한 사안이기는 하지만 NPT 가입국에 대해서는 포괄적으로 핵공격을 하지 않는 「소극적 안전보장」을 해줄 용의가 있으며 북한이 국제사회의 규범을 준수한다면 가능하다는 입장이다.
다만 한국에 대한 핵우산 포기문제는 세계전략과 관련해 받아들이기 힘들고 주한미군 철수문제도 핵문제와는 무관한 사안으로 무리한 요구라며 난색을 표명하고 있다.
그러나 일단 애드벌룬형식으로 띄워진 이같은 팽팽한 입장은 양측이 이미 사전 검토를 통해 수용한계를 확정해 회담에 임했을 것이고 어떤 선에서 타협점을 찾을지가 큰 관심사이다.<유엔본부=김수종특파원>유엔본부=김수종특파원>
◎미·북한관계 일지
다음은 지난해 1월22일 캔터 미 국무차관과 김용순 북한 노동당 국제담당 비서간의 미·북한간 고위급회담 개최이래 양국관계 및 북한 핵관련 상황일지이다.
▲92년 4월10일=북한,국제원자력기구(IAEA) 핵안전협정 비 준
▲ 5월10∼16일=블릭스 IAEA 사무총장 북한방문
▲ 9월22∼10월 3일=김영남 북한 외교부장 유엔총회 참석
▲12월19∼20일=스미스 미 상원의원,미군포로문제 협의 위해 방북
▲93년 2월 2일=박길연 유엔주재 북한대사 부부,조찬기도회 참 석차 워싱턴 방문
▲ 3월12일=북한 핵확산금지조약 탈퇴선언
▲ 3월17일=제30차 미·북한 참사관급회담(북경)
▲ 3월19일=제31차 미·북한 참사관급회담(북경)
▲ 5월 5일=제32차 미·북한 참사관급회담(북경)
▲ 5월10일=제32차 미·북한 참사관급회담서 고위급회담 개최 원칙 합의
▲ 5월11일=안보리 대북한 결의안 채택
▲ 5월17일=미·북한 고위급회담 위한 1차 예비접촉(뉴욕)
▲ 5월21일=미·북한 고위급회담 위한 2차 예비접촉(뉴욕)
▲ 5월24일=북한,미·북한 회담개최 일시와 북측 대표 명단 미국에 공식 통보
▲ 6월 2일=갈루치 차관보와 강석주 북한 외교부 제1부부장을 수 석대표로 한 미·북한 고위급회담 상오 10시 유엔본부서 개막<워싱턴=연합>워싱턴=연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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