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슬롯머신사건 거듭나는 계기됐다”/야당시절 부정적 시각변화 엿보여김영삼대통령은 2일 아침 김두희 법무장관을 비롯한 검찰 수뇌부를 청와대로 불러 조찬을 함께하며 격려했다.
이 자리에는 김 장관과 김기석차관,박종철 검찰 총장,김도언차장 김태정 중수부장,송종의 서울지검장 등이 참석했다.
청와대에서는 박관용 비서실장 김영수 민정수석 이경재 공보수석이 배석했다.
사실 이날 조찬 석상은 김 대통령이 검찰을 단순히 격려하는 자리만은 아니었다. 그 이상의 의미가 있었다.
김 대통령은 바로 1주일전 슬롯머신사건과 관련,검찰에 대해 『내부관련자에 대해서도 성역없이 철저히 수사하라』고 추상같은 지시를 했었다.
이에 따라 고검장급 1명이 구속되고 2명이 옷을 벗는 검찰 사상 초유의 일이 벌어졌다.
김 대통령은 이날 우선 수사결과에 대해 노고를 치하하고 심기일전을 강조했다. 김 대통령은 『이번 일로 검찰 자체의 아픔도 컸겠지만 검찰이 국가사정의 중추기관으로 거듭 태어나는 계기가 됐다』며 『새로 탄생하는 검찰은 국민앞에 떳떳하게 본연의 임무에 충실할 것』을 당부했다.
김 대통령의 어투는 상당히 부드러웠다고 한다. 그렇지만 분위기까지 부드러울 수는 없었다. 검찰쪽 참석자들은 별로 말이 없었다.
김 차관 등이 『검찰 내부에 관련자가 있고 검찰 수사과정에서 축소중단 의혹이 있는 것처럼 국민에 비쳐지고 대통령께 심려를 끼친데 대해 송구스럽다』고 했다고 한다.
이 자리는 그러나 김 대통령의 격려와 당부로만 끝난게 아니었다.
검찰이 새로 태어난 만큼 김 대통령이 검찰을 새로운 시선으로 바라보게 됐다는 의미가 오히려 더 컸다고도 할 수 있다.
김 대통령은 원래 검찰에 대해 부정적 시각을 지녀온 것으로 알려져 있다.
야당 총재나 여당 대표시절은 물론이고 대통령이 된뒤에도 측근들에게 『검사들은 왜 비리 등으로 옷을 벗은뒤에도 아무런 제재없이 돈만 더 잘 버는 변호사가 될 수 있느냐』고 못마땅해 했다는 것이다.
지난 79년 제명파동을 불러일으킨 뉴욕 타임스 회견사건 때의 기억이 검찰을 권력의 시녀로 인식하게 한 계기가 됐다는 얘기도 있다. 고교 후배로 나중에 검찰 총수가 된 당시 서울지검 공안부장이 『잠깐 뵙자』고 해 만났더니 몇마디 묻고 『아무 염려말라』고 안심시킨후 곧바로 불구속 기소한 바로 그 일이다.
이런 인식과 기억이 있는 김 대통령이라면 이날은 검찰에 대해 새 시각과 인식을 보여주었다고도 할 수 있다.
김 대통령은 『대통령이 국가를 보위하고 국민의 생명과 재산을 보호해주는 직책이라면 그것을 뒷받침하는 중추기관이 검찰』이라고 강조했다.
또 검찰청사가 하룻밤도 빠짐없이 불 밝혀져 있는 것을 칭찬하기도 했다.<최규식기자>최규식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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